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824 vote 0 2023.03.03 (17:53:57)

    일제강점기에 아나키스트로 출발했다가 공산당을 거쳐 친일파가 되었다가 극우가 된 인물 많다. 유행을 따라간다. 얼마 전에 영화로도 나온 박열이 대표적이다. 극좌에서 극우까지 안 해본 게 없다. 설산 장덕수도 독립운동부터 사회주의에 친일파까지 두루 섭렵했다.


    백범은 유림으로 출발하여 동학에, 불교에, 기독교까지 안 믿어 본 종교가 없다. 이념적으로도 좌파든 우파든 형편 따라 손을 잡았다. 무슨 주의라는 것은 없다. 이승만과 김구는 임정 시절부터 형님, 아우 할 정도로 친했는데 장덕수가 암살되는 바람에 갈라선 것이다.


    이념은 거짓이고 형편이 그렇게 된 거다. 지금은 김구와 이승만을 진보와 보수가 하나씩 갈라먹고 있지만 역사를 아는 사람은 웃는다. 당시 세력분포는 이승만, 김구 등 원로 우파와 젊은 공산당이 대결하는 중에 세력이 약한 친일파가 양다리 걸치고 중재하는 모양새다.


    여운형, 송진우, 장덕수 등 암살된 사람은 공통점은 중재를 시도한 것이다. 이들은 언론사 세력으로 군대가 없기 때문에 양다리 걸친다. 좌파와 우파는 해외에서 활동하며 무장세력을 거느리고 귀국했는데 국내에 남았던 세력은 사병이 없다. 이들은 친일파로 몰렸다.


    유태인의 디아스포라와 같다. 그리스가 침략할 때 도망가지 않고 이스라엘에 남으면 무조건 배신자다. 625 때도 그렇고 2차대전 때도 그렇다. 피난 가지 않으면 적으로 간주된다. 한강 다리가 끊겨 피난을 못 간 사람은 월북 되는데 그걸 노리고 일부러 남았다는 거다.


    일제강점기 당시 해외로 가지 않고 국내에 남은 세력은 언론사를 했는데 언론활동 자체가 독립운동이다. 신문사를 뺏기지 않으려면 친일할밖에. 이승만은 해외파지만 군대가 없었다. 자연히 친일파와 손을 잡게 되었는데 여운형, 송진우, 장덕수가 차례로 암살된다.


    김구는 장덕수 암살 배후로 몰려 이승만과 틀어졌다. 군대가 없는 사람은 모두 암살되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이승만은 김구의 다음 타겟이 자기라고 생각한 것이다. 김구는 단숨에 코너에 몰렸다. 군대가 없으면 통합을 주장한다. 지금 정치판도 돌아가는 것도 같다.


    김구 – 군대가 있다. 

    김일성 – 군대가 있다. 

    이승만, 친일파, 국내파 언론인 – 군대가 없다.


    김구는 암살정국에 대한 책임을 추궁당해 군대를 뺏기고 세력 기반이 사라지자 통합을 주장하다가 암살당했다. 이승만은 군대를 가지기 위해 단정을 주장했다. 게임 참가자의 모든 행동은 군대를 장악하기 위한 것이었다. 총을 쥐는 것이 목적이고 이념은 그냥 핑계다.


    세력 기반이 없는 정치인이 국힘당 눈치를 보고 양다리 걸친다. 무슨주의 무슨주의 하지만 다 거짓말이다. 목적은 권력이다. 하나의 권력에 도달하는 다양한 방법이 있을 뿐이다. 무슨 주의를 신봉하는게 아니라 한번 탄력이 붙으면 중간에 말을 갈아타지 못하는 것이다. 


    추종자가 붙고, 세력이 붙으면 방향전환이 안 된다. 녹색당도 있고, 페미당도 있고, 진보당도 있지만 본질은 총이다. 총이 없으면 이걸로도 밀어보고 저걸로도 밀어보고 계속 말을 갈아탄다. 지구 평면설 처음 주장한 양반은 38가지 음모론을 밀어봤는데 다 실패했다고. 


    마지막에 떡상을 갔다. 다양한 노선, 다양한 견해, 다양한 주장은 거짓말이고 본래 세력이 없으면 세력이 붙을 때까지 별짓을 다 해 본다. 이것저것 마구잡이로 던져보는 것이다. 안되면 더 세게 해본다. 정의당 극단행동은 수중에 총이 없다는 사실을 들키는 것이다.


    총을 가진 사람은 화력을 조절한다. 쏠 때 쏘고 쉴 때 쉰다. 탄착군을 확인한다. 총이 없는 사람은 마구잡이로 던져본다. 더욱 세게 던져본다. 지푸라기도 던지고 짱돌도 던지고. 극단주의로 가는 것이다. 굥이 날마다 패악질하는 이유는 제대로 된 총이 없기 때문이다. 


    사이비 교주가 경찰에 잡혀가도 교회 재산이 남아있고, 종교권력이 남아있고, 종교관습이 남아있는데 그동안 투자한 것이 아까워서라도 그 주변을 맴돌게 되어 있다. 광신도가 뭘 몰라서 그러는게 아니라 현찰이 걸려 있다. 당신이라면 현찰 놔두고 다른 곳으로 가냐?


    인간은 누구든 집단의 의사결정 중심으로 쳐들어가서 긴밀하게 상호작용하고 싶어 한다. 원래 그렇게 만들어진 동물이다. 등산로가 여럿이라도 정상은 하나다. 주의가 여럿이라도 권력은 하나다. 이념의 본질은 집단의 의사결정에 최대 다수를 동원하는 방법찾기다. 


    쪽수만 말고 내용을 동원해야 한다. 민중의 자발적인 창의력을 끌어내는 것이 이념의 궁극의 목적이다. 어떤 이념이 있는게 아니고 그냥 이념이 있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문명과 야만이 차이다. 그것은 방향성이다. 이념의 도달점은 없고 방향의 차이가 있는 거다.


    좁고 위험한 지름길도 있고 탄탄하지만 멀리 돌아가는 길도 있다. 단기전이냐, 장기전이냐 혹은 전면전이냐 국지전이냐의 차이다. 이념이 다른게 아니라 전술이 다른 것이다. 전술이 다른게 아니라 도구가 다른 것이다. 지식인은 장기전으로 방향을 잡을 수밖에 없다. 


    지식으로 사람을 키우고 그렇게 키운 사람이 세력화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적어도 3세대가 걸린다. 이공계는 단기전을 선호한다. 당장 손에 기관총이 주어져 있고 갈기면 되기 때문이다. 사람을 키울 이유가 없다. 낯을 가리는 사람은 보수가 될 수 있다. 


    일론 머스크가 삐딱선 타는 이유다. 친구가 없는 사람은 보수가 될 수 있다. 세력이 안 붙어주기 때문이다. 진중권이 보수로 돌아선 것은 친구가 없고 세력이 안 붙어서다. 김어준은 세력이 붙는데 진중권은 넉살이 부족해서 사람이 붙어주지 않는다. 자연히 변절한다. 


    최근에 살생부 이야기 나오지만 본질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네티즌 세력의 구심점이다. 친명이냐 반명이냐 중요하지 않다. 세력에 구심점이 없으니까 별말이 다 나오는 것이다. 네티즌 세력은 있는데 지금까지 브로커들에게 농간을 당했다. 김경수와 양정철뿐이랴.


    정청래도 하는 짓이 브로커다. 정답은 총이다. 김구와 김일성은 군대가 있었고 이승만은 없었다. 이승만과 친일파, 언론계 세력은 총이 없어서 양다리를 걸치거나 미군정에 붙었다. 김구는 암살 배후로 몰려 총을 뺏기자 김일성과 회담을 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린 거다.


    총이 인간의 행동을 결정한다. 도구가 인간의 행동을 결정한다. 다음 우리가 쥐어야 할 도구는 인공지능이다. 인공지능이라는 총을 누가 쥐느냐에 따라 권력의 향배가 결정되는 것이다. 진보니 보수니 하지만 개소리다. 총 좀 쏴봤다는 놈은 보수에 붙을 확률이 높다.


    검사들과 기레기는 자기네가 총을 쥐고 있다고 믿고 날뛰는 것이다. 미래의 새로운 총을 선점하려는 자는 진보에 붙는다. 본질은 문명과 야만의 영원한 대립이다. 문명과 야만의 싸움을 우리는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지구의 모든 인간이 아닌 것과의 전쟁은 계속된다.


    어떤 이념은 없다. 이념 그 자체가 있을 뿐이다. 그냥 태양이 있는 거지 이런 태양, 저런 태양은 없다. 죽을 때까지는 계속 사는 것이고 바둑처럼 한 방향으로 계속 가면서 인생의 모든 국면을 연결하여 큰 집을 짓는 것이다. 계속 가려면 지속가능한 코스를 잡아야 한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6228 안우진과 돈룩업 김동렬 2023-03-12 3360
6227 열역학과 내시 균형 2 김동렬 2023-03-11 2884
6226 동적구조론 김동렬 2023-03-10 2951
6225 구조론은 어렵고 쉽다 김동렬 2023-03-09 2850
6224 영화 타이타닉에 대해서 김동렬 2023-03-08 3117
6223 인류는 여기까지 김동렬 2023-03-07 3138
6222 인간훈련 1 김동렬 2023-03-06 3462
6221 허무주의에 대하여 김동렬 2023-03-05 3081
6220 진리의 문 김동렬 2023-03-04 2696
» 이념은 없다 김동렬 2023-03-03 2824
6218 이재명 문재인 그리고 1 김동렬 2023-03-02 3343
6217 진리의 부름 김동렬 2023-03-01 2758
6216 질서 김동렬 2023-03-01 2649
6215 행복한 사람의 죽음 김동렬 2023-02-28 2962
6214 제주도사람과 호남사람 김동렬 2023-02-26 3082
6213 무지의 지 김동렬 2023-02-24 2762
6212 카타고와 인공지능 혁명 1 김동렬 2023-02-24 2836
6211 카테고리 김동렬 2023-02-22 2772
6210 체계를 찾아라 2 김동렬 2023-02-21 2883
6209 엔트로피 2 김동렬 2023-02-20 26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