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4835 vote 0 2023.06.21 (19:38:42)

    그의 죽음은 누구나 예견할 수 있었다. 아무도 그를 살리려고 하지 않았다. 그래서 죽었다. '살릴 수 없었다'가 정확한 표현이다. 한국인의 역량으로는 그 정도 안 된다. 평론가가 있어야 한다. 문제를 제기하고 여론을 조성하고 분위기를 잡아주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한국에는 없다. 언론이 나서지 않으면 시민이 어찌할 도리가 없다. 그는 여러 번 사회를 향해 구조신호를 보냈다. 그의 죽음을 예견하지 못했다고 말하는 사람은 상식이 없거나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이다. 혹은 사회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혹은 도박을 한 사람이다. 


    킥킥거리며 안 죽는다에 돈을 건 사람이다. 두 가지 전략을 선택할 수 있다. 하나는 냉소하고 돌을 던지는 전략이다. 거짓말을 했으니까 네 잘못이다. 자업자득이다. 네가 네 무덤을 팠다. 이렇게 말하면 마음을 다치지 않을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이 전략을 선택한다. 


    그들은 피둥피둥 살아남아 대통령도 되고 영부인도 된다. 그들은 가진 것이 많으므로 자신을 방어하는 전략을 쓴다. 밑바닥 세계와는 거리를 두고 모른 척한다. 엮여봤자 얻을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자부심이 없는 사람이다. 자기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다. 


    다른 하나는 이런 일로 성공사례를 만들고, 미담을 완성하고, 유종의 미를 거두려고 하는 사람들이다. 인간에 대한 신뢰를 끝끝내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성공사례를 자신의 미션으로 삼아 자신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사회에 녹아드는 계기를 얻는 전략이다. 


    인간은 애착을 얻고 싶어한다. 사회와 섞이고 싶어한다. 방송사가 최성봉을 발굴한 것은 그런 사회의 수요를 간파했기 때문이다. 한번 팔아먹고 버렸지만 말이다. 최성봉은 왜 거짓말을 했을까? 허술한 거짓말이다. 의지할 등 뒤의 벽이 없는 사람의 전략이다. 


    자신이 다가가지 못하므로 상대방이 다가오게 해야 한다. 좋은 일로 다가오게 하지 못하면 나쁜 것으로 다가오게 한다. 어쨌든 그는 한국인들에게 기회를 주었다. 그는 왜 죽었을까? 살고 싶지 않아서 죽은 것이다. 그에게는 이 나라가 그닥 매력적이지 않았던 거다.


    미션이 주어졌고 한국인은 실패했다. 일찌감치 최성봉의 실패를 예견하고 미션에서 발을 뺀 사람도 있고, 최성봉을 돌보지 못하는 한국인의 실패를 예견한 사람도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션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인간은 미션을 잃을 때 죽기 때문이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6859 저항을 넘어서 자유를 바라보기 2005-08-05 19341
6858 신과 인간의 관계 김동렬 2009-02-18 19336
6857 엘 고어 감독의 불편한 진실 image 11 김동렬 2010-02-17 19335
6856 단일화충격 - 이것이 노무현식 정치다 image 김동렬 2002-11-11 19327
6855 김두관, 참여정부가 암흑기였다? 김동렬 2007-06-28 19301
6854 DJ가 한번 더 평양을 다녀와야 한다 image 김동렬 2003-06-16 19289
6853 럭스와 카우치 2005-08-03 19273
6852 그림설명 image 김동렬 2011-07-13 19255
6851 김대중 전 대통령 CBS창사 50주년 대담 김동렬 2004-10-22 19255
6850 칼기 사건의 진실은? image 김동렬 2003-11-20 19253
6849 바퀴벌레의 아이큐 1 김동렬 2011-06-21 19249
6848 미녀 응원단을 환영하며 image 김동렬 2003-08-20 19239
6847 양들의 모래시계 image 2 김동렬 2010-10-03 19218
6846 전체가 먼저 부분은 나중이다. image 9 김동렬 2011-12-20 19202
6845 송두율은 죽었다 image 김동렬 2003-10-02 19190
6844 편집용 image 김동렬 2011-01-23 19184
6843 이회창진영이 구사하는 최악의 전술 김동렬 2002-12-05 19178
6842 홍규옹은 하늘로 YS는 창에게로 image 김동렬 2002-11-21 19126
6841 추가할 내용 image 김동렬 2010-07-18 19122
6840 신경계정치와 호르몬정치 김동렬 2003-07-07 19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