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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5171 vote 0 2004.03.07 (17:23:48)

휴일이오. 꽃샘추위도 한풀 꺾이고 기어이 봄이 오기는 올 모양이오. 탄핵정국에 너무 맘졸이지 마오. 다 잘될 것이니 낙관해도 좋소.

청명에 죽으나 한식에 죽으나 죽기는 매일반이니, 죽을 때 죽더라도 '꽥' 한마디는 남기고 가겠다는 조순형엉감이 존경스럽소.

근데 말이오. 추미애선생.. 남 따라 장에 가지는 마시오. 어차피 살 날이 며칠 안남은 조순형 영감은 '장렬한 산화'를 꿈꾼지 오래란 말이오. 같이 산화하기에 당신은 너무 젊지 않소.

하여간 당신네들은 재수 옴 붙은 거요. 태풍을 무릅쓰고 항해를 멈추지 않는 미틴 선장의 배에 올라타버린 것이오. 그는 민주당의 마지막 대표가 되는 영광을 꿈꾸고 있소. 정신 차리기요.

휴일 오후에 볕 드는 창가에 앉아 차 한잔을 앞에 놓고 몇가지 단상을 흘려보오. 아제님의 글 하나를 인용하것소.

그 아가리를 찢어주랴!? - 아제 -

티비토론을 보다가 허폐가 뒤집어져..

만수무강에 심각한 하자가 더 진행되면 안된다는 절박한 판단에

그만 티비를 꺼버렸다.

 

김경재..기본적으로 싸가지가 엄따..

일국의 대통령에게 공범, 정범이니..무슨 근거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함부로 말할 수가 있는건가?

찢어진 게 입이라고..

 

포장마차에서 지 친구한테나 씨부릴 이야기를

국민이 다보는 티비토론에서..

 

옆에 있다면 기냥 귀싸대기 한대.. 떠그랄.. 고얀..

 

순수성.

정치가에게 순수성을 요구한다는 것이 가당키나 하나..

아니다.. 우리는 요구해야 한다.

그리고 이제는 그럴 때가 되었다.

 

인간은 선한 의도를 악으로 갚아서 안된다.

비록 그 선한 의도가 엉터리라도

그 의도 자체를 무시하거나 꺽어서는 안된다.

 

김경재.. 타락한 인간이다.

물론 상처가 아물지 않았기 때문이겠지만..

어른이 아닌가..

게다가 정치인 아닌가.. 공인이지 않는가.

 

이 생에 다 깨칠 수는 없다.

그건 또 과욕이다.

아쉽지만 역사의 일은 역사가 하는 것이다.

분통 터진다고 내가 대신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대신할 수 있다면 기냥.. 으그.. 주먹이 운다.. 울어.)

 

다만..내가 그 스트레스를 견딜 수 없는 것이다.

탄핵을 하든 지랄부루스를 추든 해라.

총선이 빨리 마무리 되어

저 미친 놈들의 충혈된 눈과 삐뚤어진 입이

다시 차분해지기를 기다릴 뿐.

 

이번 총선 결과로

정말 대폭 물갈이가 되지 않는다면..

나는 이 나라에 못살 것 같다.

저 꼬라지를 또 본단 말가.. 절래절래.

그렇다면 외국으로 달아나련다. 어디 푸피랜드를 찾아가든지..

 

좀 살자..이 화상들아..

 

인간들은 왜 순수를 약하다고만 생각할까.

진짜 힘은 순수에서 나오는 것인데.. 쯧.

진짜 지혜는 순수라는 양식을 먹고 자라는데.. 흡.

 

져줄 줄 모르는 인간들.

강하디 강한 약골들.

거짓에 범벅 되어

똥인지 된장인지 자기도 잊어버린 화상들.

 

그려..

담 생에라도 잘 해봐라.. 기도해 주께.

하지만 암만봐도.. 보고 또 봐도..

이번 타임에 사람되기는 아주 글렀다.. 떠그랄 자슥들아..

 

아버지를 모욕하는 것은 용서받을 수 있다.

그 아버지의 아들을 핍박하는 것도 용서받을 수 있다.

하지만 자신 안의 순수를 부정하는 놈은 영원히 용서받지 못한다.

 

왜?

그는 결핍 속에 있고 그 자신이 결핍이기 때문에

영원히 채워질 수 없기 때문이다.

 

숟가락이 없어도 밥 먹을 수 있다.

손가락이 없어도 밥 먹을 수 있다.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든 밥을 먹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자신에게 입이 없다고 믿는 놈은

영원히 밥 먹을 수 없다.

 

- 아제 -

 

휴일단상 두 번째 ..

조순형영감이 탄핵을 강행하려는 저의는 뭘까? 권위주의시대 게임의 규칙으로 말하면 적당한 선에서 라이벌의 체면을 살려주는 것이 공식이다. 즉 노무현이 우회적인 방법으로라도 사과를 하면 조순형은 체면을 세울 수 있을 뿐 아니라, 졸지에 노무현의 라이벌로 지위가 격상되는 것이다.

그러한 지위의 격상을 노렸을 법 하다. 실제로 노무현은 특검을 거부하였다가 재의결을 받아들이는 등, 고집을 피울 듯 하다가 실제로는 한걸음 뒤로 물러선 예가 여러번 있다. 앞에서는 시민혁명을 외치고 뒤로는 김우식을 영입하는 식이다.

현재 스코어로 조순형영감의 예상 .. ‘노무현은 소인배다. 일단 사과를 표명하고 돌아서서 금방 딴소리를 할 것이다. 나는 노무현의 사과를 받아들여 탄핵을 취소하는 방법으로 대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렇지만 얍삽한 노무현이 돌아서서 딴소리를 하면 한번 더 받아버려야지. 기다려라 노무현!’

하수들의 희망사항은 대개 이렇다. 노무현을 만만히 본 것이다. 대인과 소인이라는 틀로 세상을 보는 귀족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예컨대 남프들의 심리.. ‘우리는 맘껏 지역주의를 울궈먹어도 되지만 니들은 못하지 용용 죽겠지 약오르지’ 하는 심리 말이다.

‘우리는 맘껏 깽판을 놓을 수 있지만 너는 그럴 수 없지 왜? 대통령이니까. 대통령 체면에 못 그러지..용용죽겠지’ 하는 심리.. 조순형은 이런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이다.

‘소인 노무현은 대인이 되고 싶어 한다. 그러므로 대통령 체면에 개망신 당할까봐 이 정도에서 사과하고 물러설 것이다. 대인인 나는 소인 노무현이 먼저 사과하면 그를 용서한다.’ .. 이런 치졸한 발상 말이다.

하여간 노무현은 푸틴의 방법으로 조순형을 묵사발 내는 수 밖에 없다. 그것이 이 상황에서의 공식이다. 함부로 뗑깡을 부리는 넘은 단호하게 응징해야 한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빌면..

“군주는 신의를 지키는 미덕을 갖추어야 한다. 신의에 너무 집착하면 곤란에 빠지는 수가 있으므로 상황에 따라 처신해야 하다. 특히 ‘새로운 운명의 흐름과 변화’에 따라서 '여우의 지혜와 사자의 위엄을 갖추어야 한다.”

노무현, 여우의 지혜는 많이 보여줬다. 신뢰를 얻으려면 사자의 위엄을 보여야 한다. 지금까지는 약해보였다. 다른 넘들은 몰라도 조순형, 김경재 같은 배신자는 확실하게 밟아버려야 한다.

원래대로 하면 이런 문제는 항장에게 맡기는 법이다. 투항한 이부영이나 김홍신 같은 인물이 전면에 나서서 조순형, 김경재를 담그고 와야 하는데 이부영이나 김홍신이 그 정도 눈치가 있는 위인도 아니고. ‘에구 쓸모없는 것들 같으니라구, 도무지 도움이 안돼.’

휴일 단상 세 번째 ..

헤겔은 베를린으로 입성하는 나폴레옹을 보고 '보라 저기 세계정신이 온다!'라고 말했다 한다. 그 말을 해놓고 나중에 얼마나 쪽팔렸을까?

노무현을 인터뷰하고 나서 ‘대상을 집하는 성군이 되시옵소서’라고 말한 김용옥도 쪽을 팔기로는 매 한가지다.   

공희준님의 한마디가 화두가 된다. 합리적 복종의 롬멜, 이기적 굴종의 괴링, 맹목적 충성의 괴벨스라면 헤겔의 낯간지러운 ‘세계정신’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거꾸로 생각하자. 헤겔은 ‘세계정신’이라는 표현이 멋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 말을 어디에 써먹을까 생각하다가 문득 나폴레옹을 발견하고 ‘찬스다’ 하며 자신이 고안한 이 단어를 선전한 것이다. 즉 헤겔이 나폴레옹을 이용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김용옥도 노무현을 이용했을 뿐이다. 어쨌든 노무현은 주목효과가 높은 광고모델은 되니까. 모두가 노무현을 이용하려 하고 있다. 조순형도, 김경재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허다한 논객들이 네거티브의 방법으로 노무현을 이용하려는데 있다.

헤겔이나 김용옥처럼 포지티브의 방법으로 노무현을 이용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왜? 그럴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포지티브에는 고도의 테크닉이 필요하다.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쨌든 나폴레옹은 갔지만 헤겔의 세계정신(혹은 시대정신)은 남았다. 처음 알렉산더가 왔을 때는 알렉산더가 세계정신이었고, 다음 카이사르가 왔을 때는 카이사르가 세계정신이었을 것이다. 아니다. 알렉산더도 카이사르도 나폴레옹도 아니다.

그들은 주목효과가 높은 광고모델이었을 뿐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진정한 세계정신(시대정신)은.. 크게 무리지어 가며 흐름을 만들어 내는 우리들이 가진 이심전심의 공유된 코드 그 자체이다. 서태지도, 노무현도, 월드컵도 우리들의 세계정신을 현시할 주목도 높은 광고모델일 뿐이다.

하여간 로멜의 합리적 복종 앞에 헤겔의 ‘선의의 이용’이 있다.  

노무현의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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