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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979 vote 0 2023.02.16 (10:52:32)


    존재는 겉과 속이 있다. 사물은 형태와 기능이 있고, 언어는 소리와 의미가 있고, 컴퓨터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있다. 정보는 메신저와 메시지가 있고 인간은 육체와 마음이 있다. 무엇이 있다면 반드시 하나가 더 있다. 하나는 관측자인 인간과 연결하고 다른 하나는 내부의 자체 질서를 구성한다.


    무언가 있다면 깜짝 놀란다. 내부에 무엇이 들어 있다면 한 번 더 놀라게 된다. 과학의 발달로 우리는 한 번 놀랐을 뿐이다. 한 번 더 놀라야 한다. 모든 존재하는 것은 내포와 외연이 있다. 만약 당신이 어떤 하나를 봤다면 하나를 더 볼 마음을 품어야 한다. 그동안 외모를 봤다면 이제는 내면을 볼 차례다.


    내포 .. 내부를 구성한다.
    외연 .. 외부와 연결한다.


    우리의 인식은 겉에 머물러 있다. 과학이 물질을 분해하지만 속의 겉을 볼 뿐이다. 부품을 관찰할 뿐 존재의 소프트웨어를 보지는 않았다. 우리는 속의 속을 보지 않았다. 내부에 숨은 자체 질서를 보지 않았다. 신체를 본 것은 본 것이 아니다. 내장을 봤다고 해도 본 것이 아니다. 마음을 봐야 본 것이다.


    놀라거라. 세상은 구조로 되어 있다. 구조론은 세상을 보는 방법이다.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 충격적인 것은 그것의 부재다. 지금까지 인류가 세상을 보는데 사용한 방법은? 그런거 없다. 인류는 아예 보려고 하지 않았다. 인류가 본 것은 보여진 것이다. 능동적으로 파헤쳐 본 것이 아니다. 속속들이 알아본 것이 아니다. 자연이 인간에게 쳐들어온 것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였을 뿐이다. 외부에 전시된 것만 구경했던 것이다.


    소실점을 보려면 그것을 보려고 하는 적극적인 마음이 있어야 한다. 객체 내부로 쳐들어가서 능동적으로 보지 않으면 많은 것이 보이지 않는다. 가만있어도 저절로 보여지는 것은 전시된 껍데기에 불과하다. 진짜는 건드려봐야 보인다. 성질을 건드려야 성질이 보인다. 성질은 성질로만 알아낼 수 있다.


    구조는 내부구조다. 존재 내부의 의사결정구조다. 그것은 내포된 자체 질서다. 우리는 공간의 에너지 전달경로를 보지 않았고, 시간의 사건 발생경로를 추적하지 않았다. 존재가 결 따라가는 경로를 보지 않았다. 그것을 그것이게 하는 그것을 보지 않았다. 떼놓고 각각 봤을 뿐 연결시켜 보지 않았다.


    심지어 보지 않아도 된다는 면피논리도 만들었다. 원자론이 그것이다. 원자는 내부가 없는 것으로 되어 있다. 내부가 없으므로 들여다볼 필요가 없다. 그럴 리가 없잖아. 당연히 모든 존재는 내부가 있다. 그것을 들여다봐야 한다. 속이 없으면 겉도 없다. 겉이 있으면 속도 있다. 의사결정구조가 있다.


    구조는 내포된 기능이다.
    구조는 내포된 조절장치다.
    구조는 내포된 의사결정구조다.
    구조는 내포된 메커니즘이다.
    구조는 내포된 차원이다.


    존재는 자극에 반응하는 것이다. 반응하려면 외력의 작용에 맞서 반작용해야 한다. 그 반작용의 시작점을 도출해야 한다. 그것을 결정하는 구조가 감추어져 있다. 모든 존재의 내부에는 조절장치가 있다. 축과 대칭으로 이루어진 밸런스가 있다. 질, 입자, 힘, 운동, 량이 있다. 우리는 그것을 보지 않았다.


   수류탄이 터져도 안에서 터진다. 원인은 내부 기폭장치에 있다. 밖은 타이밍을 결정한다. 원래 터지게 되어 있는 것이 외부의 안전핀이 빠져서 하필 그때 터진 것이다. 감기에 걸린 것은 인체 내부의 면역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필 왜 겨울에 감기에 걸렸는지 그 타이밍은 외부요인이 결정한다. 원인은 항상 내포와 외연이 있다. 내부요인이 더 중요하다. 외부요인은 시간과 장소만 결정한다. 본질적 원인과 부수적 요인이 있다. 객체 내부 의사결정 메커니즘이 본질적 원인이라면 외연은 그것을 돕는 부수적 요인에 불과하다. 우리는 이런 핵심을 놓친다.


    우리는 눈으로 라디오를 봤고 라디오를 분해도 해봤지만 결정적으로 그 라디오를 틀어보지 않았다. 소리를 들어보지 않았다. 방송국을 알아보지 않았다. 상호작용하지 않았다. 고백해야 한다. 우리는 거의 아무것도 보지 않았다. 우리는 거의 아무것도 모른다. 구조의 문을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1]오맹달

2023.02.19 (10:53:39)

속의 겉을 볼 뿐이다. 속의 속을 보아야 한다. 
감사히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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