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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804 vote 0 2023.02.15 (23:38:33)

    최근에는 뇌가 작아졌다고 하지만 그전까지는 커졌다. 영장류 직립보행의 역사가 700만 년이라면 마지막 3만 년 빼고 계속 커졌다. 보통은 지능과 연결시킨다. 그러나 호빗족은 뇌용적이 적은데도 당당하게 생활했다. 까마귀는 뇌가 콩알만 하지만 문제해결능력은 세 살 아기보다 낫다. 지능은 하나의 요소일 뿐 절대적이지 않다. 고래나 코끼리의 뇌가 커서 지능이 높은 것은 아니다.


    영장류의 뇌가 커진 이유는 밸런스 때문이다. 인간의 조상이 나무에서 내려왔을 때 밸런스가 깨진 것이며 새로운 밸런스를 찾아낼 때까지 변이는 대량생산 된다. 짧은 시간에 대진화가 일어난다. 밸런스는 하나가 바뀌면 서로 연동되어 여럿이 한꺼번에 바뀌기 때문이다. 


    환경과의 밸런스 .. 손과 도구와 언어를 사용하는데 다양한 지능이 필요했다.
    생애주기 밸런스 .. 생애 주기가 느려질수록 다양한 학습이 필요했다.
    신체구조 밸런스 .. 오래달리기에 맞는 두개골의 균형이 필요했다.
    집단과의 밸런스 .. 사회생활을 담당하는 뇌의 부위가 발달했다.
    짝짓기의 밸런스 .. 균형있게 생긴 사람이 짝짓기에 성공했다.


    지능보다 다양성이 중요하다. 뇌가 콩알만 해도 아이큐는 높을 수 있다. 그러나 다양성을 획득하려면 용적이 커야 한다. 뇌가 담당하는 과목의 숫자가 늘어난 것이다. 뇌가 커서 문제해결능력이 발달한게 아니고 교과목이 늘어난 것이다.


    환경과의 밸런스, 신체 내부 밸런스, 집단과의 밸런스, 생애주기 밸런스, 짝짓기의 밸런스를 모두 맞추려면 커지는 편이 유리하다. 뇌 내부의 밸런스를 맞추는 문제 때문이다. 공간의 사이즈를 키우는게 밸런스 조절이 쉽다. 집이 커야 식구들 사이에 불화가 적다. 어린이의 신발을 살 때는 조금 큰 것을 산다. 신발에 맞춰 사람 발 크기를 줄일 수 없기 때문이다. 


    뇌가 그 자체로 하나의 생태계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뇌의 주된 역할은 신체의 관리다. 뇌의 여러 부위는 담당이 정해져 있다. 인간이 손과 도구와 언어를 사용하면서 새로 추가된 기능을 관장하는 뇌의 부위가 할당되어야 한다. 뇌의 기득권 때문이다. 장기와 조직과 눈코입귀를 담당하는 부위가 구조조정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장기를 담당하는 뇌의 기능을 빼앗고 새로 도입된 언어기능을 할당할 수는 없다. 뇌의 크기를 줄여서 밸런스를 맞출 수 없으므로 커진 것이다. 


    결정적으로 커질 때마다 허들이 높아져서 더 커져야 했다. 사회도 그렇다. 이 사람 저 사람의 불만과 요구사항을 모두 해결하다 보면 결국 물가가 올라가 있다. 시장의 모든 압력이 그쪽으로 수렴되기 때문이다. 한 가지 불만을 해결하면 불만이 없던 사람까지 불만을 터뜨린다. 균형점이 이동하여 허들이 높아지는 것이다. 


    동력원이 하나인데 기능이 여럿이면 결국 한 방향으로 일제히 몰려가게 된다.


   19세기에 영국인들이 가발을 쓰고 다닌 이유는 머리가 작으면 열등해 보인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때는 머리가 큰 사람이 인기가 있었다. 머리가 큰 사람이 짝짓기에 유리했을 수도 있다. 큰 머리가 더 생존에 유리하고, 사회생활을 잘하고, 짝짓기를 잘하고, 신체 밸런스가 잘 맞고, 생애주기가 느려지는 경향과도 맞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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