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진실을 말하는 사람의 얼굴빛은 맑고 표정은 굳세다. 거짓을 말하는 사람은 얼굴색이 붉으락 푸르락 변하고, 눈동자가 이리저리 구르고, 그 말하는 입의 모양은 쥐처럼 변한다.

“말로 이기면 뭐하나 진실에서 이겨야지.”

TV토론을 보는 시청자들은 그 쏟아진 말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인간들의 변화무상한 얼굴빛으로 판단하는 법이다. ‘저놈 낯빛이 고약하니..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구나’ 하는 것을 본능적으로 눈치채는 것이다.

『 참 기가 막히는 일이오 귀도 막히고. 』

‘진정성’.. 말로 설명할 수 없다. 말 안해도 안다. 논리가 서지 않아도 그냥 통하는 것이 있다. 머리로 이해시키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것 말이다. 그러므로 성공한 정치인들 중에는 웅변가도 많지만 의외로 눌변가도 많다.

‘진정성’.. 거기에는 기승전결의 과정이 있다. 한번 말해서 안믿어준다. 두 번 약속해도 안믿어준다. 세 번 다짐해도 안믿어준다. 어떤 말을 해도 믿지 않는다. 혜가가 기어이 제 왼팔을 자르고야 달마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었듯이 말이다.

그들은 노무현의 ‘말’을 걸고 자빠지지만 알아야 한다. 노무현은 말로 승리하지 않았다. 노무현은 진정성으로 승부한 것이다. 스스로 자신의 왼팔을 잘라서 인정받은 것이다.

‘1/10’이 넘었다니 어쨌다니 하는 말꼬리잡기.. 그들은 그것이 노무현이 던져준 ‘일용할 양식’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그들은 그 ‘1/10’에 코가 꿰어서 부처님의 손바닥을 떠나지 못하고 거기에 갇혀서 금쪽같은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우리당의 창당시점은 사실 최대한 늦춘 것이긴 하지만.. 그래도 너무 일렀다. 역풍이 불기에 충분한 기간이 있었다. 그런데도 왜 지난번 대선의 경선직후와 같은 역풍이 불지 않았을까? 필자는 옛 글에서 창당은 올 2월이 좋지만, 앞당겨 창당하려면 반드시 2라운드와 3라운드가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고 진단한 바 있다.

보통이라면 지지율을 역전시킨 직후가 위험하다. 보통은 일등의 오만을 보여서 악재 쏟아지고 다시 반전된다. 우리당의 창당직후 1위로 등극한 시점에 악재 쏟아지고 한나라당이 재창당 수준의 환골탈태를 했으면 반전의 기회도 있었다.

그들은 ‘시민혁명’ 등 노무현의 몇마디 말에 홀려서 금쪽같은 시간을 허비한 것이다. 탄핵.. 시간낭비일 뿐이다. 그 시간 낭비해줘서 고맙다. 우리당의 숱한 악재들을 흘려보내줘서 참으로 고맙다. 한나라당 전당대회 역전기회 날려보내서 고맙다.

노무현이 실수하는 척 하며 미끼로 던진 그 몇마디 말이 실은 준비된 2라운드와 3라운드였던 것이다. 그들은 노무현이 말로 성공했다고 믿고 노무현의 말을 공격하지만, 민중은 말로 판단하지 않는다. 가슴으로만 판단한다.

정동영의 전국구행에 대하여
정동영이 차기 대권을 노리려면 겸손해야 한다. 근데 겸손하기가 쉽지 않다. 겸손하려 해도 겸손할 건수가 없다. 정동영이 종로에 나온다면 오만한 거다. 노무현이 부산에 간 것은 죽으러 간거지만, 정동영이 종로에 나온다면 테레비에 나오기 위한 잘난척이 된다. 안좋다.

조심해야 한다. 정동영이 겸손하려 해도 사람들은 그걸 오만으로 받아들인다. 고개를 45도로 숙이면 뻣뻣하다 하고 90도로 숙이면 쇼한다고 한다. 그럼 몇도로 숙이란 말이냐? 또한 공자선생의 지혜를 빌릴 밖에..

김용옥의 글을 발췌인용하면..

공자는 제식이 진행됨에 따라 모든 단계마다 어떻게 하는지를 물었다. 공자는 '예의 전문가'로 이름을 날린 인물이다. 그런데 막상 대사구가 되어 태묘에 들어 오니까 하나도 모르는 듯 매번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묻는 것이다.

그래서 혹자는 말한다: "아니 누가 저 추인의 자식을 예의 전문가라고 했단말인가?" 이 말을 듣고 공자는 무어라 답했든가?

시예야(是禮也.)

"내가 묻는다고 하는 것, 바로 그것이 예다."

김용옥은 ‘고정불변의 예는 없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 맞는 말이긴 하지만 나는 다른 각도에서 본다. 공자는 상대방에게 먼저 질문하므로서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하는 것이다. 즉 결정권을 상대방에게 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비록 형식이지만 상대방에게 결정권을 위임하는 태도.. 이것이 ‘정치’의 본질이다. 무엇이 겸손인가?

누가 결정하는가? 누구에게 결정권이 있는 것인가? 국민에게 결정권이 있다. 국민에게 결정권을 주는 형식을 밟는 것이 겸손이다.

정동영이 어떤 결정을 해도 겸손하지 않은 결정이다. 겸손하는 방법은 딱 하나 밖에 없다 그것은 국민의 의사를 먼저 묻는 것, 먼저 국민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사람들이 제일 싫어하는게 자기와 관련된 일을 다른 사람으로부터 통보받는 것이다.

정동영이 종로에 출마하면 건방진 행동이다. 종로구민의 입장을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정동영이 전국구 1번을 받으면 건방진 행동이다. 지가 당 총재인가? 정동영이 과거 DJ처럼 전국구 뒷번을 받으면 그것도 교만이다. 지가 DJ라도 된다는 말인가?

정동영이 어떤 결정을 해도 건방지다. 정동영이 전주에 출마하는 것은 건방지게 보이지 않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물론 그것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어쨌든 정동영은 지금 겸손해지는 방법을 연구하지 않으면 안된다.

전주에서 출마한다는 것은.. 최선의 결정인지는 의문이지만 스스로 자기의 격을 떨어뜨리는.. 자신을 낮추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겸손해야 한다. 언제나 결정권을 국민에게 주는 척 해야한다.

노무현의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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