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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074 vote 0 2023.03.08 (10:26:17)

    중학생 때 재미있게 본 영화를 나중에 다시 보니 엉망이었던 일이 여러 번이다. 고증도 개판, 개연성도 없고, 웃기지도 않고. 그런데 그때는 왜 그렇게 재미있었을까? 영화는 뇌를 비우고 보는게 정답이지만 평론가들은 방향을 제시하고 짚어줄 것을 짚어줘야 한다.


    타이타닉은 돈값 하는 영화다. 그렇지만 솔직히 개인적으로 '이건 좀 아니지' 하는 느낌이 드는 불쾌한 영화다. 그림은 괜찮은데 근본적으로 뭔가 틀어져 있다. 우리 편이 아니다. 하인은 귀족을 위해 죽어야 한다는 이데올로기에 대해 왜 아무도 의문을 갖지 않을까?


    내가 불쾌한 것은 평론가들 때문이다. 왜 내 목에 걸린 가시가 그들 입맛 까다로운 자의 목구멍은 잘도 피해 갔을까? 다른 영화는 현미경 들이대고 씹더만. 잘 만든 영화라도 우리 편 아니면 볼 이유가 없다. 인류의 편인가, 문명의 편인가, 진보의 편인지가 중요하다.


    국가의 탄생이 그렇다. 처음 나온 제대로 된 영화. 그렇지만 KKK단을 찬양하는 쓰레기를 봐줘야 하나? 영화학도가 영화사를 배우기 위해서라면 몰라도. 3.1절에 일본군이 조선인 폭도(?)를 잘 때려잡았다는 일본영화가 있다면 작품성이 높다고 해서 봐줘야 하는가?


    독일 영화감독이 롬멜 찬양 영화를 만들면? 나치는 나치고, 전쟁은 전쟁이고, 롬멜은 군인이고, 롬멜은 군인의 의무를 다했을 뿐 정치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어. 이러고 독일군이 연합군을 작살내고 승리하는 영화를 만든다면? 내 기억으로는 그런 영화를 본 적이 없다.


    내 인생에 제일 불쾌했던 영화 중 하나는 블랙 호크 다운이다. 백인이 흑인을 많이 죽인다. 왜냐하면 죽일 구실이 있으니까. 상식적으로 상황이 그렇게 되면 항복하고 몸값을 지불하는게 맞다. 이왕 망한거 사람이나 실컷 죽이고 보자는 식으로 나오는건 정말 아니다. 


    타이타닉에 제일 깨는 것은 부자가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바다에 던져 버리는 장면이었다. 워낙 돈이 많아서 수백억쯤은 돈으로 치지 않는 거. 클레오파트라는 진주 귀걸이를 식초에 녹여 먹었다는 전설이 있다. 다른 쪽 귀걸이도 먹으려는데 안토니우스가 말렸다.


    그 진주 비싸잖아. 맛도 없는데 왜 먹어? 그냥 돈지랄이다. 타이타닉의 귀족도 돈지랄이다. 그 돈이면 후진국의 빈민 어린이 수만 명이 학교를 간다. 더 불쾌한 것은 아쉬발꿈 현상. 그 장면을 보는 순간 아쉬발꿈이라는 악마가 나타나서 내 뒤통수를 치는 것이었다.


    지금까지는 죄다 뻥이야. 마치 실화인 것처럼 진지하게 가다가 속았지롱. 메롱, 약오르징. 용용 죽겠지. 이런다. 더 불쾌한 것은 그 할매의 17살 때 모습. 소녀치고는 우둔하고 늙어 보이고 화장이 과하고 게다가 이유 없이 자살시도를 하는 둥 못돼먹었다. 미친 것이다.


    못돼먹었지만 귀족이니까 사랑해야 한다? 물론 스토리 전개상 훈훈한 장면도 몇 나오지만 초장에 글러먹었다. 등장할 때부터 재수 없게 나타났다. 더 기분 나쁜 것은 처음 보는 사람을 위해 죽겠다는 주인공의 태도다. 돌았나? 총각이 연애도 안 하고 신파부터 찍는다?


    하긴 영화니까. 그게 영화지. 그런데 몰입을 방해하잖아. 악역 남자도 지나치게 오버액션이다. 그런 좋은 배 타고 좋은 여행을 하는데 기분 잡치게 폭력을 휘두르냐? 진짜 귀족들은 영리하게 행동한다. 일단 여행은 즐겨야 하니까. 악행은 때와 장소를 골라서 한다.


    평민은 당연히 귀족을 위해 죽어야 한다는 이데올로기를 나는 거부한다. 문제는 이 사상이 한국에만 있는게 아니라는 거. 이거 한국영화도 아니잖아. 전 세계적으로 오염되었나? 으아! 견적이 안 나오네. 물론 로맨스에 초점을 맞추어 감상하면 그 부분을 피할 수 있다.


    그러기에는 3등칸 운운하며 계급차별 이야기를 너무 노골화했다. 110년 전이면 계급사회였다. 하여간 첫 장면부터 자살시도, 만나자마자 섹스. 게다가 신분이 높다는 이유로 비호감 인물에 매달리는 주인공의 지나친 아부. 양복 빌려 입고 귀족들 앞에 선 촌닭신세다.


    나 같으면 뒤집어엎었다. 목숨 구해줬으면 차라리 현찰이라도 받고 끊는게 맞지. 사랑할 수도 있지만 그건 분위기가 있고 호르몬이 변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법이다. 평민이 귀족 앞에 가면 당연히 밥이 목구멍에 안 넘어가서 체하고 허둥댄다. 자연스럽지 않다.


    1. 여배우 미스캐스팅이다.


    2. 대양의 심장을 바다에 빠뜨리느니 빈민을 위해 기부하겠다. 그런 현실에서 있을 수 없는 비현실적 장면은 이 영화가 디테일에 강한 사실주의 영화가 아니라 그냥 판타지 영화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허걱~!


    3. 초장부터 여주인공의 자살시도 등 너무 짜증 나는 민폐 전문 비호감 캐릭터다. 자자 빙크스냐?


    4. 더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었지만 얼빠진 행동으로 1200명이 죽었는데 그 부분은 슬쩍 언급만 하고 넘어가도 되는 일인가? 비판할건 비판해야 한다. 


    5. 3등칸 손님을 차별한 것은 사실도 아니거니와 계급갈등을 전면에 내세우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귀족문화를 찬양하는 배신행동을 했다. 철저하게 귀족의 부를 과시하는 연출이었다.


    6. 주변에 다른 선박이 있었는데 통신에 실패했다. 타이타닉에는 당시에 널리 사용된 서치라이트도 없었다. 다른건 꼼꼼하게 고증하면서 그런 부분은 왜 다루지 안았지? 다른 선박은 빙산을 수없이 경고하다가 타이타닉 통신사에게 욕먹었다. 


    7. 충분히 두 명이 탈 수 있는 넓은 판자였다. 


    8. 조명을 과하게 썼다. 침몰하자마자 칠흙 같은 어둠이 진실.


    9. 침몰할 때 사람이 빨려 들어가는 장면은 잘못된 것이다. 그런거 없다. 생존자 증언에 따르면 머리카락도 젖지 않았다고. 


    그래도 돈을 존나 쳐발랐기 때문에 봐줘야 하는 영화인 것은 맞다. 25년이 흘렀다. 25년간 아무도 비판을 안 한다면 이상하다. 결론은 평민이 귀족으로 신분상승하는 신델레라맨 이야기로 위장하지만 실제로는 그냥 부자 돈지랄. 특히 아쉬발꿈은 좋지 않다.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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