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생각할 줄 모른다. 대화가 안 된다. 복장이 터진다. 인간은 개념적 사고에 약하다. 개념이라는 여러 가지 사물에 공통된 속성을 추려낸 것이다. 빨간 사과와 빨간 입술과 빨간 낙엽에서 공통되는 것은? 빨강이다. 그렇게 추려내는 것이 추상화다. 추상에 약하다. 빨강은 물질이 아니다. 빨강을 1그램만 분리해서 가져올 수 없다. 붉은색 물감을 가져올 수 있지만 그것은 물감이지 빨강이 아니다. 이 정도는 다들 알고 있다. 옛날에는 그렇지 않았다. 어원으로 보면 red는 쇠가 녹슬어서 만들어지는 녹이다. 붉은 것은 사람 피다. 피에는 생명의 기운이 들어 있다. 많은 임금이 황화수은 먹고 죽었다. 연단술 이야기다. 아기를 낳으면 숯과 고추를 사용하여 대문에 금줄을 친다. 붉은 고추에 생명의 기운이 들어 있어서 귀신의 침범을 막아준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물질과 추상의 경계가 없다. 사랑하는 이유는? 사랑의 원소가 넘치기 때문이지. 미워하는 이유는? 미움의 원소에 노출되었기 때문이지. 생명이 탄생하는 이유는? 생명의 원소가 작용했기 때문이지. 고대인의 사유다. 그리스 신화에 그런 이야기가 많다. 전쟁의 신이 다녀가면 전쟁이 일어난다.
원자설과 원소설에는 고대인의 어리석은 생각이 반영되어 있다. 우리가 해명하려는 것은 변화이고 변화는 움직이는 것인데 왜 고정된 객체가 원자나 원소로 지목되는가? 변하지 않는 것으로 변화를 설명한다는게 말이나 되나? 모순이라는 것을 느끼지 못하는가? 이건 초딩이 봐도 이상한 거다. 불일치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원자나 원소는 얼버무리는 말이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이야기하는가? 원인原因, 원자原子, 원리原理의 한자가 같다. 원소元素는 다르지만 비슷하다. 죄다 추상개념이다. 추상은 포지션을 말하는 것이다. 예컨대 공격수라는 말과 손흥민은 같은 것을 가리키지만 다르다. 손흥민은 공격수지만 공격수는 손흥민이 아니다. '왜 배가 아프지?' '아마 배가 아픈 원인이 있을 거야.' '맞아. 원인이 있구만. 원인 때문이었어.' '그래. 원인을 찾아봐.' '원인을 5그램만 찾으면 될까?' 원인이라는 물질이 있고 영혼이라는 물질이 있다고 믿는 등신들과 대화를 해야 하는가? '사망자의 체중을 정밀 측정해보니 의사가 의망선고를 내리는 순간 4그램이 가벼워졌어. 영혼의 무게는 4그램이라네.' 옛날에 유행했던 심령술과 관련된 임사체험 이야기다. 하드웨어의 무게가 99킬로그램이고 소프트웨어의 무게는 4그램이었어. 이런 개떡 같은 소리를 하고 있다. 소프트웨어는 무게가 없다. 인간들이 참 답답하다. 도무지 대화가 안 통해버려.
원인은 개념이지 물질이 아니고 숫자와 같은 것이다. 숫자는 양을 표시하는 사람들 사이의 약속이지 숫자가 3그램이나 5그램 정도 있는 것은 아니다. 원인이나 원자나 원소나 숫자나 영혼이나 신이나 소프트웨어는 인간들 사이의 약속일 뿐 자연에 없다. 지목될 수 없을 뿐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현대인들도 인간에 의해 지목되는 객체로서의 물질과 인간들끼리의 약속으로서의 추상개념을 구분하지 못한다. 이런 답답한 사람들과 대화를 해야하는가? 우리가 보는 소리나 색깔과 냄새는 뇌가 만들어낸 것이다. 자연에 없다. 없는데 있는 것처럼 뇌는 연출한다. 이건 뇌과학자도 설명하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우주도 연출된 것이다. 뇌가 존재하지 않는 냄새와 소리와 칼라와 맛과 촉감의 정보에 칼라를 입혀 실제로 있는 것처럼 연출할 수 있듯이 자연은 존재하지 않는 물질을 연출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모두 소프트웨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