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정동영이 유력하다고 말한지는 1년도 훨씬 더 넘었습니다. 그땐 다들 웃더군요. 정동영이면 대세론인데, 대세론 하다가 망하지 않은 사람 없다나요. 그분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궁금하군요.
근데 말입니다. 이번에는 진짜 대세론입니다. 대세론이 먹히는 시점이 된거에요. 총선도 그렇습니다. 마케터님 말씀도 있지만 그야말로 ‘we are the world'입니다. 왈 ‘패러다임의 변화’라는 거지요.
까놓고 이야기합시다. 많은 사람들이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이 진다고 봤어요. 왜? 정치는 원래 대세론이 이기는 겁니다. 다크호스가 치고 나오는건 아주 예외적인 상황이에요.
제가 늘 말하잖습니까? 본질을 봐야 한다고요. DJ 5년.. 본질에서 이기고 겉으로 졌습니다. 이건 특수상황이에요. 노무현은 그 특수상황에서 등장한 경우입니다. 역사이래 대세론이 늘 이겨왔습니다.
이순신장군이 명량대첩에서 이겼죠. 적은 숫자로 많은 숫자를 이겼습니다. 그러나 ‘본질’을 봐야죠. 본질은 ‘해전에서는 대포가 조총을 이긴다’는 겁니다.
노무현의 역전극은, 대포를 가진 이순신이 조총을 가진 왜넘을 이긴 것과 같이, 본질에서 이겨있는 싸움이었어요. 이걸 정확히 꿰뚫어봐야 합니다. 즉 기적이 일어난 것은 아니란 말입니다.
이번 총선.. 공중전에서 결판났지요. 싸워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이겨놓고 싸우는 것.. 제가 민주당은 ‘핵폭탄’을 맞았다고 말한게 언제입니까? 작년 12월입니다. 그때는 제 말을 빈 말로 들은 분이 많았지만 오늘로서 증명이 되었지 않습니까?
지금 민주당 지지율 3프로. 이래도 핵폭탄 아닙니까?
정치는 늘 대세론이 이깁니다. 총이 활을 이기고, 포가 총을 이기고, 비행기가 포를 잡습니다. 단지 바보들에게는 그 본질이 보이지 않을 뿐이지요.
자! 이제 우리는 대세론의 단계까지 왔습니다. 우리당 지지율이 너무 높아서 걱정이라구요? 그 지지율이 최근에 갑자기 생겼다고 믿습니까? 천만에요.
지역주의에의 저항은 옛날부터 있었어요. 새정치의 꿈이 갑자기 생겨난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노무현이 국민경선에서 이인제를 꺾은 직후 67프로의 지지율이 그대로 살아있습니다. 그게 어디로 사라진거 아니에요.
다만 ‘지역주의를 이길 수 없다’는 패배주의 때문에 잠시 유보된 거지요. 노무현은 그 67프로를 다시 부활시킨 것입니다. 한국인 중에 진정으로 지역주의에 중독된 자는 10프로도 안됩니다. 그런데 왜?
사표방지 심리지요. 이길 수만 있다면 다들 지역주의에 반대합니다. 못이기니까 어쩔 수 없이 지역주의에 의존하는 거에요. 어차피 못 이길 걸로 본거지요. 이러한 예단을 꺾기 위해서라도 대세론이 필요합니다.
남프에서 악다구니를 퍼붓는 사람들.. 그들도 인간입니다. 내심으로는 지역주의를 반대해요. 그런데 왜?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이길 수 없다’는 거에요. 패배주의죠. 지금까지 늘 져왔으니까.
조총도 처음에는 활을 이기지 못했습니다. 한방 쏘는데 15분에서 30분 까지 걸렸거든요. 오다 노부나가가 3단계 밀집사격전술을 퍼뜨리고서야 비로소 조총이 활을 이긴거에요.
새로운 패러다임이 착근하는 데는 꽤나 시간이 걸립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총포라는 새정치로 활이라는 낡은 정치를 이기지 못한 거에요. 왜? 활은 많이 쏘아본 솜씨고, 총포는 아직 한번도 사용을 안해봐서 사격술이 서툴렀으니까요.
왜 대세론을 퍼뜨려야 하는가?
인간심리를
잘 읽어야 해요. 국민의 요구는 늘 모순되고 이중적입니다. 얼마전 여론조사에 의하면..
‘노무현은 사과하라. 야당은 탄핵하지마라.’ .. 이거 모순되죠. 국민의 요구는 늘 양비론이고 모순되어 있습니다. 왜? 국민은 개입하려 하고, 개입하려면 개입할 빈 공간이 필요하고, 그 공간을 벌리기 위해서입니다.
국민이 뭔가를 몰라서 양비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실은 다 알면서 전략적으로 양비론을 하는 겁니다. 촛불시위 현장에서 ‘나는 노사모가 아니다.’고 외치는 사람들.. 다 전략이에요. 왜? 양비론을 해야만 전략적으로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는 겁니다.
포지셔닝이지요. 노무현을 지지한다고 말하면 곧 논쟁에서 밀립니다. 상대를 설득할 수 없어요. 그래서 속마음을 감추는 거지요. 국민의 진짜 속마음은 이거에요.
“원칙적으로 노무현을 지지하지만(정확히는 노무현의 개혁을 지지하지만) 소중한 내 한표를 값싸게 팔지는 않겠다. 노무현이 진짜 제대로 하는지 봐가면서, 아주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어서, 얻어낼 반대급부를 다 얻어낸 다음에 내 한 표를 주겠다.”
속마음으로는 모두가 노무현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노무현이 무능하다고 보기 때문에 표를 줘봤자 어차피 개혁이 안될걸로 보고 안찍는 겁니다. 그래서 더욱 대세론이 필요합니다.
월드컵 때 “한국이 8강? 어림도 없어!” 하고 잘난 척 하던 친구들도 다 광화문에 태극기 들고 왔습니다. “야 넌 8강 어림도 없다면서 여기 왜 왔니?” 이렇게 한마디 쏘아주려다 참았습니다. 그 친구의 속마음을 아니까요.
노무현.. 권력을 장악하는 방법도 모르고, 야당의원도 못 빼오고, 조중동도 단속하지 못하고, 제 측근 도 돌봐주지 못하고 .. 저렇게 약해빠져 가지고.. 표를 줘봤자 과연 새정치가 말처럼 그리 쉽게 되겠나? 이거죠. 그래서 더욱 대세론으로 가야 합니다.
국민은 언제나 도 아니면 모다
절대로
이길 수 없는 것이 호기심입니다. 원래 궁금한건 못참잖아요. 노무현이 잘못한거
없어도 무조건 특검수용하라잖아요. 왜? 궁금하니까. 혹시 털면 뭐 나올지도 모르니까.
지금 국민에겐 두가지 선택이 있습니다. 견제할 것인가 밀어줄 것인가입니다.
1) 견제하자! :
“노무현은 지난 1년간 충분히 보여줬다. 이제 더 볼것이 없다. 견제하자.”
2)
밀어주자! : “노무현은 지난 1년간 거대야당에 발목이
잡혀 본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다수의석을 몰아줘놓고 저 인간이 무슨 일을 벌이는지
한번 지켜보자. 그거 잼있겠다.”
대세론으로 가면 유권자들의 관심이 1)번에서 2)번으로 바뀝니다. 왜? 노무현이 130석 정도를 얻어 겨우 1당을 했다 칩시다. 역시 야당이 더 힘이 셉니다. 그럼 지난 1년과 똑같겠지요. 어차피 남은 4년도 지난 1년과 똑 같을건데 뭐하러 밀어줍니까?
‘과반수는 못해도 좋으니 우리당을 제 1당만 만들어달라?’ .. 이거 안됩니다.
‘그래봤자 지난 1년과 똑같을건데 1당 해서 뭐하게? 또 탄핵이나 당하고 그러게? 지난 1년? 지긋지긋 해! 어차피 다 똑같은 놈들인걸! 나 우리당 안찍어.’
그러나 노무현이 170석 이상을 얻어 과반수의 힘을 가지게 되었다 칩시다. 그렇게 되면 노무현 저 인간이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르잖아요. 새정치! 그거 궁금하지 않아요? 호기심이지요.
알아야 합니다. 국민들의 선택은 항상 ‘도 아니면 모’입니다. ‘도’를 ‘모’로 바꾸기 위해서는 대세론이 필요합니다.
비교우위로 가면 100프로 죽는다
‘비교우위’를
내세우면 안되기 때문입니다. ‘우리당이 야당보다 더 낫다. 그러므로 표를 다오.’
이건 아닙니다. 솔직히 낫기는 뭐가 낫습니까? 야당이나 여당이나 국민 입장에서
보면 다 똑같은 놈들이재요. 우리당의 면면들.. 솔직히 잘난거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국민들에게 무엇을 호소해야 하는가? ‘호기심 유발’입니다. 새시대의 ‘비젼’을 보여주는 거지요. 가슴을 달 뜨게 만드는 겁니다. 우리당을 보고 표를 주라는 것이 아니라, 다가오는 새시대를 보고 표를 주라 이거에요.
새 술은 새부대에 담으라고 했습니다. ‘부대’가 좋다는 비교우위가 아니라, '새 술이 아까워서라도' 헌부대에는 못담겠다 이거에요.
대세론.. 패러다임의 변화입니다. 월드컵에 비유합시다. 한국이 이기는 그 자체는 암것도 아닙니다. 이기든 지든 축구는 그냥 계속되는 거에요. 월드컵 4강 가서 뭐가 달라지죠?
축구를 초월합니다. 시합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실은 축제를 여는 겁니다. 이건 다른 거에요. 시합은 그 축제를 위한 촉매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왜 우리는 4강을 가야 했던가? 시합 하나 이기자는 것이 아닙니다. ‘전 국민이 하나가 되는 체험’을 해보자. 그 체험의 공유가 하나의 코드를 낳고, 그 코드가 이심전심이 되어 새 시대의 새로운 물결을 만들어낸다. 이겁니다.
국론통일 안되기로 유명한 이 나라가 한번 뭉쳐본다 이거에요? 왜? 궁금하니까. 그 끝에 무엇이 있는지. 못뭉치기로 유명한 한국인이 뭉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호기심을 자극해야 합니다. 대세론으로 가야합니다.
내일 발표된다는 최근 여론조사를 볼까요?
우리 50.9
한몸
14.7
민새 3.6
민노 3.0
벌써 대세론이죠. 국민이 먼저 손을 내밀어 오는데야 우리도 손뼉을 마주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당이 그래도 한나라당보다 좀 낫다.. 이게 아닙니다. 해가 바뀌어 설날이 되면 설빔으로 갈아입듯이.. 맞선을 보러 갈 때는 와이셔츠 다림질이라도 해서 입듯이.. 바꾸는 거죠.
국민들은 상상하고 있어요. 우리당이 이겨서, 노무현식 정치가 만개하면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까? 그 호기심을 자극해야 합니다. 밀어줄라면 화끈하게 밀어줘야 그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