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5091 vote 0 2023.06.11 (23:54:09)

    수도꼭지를 틀어막으면 수압이 강해진다. 2를 1로 줄이는게 힘이다. 면적을 줄였더니 압력이 강해졌다. 선택지를 줄였더니 권력이 강해졌다. 


    벽을 등지고 앞을 바라보면 걱정이 없다. 두 방향에서 오던 적군이 한 방향으로 좁혀졌다. 공간을 좁히는 것이 힘이다. 신은 힘이다. 신은 내 역할을 좁힌다. 


    나를 이끌어 여기까지 도달하게 한 것은 등 뒤의 벽이다. 내가 앞으로 가야 할 일은 눈앞에 펼쳐져 있다. 신을 믿는다는 것은 내가 여기까지 도달한 것은 우연히 흘러든 것이 아니라 필연의 거대한 힘에 등을 떠밀려 온 것임을 아는 것이다.


    나는 바둑의 포석처럼, 장기의 행마처럼 임무를 부여받고 여기에 포진해 있다. 내가 잘못한다면 나를 잘못 배치한 신의 책임이다. 


    인간이 기도하는 것은 신의 벽을 등지고 서서 앞으로 갈 것을 약속하는 것이다. 신은 인간의 소원을 들어주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으로 하여금 임무의 실천을 약속하게 하는 존재다. 


    신은 힘을 가진 존재가 아니라 인간이 가진 힘을 깨닫게 하는 존재다. 인간은 신의 은총 덕분이 아니라 자신의 약속 때문에 강해진다. 


    빅뱅에서 출발하여 은하계와 태양계를 거쳐 역사와 문명을 거쳐 지금 여기에 와 있다는 사실이 내 등 뒤의 벽이다. 그렇다면 내가 앞으로 가야 할 길도 명백하다. 온 길을 알면 갈 길을 안다. 벽을 등졌으면 앞으로 발을 내디뎌야 한다. 


    인간은 운명에 등을 떠밀리고 수렁에 빠지고 코너에 몰리고 선택지를 빼앗긴다. 그것을 받아들이고 든든한 벽으로 삼아 한 걸음 더 내디뎌야 한다. 일어날 일은 일어나고 가야 할 길은 가게 된다.


[레벨:12]청풍녹수

2023.06.12 (12:52:06)

프로필 이미지 [레벨:9]SimplyRed

2023.06.12 (23:51:32)

우리도 결국은 근본으로부터 흘러온 에너지의 일시적인 모습... 

에너지의 법칙을 따르지 않는다는 것이 더 이상하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7224 일타강사 전한길 1 김동렬 2025-01-22 3351
7223 구조론 1 김동렬 2025-01-22 3564
7222 윤석열 대선보이콧 지령 김동렬 2025-01-22 3229
7221 비대칭의 힘 김동렬 2025-01-21 3421
7220 윤석열 최후의 발악 image 김동렬 2025-01-21 3704
7219 선과 악의 과학 3 김동렬 2025-01-20 3530
7218 악인의 재능발견 5 김동렬 2025-01-19 3886
7217 무당정권의 기원 1 김동렬 2025-01-19 2918
7216 윤석열 감옥공천 김동렬 2025-01-18 3125
7215 병맛 과학자들 2 김동렬 2025-01-17 3224
7214 윤석열 몰락법칙 김동렬 2025-01-16 3718
7213 지능의 기원 3 김동렬 2025-01-16 3086
7212 슬픈 한국 3 김동렬 2025-01-15 3594
7211 창의가 가장 쉽다 10 김동렬 2025-01-14 3589
7210 멍청한 것이냐, 미친 것이냐 김동렬 2025-01-14 3203
7209 위기의 민주주의 4 김동렬 2025-01-12 4502
7208 토벌군은 의연하게 김동렬 2025-01-12 3547
7207 방향론 김동렬 2025-01-11 3473
7206 다이나믹 진보 김동렬 2025-01-09 3691
7205 쿠데타세력 정리방법 김동렬 2025-01-08 42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