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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868 vote 0 2023.02.13 (20:04:53)

    진화론은 구조론을 검증할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된다. 구조론이 해명하는 닫힌계 안에서 자발적으로 일어나는 변화의 대표적인 예가 생물의 진화이기 때문이다. 


    구조론은 조절장치에 대한 이론이다. 만유의 조절장치가 있다. 조절은 한 방향으로 일어난다. 에너지의 출구가 입구를 막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모든 조절은 에너지의 경로를 다치지 않는다는 대전제 하에서 일어난다. 그러므로 진화는 방향성이 있다. 


    다윈의 진화론은 틀렸다. 진화는 우연이 아닌 필연이다. 베게너의 대륙이동설과 같다. 대륙이 이동한 사실은 맞지만 원리는 설명하지 못했다. 진화한 것은 맞지만 원리는 설명하지 못했다. 다윈의 진화론은 내부요인에 의한 자발적 변화를 부정한다. 자연선택은 종의 내부요인이 아니다.


    뉴턴도 깨졌고 아인슈타인도 깨졌다. 제자는 스승의 어깨를 밟고 지나갔다. 프로이드가 특히 많이 깨졌다. 마르크스도 욕먹고 있다. 그렇다고 그들의 위대함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지식인이 유독 다윈에 대해서만 관대하다. 다윈은 성역이 되어 있다. 기독교의 횡포에 맞서려는 정치적 동기 때문이다. 여기서 밀리면 끝까지 밀린다고 생각한다. 정치적 프레임이 걸렸다. 다윈의 적자생존 개념이 인종주의로 비화해도 식자들은 모르는 척한다. 기독교에 말꼬리 잡힐까 봐 전전긍긍한다.


    프로이드는 쥐잡듯이 잡으면서 마르크스에 대해서는 관대하다. 자본의 폭주를 견제할 대안이 없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는 것이다. 마르크스를 부정하는 순간 권력을 뺏긴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과학에 정치와 종교가 끼어들면 피곤해진다.


    맞는 것은 맞다고 하고 틀린 것은 틀렸다고 하면 되는데 그렇게 못한다. 맞는 것은 맞다고 하고 틀린 것에 대해서는 쉬쉬한다. 암묵적인 담합이다. 비겁한 짓이다. 아인슈타인의 틀린 부분에 대해서는 매우 즐거워하면서도 말이다. 


    진화가 한 방향으로 일어나는 이유는 0보다 작은 숫자가 없기 때문이다. 진화의 갈림길에서 종은 무수히 0보다 작은 숫자 문제와 맞닥뜨리게 된다. 자연선택? 선택은 제한된다. 0보다 작은 숫자를 선택할 수는 없다.


    자동차가 전진을 하든 후진을 하든 에너지 소모는 플러스다. 0보다 크다. 자동차가 뒤로 간다고 해서 이미 소비한 가솔린을 도로 물러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전기차는 충전과 방전 양방향으로 조절한다. 0보다 작은 숫자 문제는 전기차가 내리막길에서 충전하는 것과 같다. 바둑도 무르기가 없고 화투도 낙장불입이 국룰인데 전기차는 물러준다. 


    생물은 다양한 구성 요소 중에 하나라도 0이 되는 순간 망한다. 모닥불을 유지하는 연료와 산소와 온도 중에 하나라도 0이 되면 불은 꺼진다. 모닥불은 가열된 나무의 목탄가스가 연소반응을 일으키므로 식으면 꺼진다. 생물 종은 환경과 생애주기와 신체사이즈 등 여러 요소가 연결되어 있다. 하나라도 나쁘면 죽는다.


    컨베이어 벨트의 라인스톱과 같다. 여러 공정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컨베이어 벨트를 후진시키는 일은 없다. 


    큰게 유리하므로 종은 일단 커진다. 커지면 큰 동물을 노리는 포식자에 의해 새로운 균형이 맞추어진다. 그 상태에서 더 커질 수는 있어도 작아질 수는 없다. 더 작아지면 죽기 때문이다. 균형점이 이동하여 허들이 계속 높아진다. 


    나무가 생장점을 가지 끝으로 밀고 올라가듯이 종은 균형점을 계속 끝단으로 밀고 올라간다. 기업도 환경이 좋으면 생산량을 늘리고 환경이 나쁘면 생산량을 줄이는게 아니라 환경이 좋으면 생산량을 늘리고 환경이 나쁘면 망한다. 제품을 쓰다가 닳으면 고쳐쓰는게 아니라 폐기하고 신제품을 산다. 그게 더 싸게 먹힌다.  


    생육환경이 좋지 않으면 나무가 크기를 줄이면 되잖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문어가 제 살을 뜯어먹는 일은 있지만 말이다. 동물이 굶주리면 자기 피를 빼 먹고 산다든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이는 우주의 보편 원리다. 


    부분적인 축소는 있다. 나무가 낙엽을 떨구고 플라타너스가 껍질을 버리는 것과 같다. 구근이 있는 식물은 겨울에 잎을 버리고 구근 속에 숨는다. 어느 정도는 양방향 조절이 있다.


    환경이 나쁘면 나무가 열매를 맺지 않는 수도 있다. 그러나 보통은 환경이 나쁘면 일제히 꽃을 피우고 오히려 더 많은 열매를 맺고 더 많은 씨앗을 퍼뜨리고 죽는다. 환경이 나쁘면 식물은 자폭한다. 거름이 되어 어린 나무를 살리기 때문이다.


    대나무가 정기적으로 꽃을 피우고 일제히 죽는 이유도 그러하다. 9년 이상 지난 대나무는 영양학적으로 마이너스라고 한다. 비용이 이득보다 크다.


    먼저 밥을 먹고 나중 요리할 수 없듯이 이 순서는 뒤집어지지 않는다. 어떤 하나의 대칭은 양방향 조절이 되는데 둘 이상 연결하는 순간 그게 안 된다. 천칭저울이라면 추를 늘릴 수도 있고 반대로 계량하는 상품을 늘릴 수도 있다. 양방향으로 조절된다. 그러나 심장이 내보낸 피를 도로 빨아들이는 일은 없다. 후진기능이 없다. 에너지 공급이 연쇄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여러 공정이 하나의 모터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자기 집 마당에서는 후진해도 되는데 고속도로에서는 후진이 안 된다.


    몸이 커졌다가 작아졌다가 하는 동물은 없다. 우주 안에서 대부분 한 방향으로 간다. 동력원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제한된 범위 안에서 부분적 양방향 조절은 있지만 대개 여러 가지 장치가 하나의 엔진에 연결되어 있으므로 양방향 조절이 불가능하다. 나이를 먹으면 신체가 작아지지만 아기까지 가지 않는다. 이번 생이 실패라도 자궁 속으로 유턴하지 못한다. 두 방향으로 가면 출구가 입구를 막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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