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207 vote 0 2023.02.26 (16:19:27)

    정신 차려야 한다. 보통은 나쁜 사람이 나쁜 짓을 한다고 믿는다. 순진한 거다. 드라마와 만화가 잘못된 생각을 주입한다. 나쁜 사람이 나쁜 짓을 한다면 나쁜 사람만 피하면 된다. 그런데 말이다. 아버지가 잘나가는 검사영감이고 아들이 서울대 합격한 수재인데 나쁜 짓을 하면?


    허를 찔리는 거다. 주변을 둘러봐도 보통은 나쁜 사람이 많지 않다. 그러므로 방심하게 된다. 고딩이 정치를 알면 얼마나 안다고 제주도 사람은 빨갱이다, 돼지다, 더럽다 그러겠는가? 그것도 전국에서 난다 긴다 하는 엘리트만 모인다는 민사고에서. 다들 부잣집 자식일 텐데. 


    제주도만 당했겠는가? 아일랜드는 300년간 영국에 착취당해 수백만이 굶어죽었다. 시칠리아는 이탈리아에 착취당하다가 죄다 마피아가 되었다. 이탈리아의 지역주의는 한국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그냥 검사를 총으로 쏴 죽인다. 공통점은 섬이다. 섬은 쉽게 착취당한다. 


    왜냐하면 도망갈 곳이 없으니까. 도시사람이 시골로 귀농하면 시골 텃세에 당한다. 시골사람이 죄다 나쁜 사람뿐인가? 알고 보면 착한 사람이다. 공기 좋고, 물 좋고, 경치 좋고, 인심 좋은 시골에서 끔찍한 일이 일어난다. 고립된 곳은 동물의 무의식이 작용해서 잔인해진다. 


    물지 않는 개도 사람을 물 때가 있다. 한 번 물면 계속 물게 된다. 나쁜 구조가 있고 나쁜 흐름이 있고 거기에 휩쓸리는 것이다. 누구도 제주도 사람은 빨갱이다, 돼지다, 더럽다고 가르치지 않았다. 일본사람은 혐한에 빠져 있다. 한국인은 혐중에 빠져 있다. 왜 다들 그러는가? 


    왜 지역감정이 생기겠는가? 이게 무의식이고, 본능이고, 본질에서는 선악과 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똑똑히 알아야 한다. 경상도가 충청도와 깐부 먹으면 호남은 섬이 된다. 박정희가 옥천 출신 육영수와 결혼하고 부여 출신 김종필을 내세우는 순간 호남은 섬이 되어버린 것이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누구나 알고 있다. 호남이 섬이라는 사실을. 밟으면 그대로 밟힌다는 사실을. 지역주의 선동할 필요도 없다. '육영수가 옥천 출신이라며?' '김종필이 부여 출신이라던데?' 딱 두 마디만 해주면 찰떡같이 알아듣는다. 인간들은 바로 흥분해 버린다. 


    인간은 원래 상대를 자극하고 반응을 보는 동물이다. 소인배가 흥분해서 피가 끓었는데 지식인이 점잖은 말로 타이른다고 씨가 먹히겠는가? 반드시 사고치는 자가 한 명은 나타나기 마련이고 한 넘이 불을 붙이면 일제히 짐승이 된다. 인간 중에 8할은 수법에 넘어간다. 


    교통사고가 나는 이유는 그 공간이 위험구간이기 때문이다. 나쁜 사람이 교통사고를 내는게 아니다. 술을 먹은 사람이 사고를 낸다. 백인학교에 흑인 학생 한 명이 전학오면? 위험한 상황이다. 호기심에 집적대다가 겉잡을 수 없게 되는 것이며 섬에서는 그것이 더욱 증폭된다. 


    제주도 사람이나 일부 부유한 호남인이 캐스팅보트가 되려고 김종인처럼 이 당 저 당에 양다리 걸치다가 처절하게 깨진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민주당이 특별히 도덕군자가 아니고 국힘당이 특별히 흉악하지 않다고 생각하다가 망하는 거다. 그것은 선악의 문제가 아니다. 


    위험구간의 관리 문제다.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게 적극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나쁜 일은 반드시 터지고 만다. 아인슈타인도 중국인 혐오발언을 한 적이 있다. 아인슈타인이 나쁜 사람인가? 천만에. 인간이 나쁜 흐름에 휩쓸리는 거다. 지도를 펼쳐놓고 자세히 들여다봐라.


    왜 제주도가 위험구간이고, 왜 호남이 당하는지 알 수 있다. 경상도 중에서도 산악이 많은 문경에서 양민학살이 일어나는 이유가 있다. 중부내륙을 가다 보면 내리막길에서 자기도 모르게 170킬로를 밟게 되는 위험구간이 있다. 그 뒤에 급커브가 기다리고 있음은 물론이다.  


    인간이 차별하는 것도 뭉치는 곳도 동물적 본능이다. 물리적으로 틀어막지 않으면 반드시 사고를 치는게 인간이다. 선진국에 차별과 혐오가 적은 것은 그 사람이 도덕군자라서가 아니라 철저하게 틀어막아서 그런 것이다. 차별은 물리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절대로 안 된다. 


    지식인의 계몽으로는 한계가 있다. 동물의 본능을 지식의 학습으로 해결하려고 한다면 터무니없다. 물리적으로 제압되어야 한다. 교통사고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차별사고를 막아야 한다. 전국의 생각 있는 사람들이 뭉쳐서 쪽수로 밟아버리지 않으면 지역주의는 재발한다.


    사통팔달로 연결된 시대다. 세상이 바뀌었다. 이제 인류문명 단위로 사유해야 한다. 제주도가 섬이 아니고 호남이 섬이 아니라는 사실을 유전자에 각인시켜줘야 한다. 인간은 뼈저린 경험을 통해서만 조금이나마 깨닫는 동물이다. 제압해도 호르몬을 제압하지 않으면 안 된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설의 어원 update 김동렬 2024-12-25 1539
공지 지정학의 의미 김동렬 2024-12-23 5838
6249 구조론의 이념 김동렬 2023-03-26 5482
6248 클린스만에 기대하자 김동렬 2023-03-26 4741
6247 구조론 3분 스피치 김동렬 2023-03-25 3179
6246 육하원칙 김동렬 2023-03-24 3535
6245 창의하는 원리 image 김동렬 2023-03-22 5023
6244 소수자가 이긴다 김동렬 2023-03-21 3634
6243 공룡의 의미 image 김동렬 2023-03-21 3120
6242 논쟁의 종결자 김동렬 2023-03-21 3103
6241 공룡의 진실 image 4 김동렬 2023-03-20 5547
6240 비수술 트랜스젠더 문제 김동렬 2023-03-20 3204
6239 모든 종교는 사이비다 김동렬 2023-03-19 3695
6238 한국은 희망이 없다 김동렬 2023-03-19 3349
6237 사랑과 운명 1 김동렬 2023-03-18 3059
6236 공룡은 잘못 그려져 있다. image 9 김동렬 2023-03-17 6055
6235 구조를 알아야 한다 김동렬 2023-03-17 2938
6234 한일관계를 보는 시선 1 김동렬 2023-03-16 3671
6233 공룡은 허벅지가 없다 image 7 김동렬 2023-03-15 5435
6232 구조론의 출사표 김동렬 2023-03-15 3067
6231 새로운 사유 김동렬 2023-03-14 3021
6230 다시 쓰는 구조론 김동렬 2023-03-14 30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