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가 고장나면 수리해야 한다. 비행기가 고장나면? 비행기는 고장 나기 전에 수리해야 한다. 이것은 시스템의 차이다. 고장나기 전에 수리하느냐, 고장난 다음에 수리하느냐. 독소전 때 독일군과 러시아군의 시스템을 비교할 수 있다. 독일군은 최고의 무기를 만들려고 한다. 최고의 전차 티거를 만들었다. 반면 러시아군은 더 빠르고 더 많은 무기를 생산하여 일회용으로 쓰고 버린다. 전차를 총알과 같은 소모품으로 생각한 것이다. 러시아가 이겼다. 요즘 인공지능의 양질전환 화두와 같다. 컴퓨터가 더 많은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실은 질이 앞서 있다. 양이 질이 된다는 것은 착각이다. 중국이 인구만 많아 보이지만 천재만 모아서 국가 안에 별도로 국가를 만들 수 있다. 문제는 일회용으로 쓰고 버린다는 소련식 발상이 비행기 제작기술의 발전에 방해가 된다는 점이다. 비행기는 고장나면 안 된다. 소련이 미국과의 우주경쟁에 패배한 이유다. 우주선은 애초에 완벽한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데 우주비행사의 목숨을 갈아넣으면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유리 가가린은 운 좋게 살았지만 소련의 많은 우주비행사는 아무도 모르게 이름이 지워졌다. 존재한 사실이 부정되었다. 소련은 실패를 언론에 알리지 않아도 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양질전환의 실패다. 우주를 양으로 정복하겠는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낙서장에는 무수히 많은 건축 아이디어가 사용되었다. MBN에 나오는 자연인은 아이디어가 몇 개냐? 없다. 약초를 캐고, 담금주를 만들고, 효소액을 만들지만 그건 표절이다. 만화가들도 처음 데뷔하기가 어렵지 캐릭터만 제대로 만들면 포드시스템으로 아이디어가 쏟아진다. 만화공장을 돌린다. 과거 박봉성이 이 분야로 유명했다. 소설가들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자전적 소설을 쓴다. 한번 성공하면 서랍에 열 편을 쟁여놓는다. 아이디어 공장이 있다. 캐릭터가 공장이다. 추리소설의 아버지 애드거 앨런 포도 비슷하다. 그는 내용이 아니라 문체로 승부한다. 스타일이 다르다. 애초에 접근법이 다르다. 무엇인가? 대량생산된 아이디어가 아니면 오히려 믿을 수 없다. 틀에 맞춘 아이디어는 대량생산될 수 없지만 틀을 바꾸는 아이디어는 대량생산될 수 있다. 틀에 맞춘 아이디어는 이미 남이 다 해먹었기 때문에 뭐를 해도 표절이 된다. 틀을 깨면 신천지다. 신대륙과 같다. 뭐를 해도 아이디어가 된다. 자연주의든 사실주의든 무슨주의든 주의라는 틀에 맞추는 것이다. 그 틀을 깨야 한다. 틀을 만들어야 한다. 새로운 주의를 열어야 한다. 문제를 푸는 아이디어가 아니라 문제를 내는 아이디어다. 어떤 관점에서 보는게 아니라 남들이 어디를 보는 지를 보는게 시스템적 사고다. 얽힌 매듭을 열심히 푸는게 아니라 칼로 잘라버린다. 시스템은 일종의 반칙이다. 오타니가 쓰는 이도류는 미야모도 무사시가 생각해낸 것이다. 그런데 그는 거인이었다. 원래 팔힘이 세서 칼 두 자루를 쓸 수 있었다. 그의 기술은 전해지지 않는다. 그 정도 팔힘이 되는 무사가 없기 때문이다. 오타니의 기술은 거의 특별한 체력 덕분이고 이정후의 기술은 특별한 유전자 때문이다. 천재들은 애초에 다른 방법을 쓴다. 그런데 그게 진짜다. 문제를 정해놓고 답을 짜맞추는 아이디어는 어떻게 해도 표절이다. 대부분 복수극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