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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700 vote 0 2023.03.30 (15:48:44)

    이현세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에 설까치가 마동탁과 사귀는 엄지를 위해 져주기 경기를 하는 대목이 있다. 설까치가 특별히 나쁜 짓을 한 게 아니라 평소와 달리 허슬 플레이를 하지 않는 방법으로 경기의 맥을 끊었다. 아마야구 심판이 승부조작할 때 쓰는 방법이다.


    사람들이 부작위에 약하다. 인간의 사유에 맹점이 있다. 무엇을 하는지를 감시하면서 무엇을 안 하는지를 감시하지 못한다. 사실 그게 쉽지는 않다. 소수로 암호를 만드는 원리와 같다. 원인을 확보한 상태에서 결과를 찾을 뿐 역으로 원인을 추적하지는 못하는 거다.


    알려진 두 숫자를 곱해서 모르는 답을 찾을 수 있다. 반대로 알려진 숫자의 원인이 되는 모르는 두 숫자는 찾지 못한다. 좌표의 X축과 Y축이 만나는 교차점 P는 잘 찾는데 P를 알려주고 X와 Y를 찾으라고 하면 못 찾는다. 질에서 입자는 잘 찾는데 그 반대를 못한다.


    공식을 적용해서 일괄적으로 풀지 못하고 숫자를 하나하나 대입해봐야 한다. 이 문제의 답은 원리적으로 없다. 기레기들도 기아 장정석 단장뿐만 아니라 아마와 프로의 만연한 뒷돈 요구에 대해 전수조사를 해보자는 기사를 쓰는게 정상인데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


    92학번 인맥파워에 눌려서 그런지 박동원에 포커스를 맞춘 묘한 기사를 쓴다. 박동원의 마음고생은 거론하면서 당장 박동원이 입은 막대한 금전손실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기아가 박동원과 장기계약 하려다 입은 손해가 크다. LG가 거액을 들여 박동원을 빼가면?


    기아와 LG는 원수지간이 된다. 구단 사이에 감정 상하면 다툼이 오래간다. 사이가 안 좋은 라이벌 구단 이야기 많다. 이런 본질을 기레기는 절대 논하지 않는 부작위를 저지른다. 구조론을 배우면 무엇의 부재에 예민해진다. 입자의 존재가 작위라면 질이 부작위다. 


    거짓말과 참말을 가려내기는 쉽다. 뭔가 방해자와 훼방꾼이 존재하면 진실이고 방해자가 없으면 거짓말이다. 항상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 있다. 한강에서 의대생이 실종되었다면 방해자는? 등잔 밑은? 마술사가 천으로 가려놓은 곳은? 물속에 있는 진흙밭이다. 


    항상 예기치 못한 무언가가 있다. 그것은 무언가를 낳는 자궁 형태로 존재한다. 서울 가본 사람과 안 가본 사람이 말다툼을 하면 안 가본 사람이 이긴다. 서울에 가 본 사람은 무언가의 부재를 말하는데 서울에 가보지 않은 사람은 무언가의 존재를 말하기 때문이다. 


    존재는 말로 표현하기 쉽고 부재는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불은 나무가 타는게 아니라 가열된 나무에서 나오는 목탄가스가 타는 것이다. 자전거는 핸들을 반대쪽으로 틀어야 한다. 왼쪽으로 틀려면 오른쪽으로 살짝 기울였다가 그 반동력으로 왼쪽으로 꺾는 거다. 


    왜? 직진성 때문에 잘 안된다. 방해자가 있는 것이다. 그것은 어떤 것의 연결 형태로 존재한다. 뭔가 연결이 잘 안된다. 철사를 왼쪽으로 휘려면 오른쪽으로 한 번 휘어야 한다. 먼저 철사의 탄성을 죽여야 하는 것이다. 탄성이라는 방해자의 부재를 지적하기 어렵다.


    크레이터는 운석이 떨어진 자국이 아니라 그게 폭발한 자국이다. 떨어진 자국이면 타원형으로 길게 패여야 한다. 서부 아프리카 모리타니에 있는 유명한 사하라의 눈은 크레이터나 분화구가 아니라 마그마가 솟았다가 그대로 식어간 자국이다. 땅이 패인게 아니다.


    지하에서 융기한 것이 차별침식으로 동그랗게 된 것이다. 당연히 패였다고 생각하므로 오판을 한다. 아프리카가 개척되지 못한 이유는 말라리아 때문이다. 물가에 집을 짓지 않고 멀리까지 물을 길러 가는 이유는 모기 때문이다. 그런 내막은 현장에 가야 알 수 있다.


    쇠는 용광로에서 녹이는게 아니라 태워서 환원하는 것이다. 스테인리스는 크롬이 순식간에 녹스는 것이다. 스테인리스는 녹슬지 않는다는 말인데 사실은 크롬녹의 막이 녹을 막는다. 식물학자라면 감자는 미리 싹을 틔워서 심어야 한다. 이는 영화 마션의 오류다.


    이런 식으로 자세히 보면 우리가 상식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죄다 조금씩 틀려 있음을 알 수 있다. 얼추 맞는데 정확하지 않다. 부작위 개념이 인류의 잃어버린 고리다. 방해자의 제거 문제는 우리의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이득이 되는 존재의 도입은 눈에 잘 보인다. 


    전쟁이라면 예비병력과 보급이 중요하다. 방해자를 제거하는 역할이다. 이런 부분은 보이지 않는다. 항우의 용맹한 돌격은 눈에 보이지만 소하의 끊임없는 보급은 보이지 않는다. 로마군은 숙영지를 튼튼하게 잘 짓는다. 돌발변수를 줄이고 방해자를 제거하는 거다. 


    그냥 오합지졸을 모아놓으면 끝없이 훼방꾼이 등장한다. 사소한 문제로 지쳐서 나가떨어진다. 프로야구 초창기에 무인도에서 수련했다는 사람이 나타나거나 민속씨름 초창기에 꾀씨름을 전수했다거나 하는 식으로 만화책에 나올 이야기가 끝없이 괴롭히는 것이다. 


    예컨대 아군의 오폭 위험이나 지원군이 제때 오지 않는다거나 피곤한 것들이다. 용맹과 사기만으로는 어찌할 수 없다. 그 변수를 줄여야 한다. 우리는 세종의 보이는 업적만 알고 이방원의 방해자 제거에는 주목하지 않는다. 세종을 괴롭힐만한 인간을 죄다 죽였다. 


    우리는 무엇을 했나가 아니라 무엇을 하지 않았나에 주목해야 한다. 대개 등잔 밑을 수색하지 않았다. 남편이 바람피웠다는 눈에 띄는 증거는 없지만 평소와 달리 짜증내지 않는게 의심스럽다. 존재보다는 무언가의 부재에 주목해야 하며 그것은 방해자의 부재다. 


    세상일은 뭐든 잘 안된다. 잘 되는 것은 기세를 타고 흐름을 탔기 때문이다. 자궁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혁명도 개혁도 방해자 때문에 잘 안된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나 검찰개혁 실패를 우리는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해야하기 때문에 하는 거다. 


    구조론으로 말하면 시행착오이론이다. 방해자 없이 잘 되고 있으면 수상한 거다. 그것이 잠복되어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뭐든 잘 안되는 점을 말한다면 그 사람이 진실을 말하고 있는 것일 확률이 높다. 옛날에 말 타고 길을 가려면 말 먹이풀은 누가 들고 가나? 


    말은 하루에 몇십 킬로나 되는 풀과 사료를 먹는다. 하인을 동반하지 않고 혼자 덜렁덜렁 길을 가다가 무뢰한들에게 봉변을 당하면? 조선시대에 서울 가려면 하인 여럿 거느리고 쌀과 솥단지를 들고 가야 한다. 이런 것을 제대로 고증해놓은 사극을 나는 본 적이 없다.


    존재가 있으면 자궁이 있다. 좌표의 P가 있으면 X와 Y가 있다. 어떤 둘의 사이가 있다. 그것은 이름이 없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놓친다. 그것의 부재를 눈치채지 못한다. 거기서 어색함을 느끼고 위화감을 느껴야 한다. 고전소설이 그렇다. 무언가 하나가 빠져 있다.


    에피소드가 나열될 뿐 그것을 하나의 중심 주제로 모아주는 구조가 빠져 있다. 그 부재는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서 말하는 3일치는 그것을 모아주는 장치다. 그러나 정작 서양의 고전주의 그림은 인물의 시선이나 자세가 일치하지 않는다.


    왜 소실점이 없는가? 왜 통일성이 없는가? 이집트 부조는 왜 고개를 돌리고 옆을 보는가? 동양화는 왜 명암과 원근이 없고 우뚝함과 오목함이 없는가? 부재를 보는 시선을 얻어야 한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고 방해자는 연결을 끊는다. 직진성은 단절을 막는다.


    앞에서 말한 실용주의 정책의 위험성도 그렇다. 실용외교의 존재만 알고 공론정치 시스템의 부재를 모른다. 국왕의 꼼수가 국가라는 건물의 주춧돌을 빼는 짓이라는 것을 모른다. 백제든 고구려든 구조붕괴로 망했다. 이괄의 난 때 돌풍 때문에 깃발을 백 보 옮겼다.


    깃발을 백 보 뒤로 물리자 반대진영에서 함성이 터졌다. 이괄군이 도망간다. 적군이 후퇴한다. 그 말 때문에 항왜군 조총부대를 거느린 이괄군이 전멸했다. 깃발 하나가 전멸을 부른 전투는 매우 많다. 비수대전이 대표적이다. 동진의 군대를 조금만 물려달라고 했다.


    그때 간첩이 후퇴다 하고 떠들어서 백만대군이 압사당했다. 남북전쟁 때도 그런 예가 있다. 남군이 산기슭에 포진하고 있다가 지형이 유리한 고지까지 후퇴해서 싸우라고 했는데 고지를 넘어 계속 후퇴해 버린 것이다. 백미터를 후퇴하려다가 영원히 퇴장해 버렸다. 


    무엇이든 집단을 묶어주는 시스템이 있다. 직진성이 있다. 그것을 해치는 방해자가 있다. 방해자를 막아내는 기세가 있다. 플러스알파가 있다. 보이지 않는 그것의 존재와 부재를 보는 눈을 얻어야 한다. 묶어주는 것이 빠지면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우므로 알 수 있다.


[레벨:10]dksnow

2023.03.30 (23:00:37)

박동원도 20-30억정도 손해보면서 92학번 카르텔을 찌른겁니다. 이거 (암묵적 카르텔) 해결안되면, 한국의 '출산파업'도 해결 안될겁니다. 80년대까지의 성장 핵심에 심각한 오류가 있는거고, 그게 출산파업으로 나타난거죠. 유소년 운동부 파업, 학교 붕괴, 젠더 갈등 다 엮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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