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의 적은 결국 나와 한편이라고 했던가. 전여옥의 한나라당 입당을 보면서 문득 든 생각이다.
전여옥에게는 재미있는 별명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여자무당을 일컫는 ‘만신’. 그녀는 지난 해 8월이던가, <조선닷컴>에 쓴 “그들을 누가 자살로 내몰고 있나”라는 칼럼에서 정몽헌 현대 아산 사장의 자살의 원인이 DJ의 노벨상에 대한 노욕 때문이었다는 주장을 하여 그녀가 귀신과 ‘접촉’을 하고 있음을 은근히 내비친 적이 있다.
다른 하나는 ‘여자 이재오’. 왜 이와 같은 별명이 붙었을까. ‘정치인 이재오’에 대한 세간의 어떤 평가(‘편견’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공감도가 높은 ‘편견’은 평가이지 않겠는가), 혹은 가치판단이 전여옥에게도 거의 유사하게 적용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그 평가, 혹은 가치판단이란 이재오가 입을 함부로(혹은 ‘제멋대로’, 거칠게 말하자면 ‘X 꼴리는데로’) 떠벌린다는 것이다.
전여옥은 지난 해 5월 23일, <조선닷컴>에 쓴 두 번째 칼럼에서 “그는 대통령이 되지 않은 것이 좋았다”라고 악다구니를 써댔다. 노 대통령이 취임한지 딱 3개월이 되던 때였다. 그녀는 칼럼에서 노 대통령을 김영삼, 노태우, 전두환 등 역대 대통령의 나쁜 평가들을 골고루 잘 갖춘 대통령으로서 차라리 대통령이 되지 않았어야 한다고 일갈했다.
뿐만 아니다. 그로부터 한달 뒤, “70년대 수준인 노대통령과 정사장”이라는 칼럼에서, 70년대에 대학생들 사이에서 널리 읽히던 책을 노 대통령이 소개한 것을 두고 “독재자에게 향수를 느끼고, 방송을 도구화 했던 사람이 그리운 세상을 만든다면 이것이야 말로 ‘반개혁’이 아닌가?”라는 어처구니 없는 반문을 끄집어 냈다.
그러니까 70년에 널리 읽히던 책들이란 게 이른바 이데올로기적 요소를 담은 운동권 서적들인데, 대통령이 이런 서적들을 소개함으로 시대착오적인 향수를 불러일으킨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전여옥, 자신이 그런 노무현 대통령을 비난하는 그 지면이 지금도 “독재자에게 향수”를 느끼다 못해 독재자 귀신을 수시로 무덤에서 불러내고 방송의 도구화를 적극 지지하는 그 원흉이라는 것을 모르는 모양이다.
전여옥을 ‘여자 이재오(특히 입을 X꼴리는 데로 떠벌린다는 측면에서)’라고 하기에 아깝지 않은 칼럼이 있으니, 바로 대통령을 한낱 ‘국민기쁨조’ 취급한 “기쁨을 못 준 대통령은 물러나길”이라는 것이 그것이다.
(그녀는 탄핵이 통과되던 날 SBS 토론회에 나와서 자기는 “지난 1년 동안 노무현 대통령이 잘 되기를 진심으로 바랬다”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그녀가 지난 1년 동안 쏟아놓은 칼럼의 대부분의 내용은 ‘노무현 대통령은 물러나야 한다’라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그녀는 자기가 1년 내내 앵무새처럼 지껄였던 말들을 쏙 빼놓은 채 방송인 출신답게 뻔뻔스러운 거짓말로 방송용 멘트를 날린 것이다.)
이처럼 ‘여자 이재오’라고 불리던 그녀는 어제 ‘남자 전여옥’이 국회의원으로 몸담고 있는 한나라당에 대변인으로 입당했다. ‘여자 이재오’ 전여옥과 ‘남자 전여옥’ 이재오의 만남. 이건 단순한 만남이라기 보다는 생물학적 성별만 다른 두 인간의 물리화학적 결합을 뜻하는 것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까 이 두 인간의 결합은 곧 한 몸뚱아리에서 같은 말을 지껄이지는 두 목소리의 주인공 ‘아수라백작’의 탄생을 의미하는 것이다. 당장 오늘부터, 우리는 지난 70년대 흑백 TV만화 시절을 풍미했던 <마징가Z>에 등장했던 ‘아수라백작’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이처럼 한나라당이라는 한 정당은 정당의 현실적 실체와 상징성 모두에서 과거회귀적인 정당임을 스스로 폭로하고 있는 셈이다.)
전여옥과 이재오의 결합에 대해 한 가지 더 짚어 볼 것이 있다. 전여옥의 정치적 행보에 실은 한나라당과 결코 함께 할 수 없는 과거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녀는 지난 대선에서 정몽준 캠프에 가담했었다. 단순히 가담했던 게 아니다. 정몽준 후보의 연설문 작성팀의 책임자였으며, 한 때 직접 TV에 출현해서 한나라당의 이회창 후보를 신랄하게 공격하기도 했다.
정몽준의 막판 배신이 있었다고는 하더라도, 결국 정몽준의 존재는 지난 97년 이인제의 존재와 마찬가지로 이회창과 한나라당의 집권을 두 번째로 좌절시키는 핵심고리를 담당했다는 측면에서 정몽준 캠프에 몸담았던 사람이라면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적’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여기서 ‘적의 적은 우리의 동지’라는 새삼스러운 전시 전략이 지지를 얻는다. 정몽준 캠프는 결코 노무현과 같은 길을 갈 수 없다는 점에서 한나라당과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는데다 ‘반노무현’이라는 분모를 키우다보니 과거에는 서로 죽이지 못해 악다구니를 썼던 두 세력이 ‘공동의 적’을 두고 한 판 싸움을 벌여야 하는 한 편이 된 셈이다.
전여옥 한나라당행은 ‘X꼴리는’데로 지껄일 수 있도록 보장된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에 거대 야당이라는 정치적 배경과 더불어 운 좋으면 국회의원 뱃지까지 달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한 셈이고,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이재오의 ‘X꼴리는’데로 지껄이는 입담이 어느때보다도 절실한 시기이지만 그의 주둥아리 뿐만 아니라 얼굴을 드러내는 것 자체가 국민에게 주는 스트레스와 혐오감이 극에 달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서 그를 대체할 만한 수준으로 지껄일 수 있는 사람이 절실했다는 측면에서 전여옥을 대변인으로 영입하는 것이 결코 손해 보는 거래는 아니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여자 이재오’ 전여옥과 ‘남자 전여옥’ 이재오(한나라당)의 대결합은 이와 같은 정치적 손익계산에서 이뤄진 것이다. 그 같은 손익계산의 엽기성 만큼 두 떨거지들의 재결합이 낳을 한나라당판 아수라백작의 출현의 엽기성을, 우리는 당분간 목도해야 할 판이다. 그런데 <마징가Z>의 결말에서 아수라백작은 마징가Z의 로켓 주먹과 이단옆차기, 그리고 가슴에서 발사되는 레이저광선을 맞고 몸뚱아리가 반쪽으로 쪼깨져 뒈졌다. "내 반쪽 돌리도~~" 하면서 말이다. 이 결말 역시 몇 달 뒤 한나라당에서 벌어질 사태의 알레고리가 아닐 수 없다.
스피릿.
전여옥에게는 재미있는 별명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여자무당을 일컫는 ‘만신’. 그녀는 지난 해 8월이던가, <조선닷컴>에 쓴 “그들을 누가 자살로 내몰고 있나”라는 칼럼에서 정몽헌 현대 아산 사장의 자살의 원인이 DJ의 노벨상에 대한 노욕 때문이었다는 주장을 하여 그녀가 귀신과 ‘접촉’을 하고 있음을 은근히 내비친 적이 있다.
다른 하나는 ‘여자 이재오’. 왜 이와 같은 별명이 붙었을까. ‘정치인 이재오’에 대한 세간의 어떤 평가(‘편견’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공감도가 높은 ‘편견’은 평가이지 않겠는가), 혹은 가치판단이 전여옥에게도 거의 유사하게 적용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그 평가, 혹은 가치판단이란 이재오가 입을 함부로(혹은 ‘제멋대로’, 거칠게 말하자면 ‘X 꼴리는데로’) 떠벌린다는 것이다.
전여옥은 지난 해 5월 23일, <조선닷컴>에 쓴 두 번째 칼럼에서 “그는 대통령이 되지 않은 것이 좋았다”라고 악다구니를 써댔다. 노 대통령이 취임한지 딱 3개월이 되던 때였다. 그녀는 칼럼에서 노 대통령을 김영삼, 노태우, 전두환 등 역대 대통령의 나쁜 평가들을 골고루 잘 갖춘 대통령으로서 차라리 대통령이 되지 않았어야 한다고 일갈했다.
뿐만 아니다. 그로부터 한달 뒤, “70년대 수준인 노대통령과 정사장”이라는 칼럼에서, 70년대에 대학생들 사이에서 널리 읽히던 책을 노 대통령이 소개한 것을 두고 “독재자에게 향수를 느끼고, 방송을 도구화 했던 사람이 그리운 세상을 만든다면 이것이야 말로 ‘반개혁’이 아닌가?”라는 어처구니 없는 반문을 끄집어 냈다.
그러니까 70년에 널리 읽히던 책들이란 게 이른바 이데올로기적 요소를 담은 운동권 서적들인데, 대통령이 이런 서적들을 소개함으로 시대착오적인 향수를 불러일으킨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전여옥, 자신이 그런 노무현 대통령을 비난하는 그 지면이 지금도 “독재자에게 향수”를 느끼다 못해 독재자 귀신을 수시로 무덤에서 불러내고 방송의 도구화를 적극 지지하는 그 원흉이라는 것을 모르는 모양이다.
전여옥을 ‘여자 이재오(특히 입을 X꼴리는 데로 떠벌린다는 측면에서)’라고 하기에 아깝지 않은 칼럼이 있으니, 바로 대통령을 한낱 ‘국민기쁨조’ 취급한 “기쁨을 못 준 대통령은 물러나길”이라는 것이 그것이다.
(그녀는 탄핵이 통과되던 날 SBS 토론회에 나와서 자기는 “지난 1년 동안 노무현 대통령이 잘 되기를 진심으로 바랬다”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그녀가 지난 1년 동안 쏟아놓은 칼럼의 대부분의 내용은 ‘노무현 대통령은 물러나야 한다’라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그녀는 자기가 1년 내내 앵무새처럼 지껄였던 말들을 쏙 빼놓은 채 방송인 출신답게 뻔뻔스러운 거짓말로 방송용 멘트를 날린 것이다.)
이처럼 ‘여자 이재오’라고 불리던 그녀는 어제 ‘남자 전여옥’이 국회의원으로 몸담고 있는 한나라당에 대변인으로 입당했다. ‘여자 이재오’ 전여옥과 ‘남자 전여옥’ 이재오의 만남. 이건 단순한 만남이라기 보다는 생물학적 성별만 다른 두 인간의 물리화학적 결합을 뜻하는 것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까 이 두 인간의 결합은 곧 한 몸뚱아리에서 같은 말을 지껄이지는 두 목소리의 주인공 ‘아수라백작’의 탄생을 의미하는 것이다. 당장 오늘부터, 우리는 지난 70년대 흑백 TV만화 시절을 풍미했던 <마징가Z>에 등장했던 ‘아수라백작’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이처럼 한나라당이라는 한 정당은 정당의 현실적 실체와 상징성 모두에서 과거회귀적인 정당임을 스스로 폭로하고 있는 셈이다.)
전여옥과 이재오의 결합에 대해 한 가지 더 짚어 볼 것이 있다. 전여옥의 정치적 행보에 실은 한나라당과 결코 함께 할 수 없는 과거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녀는 지난 대선에서 정몽준 캠프에 가담했었다. 단순히 가담했던 게 아니다. 정몽준 후보의 연설문 작성팀의 책임자였으며, 한 때 직접 TV에 출현해서 한나라당의 이회창 후보를 신랄하게 공격하기도 했다.
정몽준의 막판 배신이 있었다고는 하더라도, 결국 정몽준의 존재는 지난 97년 이인제의 존재와 마찬가지로 이회창과 한나라당의 집권을 두 번째로 좌절시키는 핵심고리를 담당했다는 측면에서 정몽준 캠프에 몸담았던 사람이라면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적’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여기서 ‘적의 적은 우리의 동지’라는 새삼스러운 전시 전략이 지지를 얻는다. 정몽준 캠프는 결코 노무현과 같은 길을 갈 수 없다는 점에서 한나라당과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는데다 ‘반노무현’이라는 분모를 키우다보니 과거에는 서로 죽이지 못해 악다구니를 썼던 두 세력이 ‘공동의 적’을 두고 한 판 싸움을 벌여야 하는 한 편이 된 셈이다.
전여옥 한나라당행은 ‘X꼴리는’데로 지껄일 수 있도록 보장된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에 거대 야당이라는 정치적 배경과 더불어 운 좋으면 국회의원 뱃지까지 달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한 셈이고,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이재오의 ‘X꼴리는’데로 지껄이는 입담이 어느때보다도 절실한 시기이지만 그의 주둥아리 뿐만 아니라 얼굴을 드러내는 것 자체가 국민에게 주는 스트레스와 혐오감이 극에 달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서 그를 대체할 만한 수준으로 지껄일 수 있는 사람이 절실했다는 측면에서 전여옥을 대변인으로 영입하는 것이 결코 손해 보는 거래는 아니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여자 이재오’ 전여옥과 ‘남자 전여옥’ 이재오(한나라당)의 대결합은 이와 같은 정치적 손익계산에서 이뤄진 것이다. 그 같은 손익계산의 엽기성 만큼 두 떨거지들의 재결합이 낳을 한나라당판 아수라백작의 출현의 엽기성을, 우리는 당분간 목도해야 할 판이다. 그런데 <마징가Z>의 결말에서 아수라백작은 마징가Z의 로켓 주먹과 이단옆차기, 그리고 가슴에서 발사되는 레이저광선을 맞고 몸뚱아리가 반쪽으로 쪼깨져 뒈졌다. "내 반쪽 돌리도~~" 하면서 말이다. 이 결말 역시 몇 달 뒤 한나라당에서 벌어질 사태의 알레고리가 아닐 수 없다.
스피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