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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865 vote 0 2023.02.15 (17:29:48)

   human-evolution.jpg


    다윈의 진화론을 의심하게 된 것은 이 한 장의 그림 때문이었다. 원숭이의 구부정한 등이 진화하면서 점점 펴지는 모습이다. 위화감이 느껴지는 불편한 그림이다. 이 그림이 두고두고 나를 괴롭혔다.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는 말인가?


    나는 직관으로 판단하는 편이다. 목에 가시가 걸리듯이 집요하게 따라다니며 괴롭히는게 있다. 피타고라스가 대장간 앞을 지나다가 망치 소리에서 화음을 느꼈다면 나는 이 그림에서 불협화음을 느꼈다. 이건 아니지. 딱 봐도 아니잖아. 


    등이 구부정한 인간의 조상은 빠르게 달리지 못하고 맹수에게 당한다. 걱정된다. 신체 밸런스가 맞지 않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자연이 자연스럽지 않다. 원숭이처럼 나무에 매달리든지 사피엔스처럼 직립보행을 하든지 둘 중에 하나라야 한다. 나무와 평지를 오가는 반직립 영장류가 일시적으로 있었을 수도 있지만 유의미한 수준에서는 없었다고 봐야 한다. 그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가 중요한 이유는 과학계의 수준을 들키기 때문이다. 과학의 방법론 문제다. 도대체 뭘 가지고 과학을 한다는 거야? 무사에게는 칼이 있고 포수에게는 총이 있다. 과학자는 뭐가 있냐? 참과 거짓을 판별하는 기준이 있어야 한다.


    어떤 둘을 연결시켰을 때 매끄럽게 연결되지 않으면 가짜다. 총과 총알의 구경이 맞지 않으면 그 사람은 범인이 아니다. 연결이냐 단절이냐로 우리는 진위를 판별한다. 이것이 과학의 도구다. 과학은 연결이며 접점에 도달하는 경로는 한 곳도 끊어지면 안 된다. 정확히 목표에 도달해서 연결의 접점이 일치해야 한다. 


    자취를 한다면 상관없지만 식당에서는 메뉴판에 있는 것을 주문을 해야 한다. 자취할 때는 발을 닦지 않고 잘 수도 있지만 부부가 되면 지킬 것을 지켜야 한다. 이거 아니면 저거다. 어떤 둘이 엮이면 중간이 없다. 두 가문이 연결되면 동가식서가숙은 불가능하다. 나무생활 반에 지상생활 반이면 그야말로 동가식서가숙이다. 고래가 낮에는 육지에서 살고 밤에는 바다에서 산다거나 하는 일은 없다.


    반직립이 어색하다는 사실은 어린이도 알 수 있다. 경찰이라도 용의자에게는 알리바이의 일치를 추궁하고 법정에는 지문의 일치를 제출한다. 수학 문제를 풀어도 등호의 일치를 추적한다. 경로를 추적하여 어떤 둘 사이에서 연결의 일치를 끌어내는 것이 과학이다. 이는 기초 중에 기초요, 상식 중에 상식이다.  


    이것은 그림을 교과서에 실은 한두 사람의 잘못이 아니고 인류 집단 전체의 본질적인 약점을 들키는 문제다. 일치와 불일치의 문제가 과학과 주술을 가르는 본질이라는 사실을 말하는 사람이 없다. 문명 차원의 방향전환이 아니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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