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002 vote 1 2023.06.01 (18:21:43)

    인류가 모르는 것이 세 가지 있다. 인류는 첫째, 원인을 모른다. 둘째, 힘을 모른다. 셋째, 이론을 모른다. 합치면 의사결정 메커니즘이다. 원인은 내부에서 결정하고, 힘은 외부로 전달하고, 이론은 널리 복제한다. 마침내 우주를 가득 채운다.


    원인이 범인이라면 힘은 흉기와 같다. 이론은 현장검증이다. 원인과 결과를 연결하여 사건을 재구성한다. 어떤 원인 말고 모든 원인의 원인, 어떤 힘 말고 모든 힘의 힘, 어떤 이론 말고 모든 이론의 이론을 알아야 한다.


    인류는 우주 안의 모든 사건이 공유하는 하나의 플랫폼을 모른다. 도무지 의사결정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모른다. 문제는 모른다는 사실조차 모른다는 점이다. 결정자와 전달자를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것을 설명하는 것과 그것을 가리키는 것은 다르다. 결정자는 내부에서 작동하는 메커니즘을 설명해야 하지만 외부에 드러나 있는 전달자는 그냥 가리키면 된다.


    원인은 메커니즘이다. 의사결정하는 메커니즘으로 설명해야 설명한 것이다. 결과는 단순 전달자다. 심부름꾼이다. 전달만 하므로 위치만 찍어주면 된다. 결과는 손으로 가리키기만 해도 충분하다. 문제는 가리켜놓고 설명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원인 - 내부에서 결정한다.

    결과 - 외부에서 전달한다.


    우리는 결정과 전달을 구분하지 못한다. 원인은 내부에서 결정하고 결과는 외부에서 전달한다. 결과는 원인으로 설명할 수 있다. 원인은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가? 결과로 원인을 설명할 수 없다. 전달자로 결정자를 설명하면 안 된다.


    기관차로 객차를 설명할 수 있지만, 객차로 기관차를 설명할 수 없다. 엔진으로 바퀴를 설명할 수 있지만, 바퀴로 엔진을 설명할 수 없다. 머리로 꼬리를 설명할 수 있지만, 꼬리로 머리를 설명할 수 없다. 전체로 부분을 설명할 수 있지만, 부분으로 전체를 설명할 수 없다. 미국으로 뉴욕을 설명할 수 있지만, 뉴욕으로 미국을 설명할 수 없다. 엔트로피의 비가역성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열은 뜨거운 곳에서 차가운 곳으로 움직인다. 뜨거운 것으로 차가운 것을 설명할 수 있지만, 차가운 것으로 뜨거운 것을 설명할 수 없다. 단, 가리킬 수는 있다. 뜨거운 것과 차가운 것은 대칭되기 때문이다. 뜨거운 것은 차가운 것의 반대다. 그러나 그것은 설명이 아니다. 포지션에 불과하다. 뜨거운 것은 대류와 복사와 전도의 메커니즘이 있으므로 그것으로 차가운 것을 설명할 수 있지만, 차가운 것은 대류와 복사와 전도가 없으므로 아무것도 설명할 수 없다.


    빛으로 어둠을 설명할 수 있지만, 어둠으로는 빛을 설명할 수 없다. 빛은 입자가 있다. 어둠은 그 입자가 없다. 어둠은 빛을 전달하는 광자의 숫자가 적은 것이다. 빛은? 어둠을 전달하는 암자의 숫자가 적은 것인가? 아니다. 암자는 없다. 어둠으로 빛을 설명할 수 없다. 가리킬 수는 있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5567 전략균형론 1 김동렬 2020-12-06 2989
5566 죽음은 없다 1 김동렬 2021-09-07 2990
5565 모아이의 진실 김동렬 2021-09-08 2992
5564 최동훈 영화는 영화가 아니다. 김동렬 2024-01-11 2992
5563 동원이란 무엇인가? 1 김동렬 2020-07-26 2993
5562 X세대는 노무현주의다 김동렬 2020-10-25 2995
5561 방향성 찾기 1 김동렬 2019-10-16 2996
5560 투로와 간합 김동렬 2022-01-24 2996
5559 이재명의 위기대응팀은? 2 김동렬 2022-09-29 2996
5558 다윈이 틀렸다. 3 김동렬 2020-11-22 2997
5557 행복이냐 치열이냐 김동렬 2020-09-09 2999
5556 엔트로피의 이해 image 2 김동렬 2020-08-30 3000
5555 언어냐 사실이냐 2 김동렬 2019-01-18 3001
5554 질러야 한다. 1 김동렬 2020-08-05 3001
5553 양자역학과 구조론 김동렬 2021-09-27 3001
5552 생각의 기술 김동렬 2021-10-15 3001
5551 인공지능 회의론 1 김동렬 2020-01-27 3002
5550 왜 왜가 문제냐? 2 김동렬 2020-07-22 3002
5549 지능이란 무엇인가? 김동렬 2023-07-05 3002
» 결정자와 전달자 김동렬 2023-06-01 3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