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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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0]chow
read 2629 vote 0 2023.02.12 (20:51:23)

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 그것이 곧 앎이다.

- 공자


인간의 인식 범위를 넘어서는 형이상학적 명제에 대해서는 참이라고 해도 맞고 거짓이라고 해도 맞는다.

이마누엘 칸트의 《순수이성비판》 요약


세계는 존재하는가 아닌가, 세상이 끝이 있는가 아닌가, 죽은 후에는 무엇이 있는가 아닌가, 육체와 영혼은 하나인가 다른가 등에 대해 부처님께서는 완강히 대답해주시지 않으셨다.

- 붓다가 형이상학적 탐구를 금한 14무기(十四無記)에 관한 내용


하나님은 모든 것이 제때에 알맞게 일어나도록 만드셨다. 더욱이, 하나님은 사람들에게 과거와 미래를 생각하는 감각을 주셨다. 그러나 사람은, 하나님이 하신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깨닫지는 못하게 하셨다.

- 《전도서 3:11》


(季路)敢問死 曰未知生焉知死

자로(子路)가 묻기를 "죽음이란 무엇입니까" 하니 공자가 대답하기를 "삶을 알지 못하는데 죽음을 어찌 알겠는가?" 하였다.

- 《논어(論語)》 〈선진편(先進篇)〉


Ἓν οἶδα ὅτι οὐδὲν οἶδα

나는 오직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알고 있다.

소크라테스의 격언


서문은 주인공의 1인칭 시점으로 시작하며, 주인공은 암말들이 끄는 전차를 타고 자신이 살던 곳을 떠나 '밤과 낮이 갈라지는 입구'로 찾아간다. 이 입구를 넘어서면 정의의 여신 디케가 주인공을 기다리는데, 여신은 주인공에게 하나의 약속을 한다. 그 약속이란 쉽게 말해 이렇다. "너는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알게 될 것이다."

- 파르메니데스의 서사시 중 서문


"Cogito, ergo sum." ( Je pense donc je suis.)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 르네 데카르트, 《방법서설》(Discours de la méthode, 1637) 


실패한 케이스

양자역학을 완벽히 이해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리처드 파인만


#


파인만은 지금 기준에서 보면 멍청한 소리를 셈인데, 그런지는 내가 작성한 이전의 재규격화 관련 글을 보면 있다. 외에는 나름 훌륭한 사람들이 꽤 괜찮은 말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설마 이런 류의 글을 읽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하는 용기를 내자는 것으로 해석하면 피곤해진다. 패턴은 단 하나다. 대립되는 둘을 통합하는 제3의 다른 하나이다. 데카르트는 그것을 존재라고 했고, 공자는 앎이라고 했고, 파르메니데스는 갈라지는 입구라고 했고, 칸트는 형이상학이라고 했다. 컴공에서는 추상화라고 하고 논리학에서는 추론이라고 한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능력이 인간을 가른다. 남이 만든 것을 받아들이면 보통사람이고 새로 그것을 만들면 뛰어난 사람이다. 문제는 이게 지능의 기본 기능이라는 것이다. 까마귀도 깨닫고, 개미는 도구를 사용하고 새는 낚시를 한다. 근데 왜 인간은 이따위인가. 지식의 구조를 쌓을 수 있으면 지능이다. 지능은 그 자체로 구조이다. 구조는 쌓을 수 있는 레고의 블록과 같은 것이다. 레고의 블록은 규제가 없지만 구조는 쌓을 수 있는 결이 있고 방향이 있다. 자유도가 높은 블록이 더 많이 쌓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까다로운 규칙을 지키는 블록이 더 높이 쌓는 법이다. 그것을 한 마디로 하면 방향성이다. 진화에 방향성이 있고 없다라는 물음 자체가 불성립이다. 왜냐하면 진화가 방향성의 한 종류이기 때문이다. 수학의 벡터는 그 자체로 방향성의 한 종류이다. 도대체 방향성이 아닌 것이 단 하나라도 있단 말인가. 갈라짐이 있는 나뭇가지는 이미 방향성을 포함하고 있다. 줄줄이 쏘세지는 방향성이 없는 것과 대조된다. 물론 벡터를 안다고 믿는 99%의 인간들이 그 사실을 문자적으로만 이해하는 것은 유감이다. 어떤 미친놈이 라디안을 만들어서 방향성을 각도로 만들었음이 유감이다. 만들었으면 제대로 만들던가 그것을 양으로 해석하게 해서 시계처럼 뺑뺑이를 돌리는 것으로 이해하게 만들다니. 복소수에 라디안이 웬말이란 말인가. 삼각함수를 쓰는 것은 괜찮은데 그것이 본질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설명은 최악이다. 복소수의 의미는 고차원에 있다. 인간에게 차원은 어려운 것이다. 그런데 그건 니 생각이다. 너는 어려워도 너의 두뇌는 매순간 차원을 계산한다. 누가 뭘 가르쳐주지 않아도 자위를 하고 청소를 할 줄을 안다. 우리는 이미 알고있다. 다만 표현하기가 쉽지 않을 뿐이다. 기준을 모르는 인간은 없다. 그런데 깨달음을 생각하면 웬지 머리가 아프다. 그러므로 깨달음의 의미는 지적 인식에 있지 않고 당신의 태도에 있다. 어차피 이미 깨달아있기 때문이다. 당신이 인류 앞에 단독으로 설 수 있을 때, 바로 그 때가 당신이 깨달았다고 볼 수 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23.02.13 (00:49:02)

진화라는 말 자체에 방향성을 내포하고 있다. 좋은 표현입니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하는 것도 용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걸음 더 전진하는게 진짜 용기입니다.

노자는 자신이 모르는 세계에 대해 장광설을 늘어놓았지만 그것 또한 가치가 있습니다.

도는 상도가 아니고 명은 상명이 아니며 

진리는 고착된 물질의 진리가 아니고 인간의 언어는 그것을 전달할 수 없지만

뭐든 생각과 반대로 된다는 사실 만큼은 노자가 분명히 전달했습니다.

물론 노자의 생각과도 반대로 됩니다.

긍정이 아니라 부정을 통해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지만 종국에는 그 부정 또한 부정해야 합니다.

유심론은 객체를 부정하고 유물론은 주체를 부정합니다.

주체와 객체의 연결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주체와 객체 사이의 부정할 수 없는 연결이 객체 내부에서 복제되는 사실은 절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연결을 부정하는 방법으로 객체 내부의 자체적인 연결과 연결하는게 진짜입니다.

공자는 언어를 긍정하고 노자는 언어를 부정하고 있습니다.

알고자 하는 것은 객체고 객체의 사정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객체와의 연결이 중요한 것입니다.

말을 똑바로 하는게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노자의 생각은 공자의 말을 똑바로 한다는 믿음 자체가 이미 비뚤어진 말이라는 말입니다.

객체를 연결한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연결에 제한을 걸었다는 의미.

이런 이야기들은 결국 언어에 대한 태도의 문제입니다.

언어를 의심하는 방법으로 우리는 언어를 신뢰할 수 있습니다.

공자 - 언어를 왜곡하지 말아야 한다.

칸트 -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 있다.

붓다 - 그것은 언어가 아니다.

전도서 - 언어로 표현할 수 없다.

스크라테스 - 그것은 언어의 문제다.

데카르트 - 언어에 답이 있다.

노자 - 언어에 답이 없다는 사실을 아는데 답이 있다.

이들의 공통적인 실패는 언어의 문제를 정면으로 지적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이들은 언어가 문제라는 사실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습니다.

그것을 표현할 언어가 없었을 뿐이지요.

움직이는 것은 그 움직임에 의해 왜곡되며

정지한 것은 움직이는 것에 의해 상대적으로 왜곡됩니다.

결국 모든 것은 왜곡됩니다.

그러나 왜곡된다는 사실 자체는 왜곡되지 않습니다. 

언어에 답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 올바른 언어를 만들어야 합니다.

언어는 연결수단입니다.

언어는 객체를 묶지만 언어에 묶이는 객체는 죽은 늑대입니다.

혹은 늑대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개입니다.

살아있는 늑대는 산 채로 묶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 

산 늑대를 산 채로 묶지 않고 묶을 수 있습니다.

우주공간의 어떤 점 A와 B를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불을 켜면 빛은 방 안의 모든 지점과 연결됩니다.

체를 정의하고 체의 중심점을 찾은 다음 안과 밖의 대칭을 세우면 됩니다. 

계를 정의하는 방법으로 언어의 모든 문제는 풀립니다.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3차원 개념은 둘이 같은 상자 안에 들어 있다는 전제를 깔고 있는 것입니다.

스스로 제한을 걸어놓고 제한 때문에 답을 알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며

이는 제 눈을 가리고 앞을 볼 수 없다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상도는 상명과 같은 것이며 자연의 진리는 언어의 진리와 같은 것입니다.

어떤 두 점을 연결할 수 있다면 모든 것을 파헤칠 수 있습니다.

그 점이 가만있지 않고 살아서 움직이는게 문제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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