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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058 vote 0 2023.05.03 (10:56:10)

    구조론의 각별한 점은 예측이다. 인간은 무의식적으로 사건의 결과 측에 주목한다. 그러므로 사건의 다음 단계를 예측하지 못한다. 구조론은 원인 측에 주목하므로 결과를 예측한다.


    예측되지 않으면 예측가능한 상황을 만들면 된다. 게임을 걸면 된다. 내시균형에 빠뜨리면 된다. 선택을 강요하면 된다. 코너로 몰아서 선택지를 줄이면 된다. 수렁에 빠뜨려 놓으면 결과는 뻔하다. 


    카지노에 드나들기 시작하면 결과는 뻔하다. 마약에 중독되면 결과는 뻔하다. 더 많은 주사위를 던져서 큰수의 법칙을 적용하면 된다. 큰 판을 벌이면 판돈이 많은 사람이 이긴다. 포기하지 않으면 끝까지 가는 사람이 이긴다. 


    장기전을 하면 올라갈 팀은 올라가고 내려올 팀은 내려온다. 이길 팀이 이긴다. 천하대란이 일어나면 명분이 있는 쪽이 이긴다. 도덕적으로 올바른 쪽이 이긴다. 끝까지 가면 답은 정해져 있다.


    유방이 항우를 이기는 것은 정해진 것이다. 유방은 동료와 합을 맞춘다. 합은 갈수록 맞아진다. 전투가 거듭될수록 실수가 줄어든다. 항우는 갈수록 데미지가 누적된다. 항우는 한 번만 져도 지고 유방은 한 번만 이겨도 이긴다. 


    연합국이 추축국을 이기는 것은 정해져 있다. 애초에 침략한 쪽이 자기네 진영의 불리함을 알고 그 약점을 메우기 위해 침략한 것이기 때문이다. 원초적인 불리함이 끝까지 가면 드러나는 것이다. 요행수를 바라고 침략하지만 요행수는 혼란한 초반에만 나타난다. 


    전쟁은 비용이 들고 비용을 소비하면 방관하던 제 3자도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 대서양에서 미국의 상선이 잇달아 침몰하여 비용이 발생하자 미국이 개입할 수밖에 없게 된 것과 같다. 


    핵에 의한 평화가 유지되는 것도 인류공멸이라는 핵전쟁의 결과가 예측되기 때문이다.


    1. 예측가능한 형태로 게임을 변화시킨다.

    2. 예측가능한 지점을 찾아서 공략한다. 


    예측이 가능한 구조로 게임을 변형시켜야 한다. 닫힌계를 걸고 압력을 가하여 강체를 유체로 만들고, 단기전을 장기전으로 만들고, 국지전을 전면전으로 만들고, 냉전을 열전으로 만들어야 한다. 압력을 걸어주면 계 내부가 균일해져서 복잡성이 제거되고 판은 단순화된다. 혹은 단순화된 지점을 찾으면 된다. 조직의 급소, 사슬의 약한 고리, 구조적인 취약점을 찾아 승부를 걸면 예측대로 된다. 허생이 제주도의 말총을 독점하여 망건 가격을 올린 것과 같다. 시장의 급소를 찾은 것이다. 


    예측이 불가능한 사건은 예측가능한 형태로 변형하거나 예측가능한 지점을 찾아서 공략할 수 있다.


    인간의 사유에 맹점이 있다. 급소가 있다. 약점이 있다. 그것은 무의식적으로 주어를 찾으려는 것이다. 타인과 대화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주어가 없으면 다른 사람에게 말을 걸 수 없다. 그러나 자연에는 주어가 없다. 주어는 인간이 편의로 만들어 놓은 사람들 사이의 약속에 불과하다. 언어의 함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서구의 원자설과 원소설은 언어적 편의를 위해 억지 주어를 만든 것이다. 대승불교의 공 사상은 그것을 부정한다. 석가는 고유한 성질을 부정했다. 주역의 중용사상과 음양사상도 마찬가지다. 노자의 '도가도 비상도, 명가명 비상명'은 서구의 원자설과 원소설을 정면으로 부정한다. 애초에 사유의 출발점이 다르다. 근래에 이루어진 양자역학의 성과 역시 원자설과 원소설의 발상법을 강력하게 거부한다.


    강물과 바닷물의 경계는 명확하지 않다. 태풍과 열대성 저기압의 경계는 명확하지 않다. 입자 단위로 똑소리 나게 나누면 편하지만 자연에 그런게 있을 리 없다. 자연은 인간을 위해 봉사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이 한국인이냐 일본인이냐는 그 사람의 행위에 의해 규정되는 것이지 날 때부터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이중국적자도 있고 무국적자도 있고 국적을 바꾸는 사람도 있다. 


    틀린 생각 - 각자 고유한 바탕이 있고 그 정해진 성질에 따라 행위한다.

    바른 이해 - 환경과의 상호작용구조에 갇혀 행위한다. 행위에 따라 규정된다.


    깨달음이 필요하다. 접근법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인간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에 주목하므로 잘못 판단한다. 범인이 죽이려고 쐈는지 피해자가 우연히 유탄에 맞았는지 그 원인은 불확실하지만 피해자가 죽은 것은 확실하다. 원인은 희미하고 결과는 명확하다. 자연히 결과 위주로 접근하게 된다. 틀렸다. 


    존재는 액션이다. 그것은 동사다. 인간과 사회 역시 행위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러나 흑인이니 백인이니 하고 차별화된 표지 중심으로 사유한다. 그게 더 쉽기 때문이다. 행위를 보지 않는다. 잘못되고 만다.


    원인 중심의 사유, 동사 중심의 사유, 행위 중심의 사유를 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 구조의 깨달음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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