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4232 vote 0 2023.02.19 (12:27:03)

    미증유의, 전대미문의, 공전절후의, 전인미답의, 전무후무의, 파천황의 파격이라야 한다. 인류 문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하게 하는 문제다. 거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아는 것을 머리에서 전부 지우고 백지상태에서 새로 시작해야 한다.


    모든 것은 생각에서 비롯된다.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을 나는 본 적이 없다. 자연은 연결한다. 생각은 자연을 복제한다. 그것은 없는 것을 지어내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을 연결하는 것이므로 기술이 필요하다. 문득 떠오르는 생각은 진짜가 아니다. 기초부터 하나씩 쌓아올려 마침내 목표에 도달하여 자연의 원본과 일치하는 경로를 구체적으로 드러내야 한다. 그래야 복제된다.


    수준을 높여야 한다. 문명 차원의 도약이 필요하다. 저절로 생각나는 시대에서 의식적으로 생각하는 시대로 바뀌고, 지식을 학습하는 시대에서 그 지식을 찾아가는 경로를 복제하는 시대로 바뀌어야 한다. 보이는 것을 보는 시대에서 도구를 써서 방법적으로 보는 시대로 갈아타야 한다. 수동문명에서 능동문명으로 갈아타야 한다. 귀납문명에서 연역문명으로 갈아타야 한다.


    누군가는 처음으로 소실점을 봤고 누군가는 처음으로 화음을 들었다. 그것은 객체 내부에 숨은 질서다. 보려고 해서 본 것이고 들으려고 해서 들은 것이다. 우리는 생각의 소실점을 봐야 한다. 모든 생각을 복제하는 원본 생각을 찾아야 한다.


    소리를 듣되 의미를 알아듣지 못하고, 형태를 보되 기능을 보지 못하고, 메신저를 보되 메시지를 보지 못하고, 육체를 보되 마음을 보지 못하고, 하드웨어를 보되 소프트웨어를 보지 못한다. 객체 내부에 숨은 의사결정구조를 보지 못한다. 인간은 거의 아무것도 보지 못한다. 외부의 작용에 의한 변화를 볼 뿐 닫힌계 내부의 상호작용구조 안에서 일어나는 자발적인 변화를 보지 못한다. 그 안에는 압력과 간섭의 밸런스를 조절하지 못한다. 시스템의 조절장치를 보는 눈을 얻어야 비로소 무언가를 본 것이다.


    최종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힘이다. 이기는 힘을 얻지 못하면 아는 것이 아니다. 주도권을 쥐지 못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게임의 주최측으로 올라서지 못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에너지 전달경로를 장악하고 입력과 출력을 조절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조금 해놓고 다 했다고 착각하면 안 된다. 인류는 아직 반환점을 찍지 못했다. 칼이 없으면 무사가 아니고 총이 없으면 군인이 아니다. 지식의 핸들을 잡지 못하면 지식인이 아니다. 구조 속에 감추어진 의사결정원리를 깨닫지 않으면 안 된다.


    원자가 하드웨어라면 구조는 소프트웨어다. 존재의 소프트웨어를 건드리면 세제곱으로 복잡해진다. 그러나 우주는 하나의 의사결정 플랫폼을 공유하므로 복제의 원본 하나만 정복하면 나머지는 따라온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야만 한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7004 전부 연결되어 있음 김동렬 2024-09-08 5485
7003 0의 완성 김동렬 2024-09-08 4920
7002 구조의 눈 김동렬 2024-09-07 4899
7001 권력과 현찰 1 김동렬 2024-09-06 4652
7000 인간과 비인간의 차이 1 김동렬 2024-09-06 4652
6999 방향전환을 못한다 김동렬 2024-09-05 4800
6998 친일파는 친일파가 아니다 김동렬 2024-09-05 4460
6997 뒤늦게 문까 1 김동렬 2024-09-04 5135
6996 이승만과 박정희의 말로 김동렬 2024-09-03 4732
6995 구조론의 발견 김동렬 2024-09-02 10004
6994 구조론은 쉽다 7 김동렬 2024-09-02 4502
6993 교육만능주의 질병에 대한 고찰 김동렬 2024-09-01 5447
6992 살아가는 이유 김동렬 2024-09-01 4552
6991 직관으로 판단하기 김동렬 2024-08-31 5419
6990 정치와 전쟁 김동렬 2024-08-31 4434
6989 방시혁과 민희진의 대화불통 김동렬 2024-08-30 4542
6988 왜 사는가? 김동렬 2024-08-29 4869
6987 무와 유의 차이 김동렬 2024-08-28 4083
6986 어리석은 방시혁 김동렬 2024-08-28 4614
6985 일본인의 왜소지향 한국인의 감성지향 1 김동렬 2024-08-27 4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