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쯤 전에 도올의 노무현 인터뷰를 보고 쓴 글인데.. 날자가 지났지만 휴일에 심심풀이가 될까하여 대문에 올려봅니다. 너무 타박은 마시기를~
어떤 양반이 황해도 배천(白川)군수로 임명되었는데 부임을 앞두고 주상께 신고를 하러왔다. “백천 군수 아무개 이옵니다.”하고 신고를 하는데 임금이 놀라하며 “백천이라니? 배천이 아니었나?” 하고 묻는 것이었다.
‘백천’이라고 쓰지만 ‘배천’이라고 읽는다. 지이산(智異山)을 지리산으로 읽는 것과 같다. 임금이 신하들의 의견을 물어보았다. 중론은 ‘배천’으로 모아졌다. 근데 그 신관사또는 백천이 맞다고 부득부득 우기는 것이었다.
‘그래! 원리 원칙대로 강경하게 밀어붙이는 거다. 강직한 선비의 자세가 된다. 임금님 앞에서 점수 딸 절호의 찬스다.’
말인즉 백천이 맞다. 그러나 이런 태도는 진중권스러운 것이므로 좋지 않다. 중론을 따라야 한다. 다수가 배천이라면 배천인거다. 요는 ‘정치’다. 학자라면 목에 칼이 들어와도 ‘지구는 돈다’고 우겨야 하지만 정치는 다르다.
결국 그 양반은 임금께 신고하러 갔다가 벼슬 떼이고 말았다. 임금 왈 ‘너는 창자가 배배꼬인 인간이라 무슨 일이든 트러블을 일으키고 말 것이다. 조직생활에 맞지 않으니, 너는 시골에 가서 학문이나 닦도록 하여라.’ 이랬다는 거다.
과연 임금의 결정이 옳은 것일까?
장기표가 생각난다. 몇번 본 적이 있는데 낡은 양복 하며.. 검소하고 청렴한 사람이었다. 이런 깐깐한 사람이 학자라면 좋은데 정치에는 맞지 않다. 주로 사소한 것을 열정적으로 트집잡고, 중요한 문제는 대충 넘어가는 스타일 말이다.
한겨레 김어준의 홍준표의원 인터뷰를 본 소감도 그렇다. 홍준표 이 잉간도 주상께 신고하러 갔다가 벼슬 떼인 배천군수와 비슷한 스타일의 인간이다. 아주 깐깐한 양반이다. 어긋난 결정에는 절대 굴복하지 않는다. 직속 상관 이건개도 잡아넣었다.
그러나 조직생활에는 맞지 않다. 여기서 조직은 ‘정치’로서의 조직이다. 평검사만 20년을 한 것은 강직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인격에서 근본적인 결함이 있다는 거다. 물론 이런 인간도 유능한 리더를 만나면 맡은 일은 잘 한다.
그러나 정치가로는 함량미달이다. 결론적으로 홍준표는 평생 검사나 했어야 할 인물이다. 민주당에 입당한 김강자여사도 비슷하다. 경찰청장감은 되는지 몰라도 정치를 할 사람은 아니다. 한 우물을 팔 사람이 두 우물 파면 망하는 거다.
자기 전문분야 안에서 재능을 발휘하지만 그 울타리를 벗어나면 허우적 대는 인간이 있다. 정치는 예술이다. 예술을 아무나 하나?
‘하워드 딘’도 어느 면에서 그런 유형의 인물이다. 현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변화의 흐름을 읽지 못한다. 배천을 백천이라고 빡빡 우기다가 망신을 자초하고 있다. 그러나 포기할 필요는 없다. 하워드 딘은 언젠가 부활할 것이다.
필자가 김두관, 최낙정을 경계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유시민도 정치는 더 배워야 한다. 노무현의 리더십 안에서 주어진 일을 하는데는 재능을 발휘하지만 노무현으로부터 독립하여 스스로 리더가 되려면 정치를 더 배워야 한다.
결론적으로 정치를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정치는 예술이다. 예술은 민감한 성감대를 자극하는 것과 같다. 극에서 극으로 변덕을 부리는 수가 있다. 조심해야 한다. 그 군수자리 안떼이려면..
노무현 인터뷰 보고 든 생각이다. 정치 아무나 하는거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