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205 vote 0 2023.04.26 (14:53:51)


    존 내시는 남자 네 명이 여자 네 명과 술집에서 만나 어울리려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느냐 하는 농담 따먹기 시리즈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머피의 법칙이나 내팀내 법칙도 깊이 따져보면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 잘 디자인하면 노벨상을 받을 수 있는 대박 아이디어가 된다.


    영화 뷰티풀 마인드에서 내시는 천재로 소문이 나서 압박감에 시달렸다. 다들 쳐다보고 있다. 졸업하기 전에 성과를 내서 천재성을 입증해야 한다. 자신을 쥐어짜서 게임이론을 만들었다. 내시가 압박감에 시달리지 않았다면 그냥 웃어넘겼을 테고 노벨상도 물 건너 갔을 것이다.


    머피의 법칙은 선택적 기억에 따른 확률착각이 맞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왜 그런 농담에 이끌렸느냐다. 수렁에 빠진 사람은 어떤 선택을 해도 더 깊이 빠진다. 일어날 일이 일어난다. 그런 경험이 강한 인상을 줘서 내가 지금 수렁에 빠져 있는게 아닌지를 의심하게 된 것이다.


    윤석열과 안철수는 수렁에 빠져 있다. 조만간 일어날 일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게임의 구조에 갇힌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 게임에 갇힐 수 있다. 게임은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 누구나 겪는 보편적인 일이다. 게임이냐 아니냐는 상호작용이냐 일방작용이냐다.


    이전에 말한 인지부조화, 스톡홀름증후군, 군사쿠데타, 이유극강, 유도기술, 늑대에 쫓기는 사슴, 물에 빠진 사람, 코끼리는 생각하지마, 도박꾼 심리, 계급배반투표는 모두 상대의 반응을 끌어내야 하는 게임상황이다. 액션을 받아주는 상대가 있다. 상대가 있는 게임인 것이다.


    그 지점에서 인간의 행동은 법칙을 따른다. 결과는 보나마나다. 권투선수는 혼자 주먹을 휘두르지만 유도와 씨름은 붙잡고 시작한다. 샅바를 잡혔다면 게임에 갇힌 것이다. 내시균형의 죄수의 딜레마에서 죄수는 경찰에 잡혀 있다. 제로섬 게임이라면 섬에 갇혀 있는 상황이다.


    존 내시의 술집에서 만난 네 명의 남자와 여자는 서로에게 작업을 걸어야 하는 상황에 갇혀 있다. 권투선수는 상대의 주먹을 피하면 되지만 주짓수 고수에게 잡혔다면 탈출방법이 없다. 탭을 쳐야 한다. 우리가 아는 확률게임은 상대방에 붙잡혀 있지 않은 열린 상황 이야기다.


    육상경기와도 같다. 우리는 구조에 잡힌 상황과 열린 상황을 구분하지 못한다. 게임상황과 게임이 아닌 상황을 구분하지 못한다. 흐르는 물이 바위를 뚫는 것은 바위가 물에 잡혔기 때문이다. 바위가 움직이면 바위가 이긴다. 노자의 이유극강은 붙잡힌 상황에 적용된 이론이다.


    사람 몇과 사자가 들판에서 싸우면 사자가 이긴다. 감옥 안은? 궁지에 몰리면 쥐가 고양이를 무는 법이다. 사람이 협력하여 몽둥이로 사자를 때려잡는다. 갇힌 공간은 열린 공간과 다른 법칙이 작동한다. 게임을 하다 보면 갈수록 양의 피드백에 의해 갇힌 공간으로 변화해 간다.


    애들 싸움이 어른 싸움으로 발달하며 점차 문이 닫힌다. 갈 데까지 가서 더 이상 불러올 어른이 없으면 게임에 갇힌 것이다. 외부의 지원을 포기하고 상대의 카드를 분석해야 한다. 머피 대위는 전투기를 설계하는 사람이다. 공중은 일어날 일도 일어나지 말아야 하는 공간이다.


    자동차 고장은 수리하면 되지만 고장난 비행기는 폭발하기 때문이다. 비행기는 고장의 확률을 없애야 한다. 게임이론은 비행기와 같은 닫힌 상황에 적용된다. 열린 상황이면 부모가 도와준다. 닫힌 상황이 곧 구조다. 구조는 얽힘이다. 얽히면 갇혀서 에너지 흐름을 따라간다.


    자원을 내부에서 조달하므로 엔트로피가 적용된다. 전성기의 그리스나 로마는 이상적인 군대를 만들었다. 하나씩 약점이 있다. 그리스의 팔랑크스는 지형을 이용하여 깨면 되고 로마 군단병은 한니발이 망치와 모루 작전으로 깼다. 알렉산더는 다리우스 3세의 방진을 이긴다.


    하나씩 약점이 있으며 적은 약점 하나에 올인한다. 서로 맞대응을 하면 강체가 유체로 바뀐다. 이유극강이 작동한다. 중공군은 국군만 공격한다. 국군이 유엔군의 구멍이라는 사실을 팽덕회가 알아챘다. 사창리 전투, 횡성전투, 현리전투에서 국군이 크게 깨졌음은 물론이다.


    리지웨이의 전술변경으로 강체가 유체로 바뀌고 이후로 진 적이 없다. 국군이 단독작전을 하지 않는다. 드리블을 삼가고 패스에 전념하는 축구를 한다. 내시균형은 상대방의 카드를 알면 나의 카드를 바꾼다는 것이다. 서로 맞대응을 한다. 보통은 부모의 보호와 지원을 받는다.


    수렁에 빠지면 부모가 소를 팔아서 건져준다. 이것은 일방작용이다. 일방작용은 운으로 승부가 결정되는게 보통이다. 점차 상호작용으로 바뀐다. 몇 합을 주고받다 보면 서로 상대방의 패를 알아챈다. 내 운명을 상대방이 결정하면 게임이론이고 환경이 결정하면 구조론이다.


    닉슨은 카드를 바꾸었다. ‘난 거짓말쟁이가 아냐.’ 유권자도 카드를 바꾼다. ‘국민을 이겨먹겠다고?’ 룰이 바뀌면 룰을 정하는 자가 이긴다. 닉슨은 도청이라는 팩트를 물타기 하려고 보다 큰 자신의 일생 전체의 스토리를 걸었다. 게임 종목을 바꾼 것이다. 유권자가 받아친다.


    '닉슨은 감히 국민과 대적하려고 한다. 세상에 이럴 수가.' 오십만 받고 백만! 백만 받고 이백만! 판돈을 올린 것이다. 닉슨이 자기 인생 전체의 스토리를 걸었다면 유권자는 정치권 전체의 신뢰성은 걸었다. '정치인이라는 것은 믿을게 못 돼.' 이미 도청의 문제가 아니게 된 것이다.


    로마가 그리스를 이긴 것은 전장을 돌밭으로 바꾸었기 때문이다. 한니발도 포위전으로 규칙을 바꾸었다. 몽골군의 만구다이 전술도 전쟁의 규칙을 바꾸는 것이다. 언제나 전장을 바꾸는 군대가 이긴다. 국군이 낙동강으로 후퇴하여 유리한 전장에서 방어전에 성공한 것과 같다.


    전장을 바꾸는데 따른 위험은 구멍이다. 물 샐 틈 없는 성벽에 의지하는 군대는 한 구멍만 뚫리면 전멸한다. 테오도시우스의 3중 성벽도 메메드 2세가 가져온 우르반의 대포에 뚫렸다. 게는 단단한 껍질로 무장하고 있지만 한 구멍만 뚫으면 죽는다. 그런데 그게 절대 안 뚫린다.


    한 구멍만 뚫으면 되는데 희망고문을 당하다가 진다. 재수가 없어서 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거 원래 안 뚫린다. 유체가 강체를 이긴다. 뚫는 것은 강체이고 막는 것은 유체다. 팀플레이에는 반드시 구멍이 하나씩 있는데 동료가 구멍을 메워주는 팀은 무적이 되는 것이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 고수들의 경기는 구멍이 없으므로 재미가 없다. 전쟁은 나폴레옹이나 항우와 같은 명장의 개인기 대결에서 점차 팀플레이 대결로 바뀌어 간다. 강체가 유체로 바뀌면 자원의 질이 균일한 팀이 이긴다. 협력수비를 잘하는 약점이 없는 팀이 이긴다.


    뚫으려면 유체로 바뀌기 전에 뚫어야 한다. 독소전 초반이다. 프랑스는 초반에 뚫리고 항복했지만 러시아는 땅이 넓어서 3년 버텼다. 왜 윤석열의 많은 구멍은 뚫리지 않을까? 왜 이명박의 많은 구멍은 뚫리지 않을까? 그거 원래 안 뚫린다. 동료가 구멍을 메워주기 때문이다.


    윤석열이나 이명박의 악재가 뜨면 지지율이 추락하고, 지지율이 추락하면 보수가 결집하고, 보수가 결집하면 구멍이 메워진다. 반면 힐러리는 지지율이 뒤집혔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지 않아 진보가 결집도 못 해보고 무너졌다. 구멍을 뚫으려면 상대가 모르도록 해야 한다.


    막판으로 가면 정보가 다 알려지므로 그렇게 잘 안된다. 막판 표 쏠림으로 이득 보는 진영은 항상 보수였다. 근본적으로 진보가 공격 포지션, 보수가 방어 포지션이기 때문이다. 가끔은 반대로 된다. 문재인이 이겼을 때는 진보가 방어 포지션이다. 워낙 박근혜가 삽질을 해놔서.


    문재인이 적폐청산으로 수습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김영삼이 저질러 놓은 것을 김대중이 수습하는 것과 같다. 인간의 행동이 물리법칙에 적용된다. 항상 그러한 것은 아니고 그렇게 되는 게임상황이 있다. 판을 잘 설계하고 그리로 몰아가거나 판을 짜놓고 때를 기다리면 된다.


    상대를 죄수의 딜레마로 몰아넣거나 제 발로 그리로 걸어 들어가기를 기다리면 된다. 우리가 집요하게 맞대응하면 스트레스를 받아서 제 발로 수렁으로 들어간다. 그 지점에서 극한의 법칙이 적용된다. 판은 단순하고 결과는 명확하며 확률은 백 퍼센트다. 좌고우면 필요 없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설의 어원 update 김동렬 2024-12-25 1409
공지 지정학의 의미 김동렬 2024-12-23 5632
6309 모든 이론의 이론 김동렬 2023-05-14 3378
6308 루틴 만들기 김동렬 2023-05-13 5364
6307 동기론과 게임론 김동렬 2023-05-12 3104
6306 비트코인과 구조론 2 김동렬 2023-05-12 5404
6305 사건의 키를 찾아라 김동렬 2023-05-11 3528
6304 상호의존성 감소 김동렬 2023-05-10 5359
6303 게임이론과 등가원리 김동렬 2023-05-09 3532
6302 한빛미디어 박태웅 4 김동렬 2023-05-09 5056
6301 신의 입장 김동렬 2023-05-08 3231
6300 찰스와 영국 원숭이들 1 김동렬 2023-05-07 5802
6299 신의 죽음 김동렬 2023-05-07 5274
6298 모나리자의 진실 image 김동렬 2023-05-07 3221
6297 상호의존성 김동렬 2023-05-06 3196
6296 게임의 구조 김동렬 2023-05-05 3126
6295 간첩 태영호 김동렬 2023-05-04 3443
6294 부리야트는 부여다? 김동렬 2023-05-04 5825
6293 구조론의 깨달음 김동렬 2023-05-03 3217
6292 신동엽 공중파 퇴출하라 김동렬 2023-05-02 4583
6291 노동의 슬픔 김동렬 2023-05-02 4951
6290 0의 발견과 구조론 김동렬 2023-05-01 3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