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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740 vote 0 2023.08.30 (18:29:09)

    화살은 머리와 꼬리가 있다. 앞뒤의 구분이 있다. 대칭되어 있다. 마주보고 있다. 이는 인간의 관점이고 자연은 앞뒤가 없다. 인간의 관찰과 자연의 실재 사이에 결의 어긋남이 있다면 어디에 맞추어야 하겠는가? 인간이 자연에 맞추어야 한다.


    인력과 척력, 진보와 보수, S극과 N극, 선과 악, 중력과 부력, 플러스와 마이너스는 인간이 자연에 개입하는 방식일 뿐 자연의 본래 모습이 아니다. 모든 대칭은 가짜다. 자연은 메커니즘이다. 메커니즘은 둘 사이를 관통한다. 일방향성이다. 


    대칭은 주는 자와 받는 자의 연결이다. 자연에는 주는 자가 있을 뿐 받는 자가 없다. 화살은 일방적으로 날아와 박힌다. 과녁이 유혹하여 화살을 받아낸 것인가? 비는 일방적으로 내리고 바람은 일방적으로 분다. 자연은 언제나 일방적이다.  


    부력은 없다. 물의 중력이 누르면 상대적으로 가벼운 배가 뜬다. 실제로 변화를 격발한 것은 중력이다. 중력이 일방적으로 가만있는 배 밑으로 파고들었다. 변화의 엔진은 중력에 있다. 배는 자발적으로 뜬게 아니라 물의 수압에 떠밀린 거다.


    빛은 광자가 있지만 어둠은 암자가 없다. 척력이 있을 뿐 인력은 없다. 궁극적으로는 방향전환이 있을 뿐이다. 동력은 엔진에 있고 바퀴에 없다. 스스로 변화를 만드는 자발성 없이 외력에 떠밀리면 가짜다. 우리가 아는 세상의 반은 가짜다.


    작용에는 반작용이 없다. 반작용은 작용의 방향전환이며 그것은 작용의 말단부다. 두 화살표 -> <-가 있는게 아니라 사실은 하나의 화살표 ->와 그 화살표의 방향전환이 있다. 그것이 메커니즘이다. 그것은 내부에 대칭을 품은 비대칭이다.


    우리는 대칭 짓기 좋아한다. 하늘과 땅, 육지와 바다, 낮과 밤이 있다. 그것은 자연의 모습이 아니라 인간의 필요다. 타인에게 전달하기 좋은 세트 메뉴다. 자연은 그냥 지구가 있다. 하늘과 땅으로 나눈 것은 인간 중심적 사고의 왜곡이다.


    인류는 문명의 첫 단추를 잘못 꿰었다. 80억이 일제히 우스꽝스런 바보짓을 하고 있다. 자연과 인간 사이에 결이 어긋나면 자연에 맞추어야 한다. 자연의 의사결정 메커니즘에 맞추어 사유의 메커니즘을 기초부터 새로 빌드업 해야 한다.


    세상을 대칭 위주로 보는 이분법적 사고, 이원론적 사유를 버리고 에너지의 일방향성으로 보는 메커니즘적 사고, 일원론적 사유로 도약해야 한다. 모든 인간에 의해 왜곡된 2를 자연 그대로의 순수한 1로 환원시킬 때 진짜 이야기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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