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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095 vote 0 2023.05.08 (19:50:58)

    80억이나 있다는데 대화가 되는 사람 하나가 없다. 내가 진짜 듣고 싶었던 이야기는 누구의 입에서도 말해지지 않았다. 다들 시시한 이야기만 하고 있다. '네가 이렇게 하면 나는 이렇게 한다'는 식의 너절한 맞대응 논리 말이다. 조건부 행동이다. 그게 비참한 거다. 


    인간들아. 그런 식으로 살고 싶냐? '조문도 석사가의'라 했다.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 눈이 번쩍 떠지는 진짜 이야기를 해야 한다. 상대성의 언어가 아니라 절대성의 언어라야 한다. 네가 어떻게 하든 상관없이 나는 이 길을 가련다고 말해야 한다. 


    아무도 그것을 말하지 않으므로 내가 말할밖에. 말을 꺼내고 보니 과연 쉽지 않은 이야기다. 아무도 말하지 않는 이유가 있었다. 인간은 살다가 죽으면 된다. 신은 어떻게 하는가? 행복타령, 사랑타령은 다른 사람에게 말을 거는 수단일 뿐 진지한 이야기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무엇을 하는가다. 그리고 내가 그것을 할 수 있는가다. 에너지가 있어야 할 수 있다. 에너지의 원천은 무엇인가? 인간은 지구에 내던져진 존재다. 무엇을 해야 하는가? 에너지를 어떻게 조달하는가. 이 두 가지만 짚어주면 어떻든 살아갈 수 있다. 


    인간으로 하여금 행위하게 하는 힘은 일차적으로 동물의 본능에서 나온다. 이차적으로 사회적 기술에서 나온다. 태어난 대로 살면 되고 다른 사람과 맞춰 살면 된다. 그것은 반응하는 것이다. 배가 고프면 먹고 배가 부르면 잔다. 환경이 부르면 내가 응답하는 것이다.


    그것은 상대성의 영역이다. 맞대응의 영역이다. 내 몸이 그것을 요구하므로 내가 그것을 한다. 내 주변이 그것을 요구하므로 내가 그것을 한다. 그것은 조건부 행동이다. 동물의 본능에 반응하는 존재라면 비참하다. 다른 사람 눈치보며 전전긍긍한다면 비참한 거다. 


    지구에 빌붙어 사는 80억이 다 죽고 하나만 남았다 해도 먹히는 이야기가 진짜다. 지구에 인간이라고는 오직 나 하나뿐인데 그래도 살아야 한다면 이유가 있다. 생각하면 지구에는 80억 개의 섬이 있다. 모두 고립되어 있다.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가 그러하다.

    

    나이트 샤말란의 신작 똑똑똑이 그러하다. 지구에 인간은 하나다. 연꽃처럼 물들지 않고 혼자 가야 한다. 인생은 코뿔소의 외뿔처럼 혼자 가는 길이다. 제임스 카메론의 2011년작 생텀도 그렇다. 해저동굴에 갇혀서 절망적인 상황에서 계속 힘든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인간은 주어진 대로 사는 존재다. 타고난 성격을 고쳐야 한다면 피곤하다. 남자로 나면 남자로 살고 여자로 나면 여자로 산다. 보통은 주변과 맞춰 살면 된다. 그것을 넘어서서 선택을 강요받을 때 힘들어진다. 초인은 그것을 넘어선다. 지도자는 그것을 넘어야 한다. 


    함대의 운명을 책임진 선장은 그것을 넘어서야 한다. 핸들을 잡으면 선택을 강요받는다. 핸들을 어느 쪽으로 꺾어도 사람이 다친다. 생텀에서 동굴 탐험가 프랭크는 어떤 선택을 해도 사람이 죽는 상황에 몰린다. 패닉에 빠지지 않고 합리적인 선택을 포기하지 않는다.


    어렸을 때는 나 하나면 돌보면 되는데 어른이 되면 책임질 일이 많아진다. 인간은 행위하는 존재다. 행위를 따라야 한다. 행위의 흐름에 묻어가는 것이 정답이다. 물은 물결따라 가고, 바람은 바람결따라 가고, 삶은 삶결따라 흘러간다. 행위는 꼬리에 꼬리를 문다.


   인간은 행위의 연속성에 묻어가는 것이다. 삶을 이끄는 에너지는 그곳에 있다. 죽으면 무로 돌아가는 것은 하는게 아니다. 많은 것이 무로 돌아간다. 기쁨도 슬픔도 사랑도 미움도 죽으면 무로 돌아간다. 먹은 것도 뱉어낸 것도 무로 돌아간다. 끝끝내 남는 것은?


   무로 돌아가지 않는 것은? 행하면 그대로 쌓이는 것은? 신이다. 신이 무엇을 하는가? 신이 인간을 심판한다면 그것은 무언가를 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변해야 내가 무엇을 한 것이며, 신이 변해야 신이 무엇을 한 것이다. 내가 변한 것과 신이 변한 것의 결맞음이다.


    결맞음에 의해 내게 에너지가 전달되어 하루를 살아갈 힘을 얻는다. 그것이 삶결이다. 인간은 삶의 에너지를 공급받는 라인 안에 머물러야 한다. 그것이 내가 무엇을 하게 하는 근원이다. 신의 행위가 인간 사회에서 집단의 행위로 전개하고 나의 행위로 연역된다. 


    신이 변해야 신이 존재한다. 종교의 신은 존재와 부재의 차이가 없다. 종교의 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신이 인간을 심판한다면 인간이 무언가를 한 것이다. 심판은 선수를 보조할 뿐 행위의 주체는 선수다. 신은 행위하여 신 자신을 변화시킨다. 이것이 진짜다.


    인간은 행위하여 인간 자신을 변화시킨다. 인간은 신과의 결맞음의 흐름에서 하루를 살아가는 에너지를 조달한다. 신의 의미는 액션의 부단한 연결이다. 인간의 행위는 끊어져도 신의 행위는 계속 가는 것이다. 인간은 그 이어지는 행위의 흐름에서 안정감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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