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론을 연구하게 된 계기가 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다. 국어사전이 너무 엉망인 것이다. 일정한 체계가 없다. ‘젖’을 찾아보니 ‘유방’이라고 써놓았고 ‘유방’을 찾아보니 ‘젖’이라고 써놓았다. 장난하냐? 수준이하 돌려막기다. 사전을 이렇게 써도 된다면 나도 쓰겠다. 인류 문명의 어떤 약점을 발견하고 필을 받아버린 것이다. 그게 어디 출판사의 잘못이겠는가? 한국만의 잘못이겠는가? 어차피 외국 사전을 참고했을 것이다. 인류문명의 수준이 이것밖에 안 되는 것이다. 이 문명은 뭔가 근본적인 결함이 있다. 인생을 걸어볼 만하다. 나중에 동녘사 철학사전을 봤는데 사회주의 용어사전이다. 이건 더 개판이었다. 무슨 사이비 종교집단도 아니고. 예컨대 자본주의를 설명하면서.. 때려죽일 놈의 부르주아 애새끼들과 빌어먹을 놈의 제국주의 잡놈들이.. 이런 식으로 서술한다면 매우 웃기지 않겠는가? 내용이 감정적이고 주관적이다. 독자를 초딩 취급하면서 어르고 뺨치고 있다. 동독의 사전을 옮겼을 텐데 그쪽은 수준이 더 처참하다. 입이 비뚤어지지 않은 정상적인 분야는 수학밖에 없다. 다들 대가리에 총 맞은 거. 비판하려고 해도 이건 뭐 견적이 안 나온다. 많은 세월이 흘렀다. 이제는 달라졌을까? 달라진게 없다. 돌덩이를 찾아보니 ‘돌멩이보다 큰 것’이라고 써놓았다. 돌멩이를 찾아보니 ‘돌덩이보다 작은 것’이라고 써놓았다. 장난하냐? 도대체 거기서 크기가 왜 나와? 돌덩이는 돌+덩이다. 돌과 덩이를 설명하면 되잖아. 돌[명사] 흙 따위가 굳어서 된 광물질의 단단한 덩어리. 바위보다는 작고 모래보다는 큰 것을 이른다. 돌에 대한 설명도 웃긴다. 밥 먹다가 돌 씹으면 모래 씹었다고 해야 하냐? 외국 사전은 다른지 모르지만 이게 작은 문제가 아니다. 돌, 쇠, 나무, 흙은 물질의 성분에 대한 말이지 크기와는 관계가 없다. 크기가 중요하면 자갈은 왜 빼냐? 돌멩이는 돌과 멩이를 합친 거다. 돌멩이가 돌덩이보다 작은 것이면 방망이는 방덩이보다 작은 거냐? 망이는 매에서 나온 말이다. 돌로 매질을 하면 돌멩이다. 곰방매가 대표적이다. 흙덩이를 깨는 매다. 연자매도 있다. 맷돌도 있고 메주도 있다. M자로 시작되는 많은 어휘는 힘을 가한다는 뜻이 있다. 영어에도 힘과 관련한 단어에 M으로 시작되는 어휘가 많다. 돌덩이의 덩이는 덩어리고 덩어리는 무더기와 대비된다. 모래도 무더기다. 좋다[형용사] 1. 대상의 성질이나 내용 따위가 보통 이상의 수준이어서 만족할 만하다. 2. 성품이나 인격 따위가 원만하거나 선하다. 3. 말씨나 태도 따위가 상대의 기분을 언짢게 하지 아니할 만큼 부드럽다. '좋다'를 찾아보자. 국어사전을 이따위로 써도 되냐? 좋다는 말은 경상도 사투리로 ‘파이다’에 대응한다. 파이다는 버린다는 말이다. 파인 것은 팽개친다. 좋은 것은 당긴다. 둏다에서 온 말이기 때문이다. '다오.' 하고 요구할 만한게 좋은 것이다. 주다와도 관계가 있다. 좋다는 버리지 않고 채택하여 받아들이는 것이다. 반대는 싫다, 밉다, 나쁘다. 싫다는 거부하는 것이고 밉다는 밀어내는 거다. 나쁘다는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좋다는 good, fine, nice다. good은 가득, fine는 빠져나온다, nice는 셈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가득good하면 좋고, 앓던 이가 빠지fine면 좋고, 복잡하게 셈하지 않으면 좋다. 안셈nice이다. 여기에는 모두 특정한 액션이 숨어 있다. 모든 말은 궁극적으로 에너지의 방향성을 지시한다. 아니면 의성어에 뿌리가 있다. 바람이 붕붕 불면 풍風이다. 불이 활활 타면 화火다. 불이 타면서 타닥타닥 소리가 나는게 탄다는 말이다. 탄炭이다. tan은 선탠을 해서 탄 것이다. 받침 ㄴ은 세계적으로 발음의 변화가 없이 통하는 경우가 많다. ㄴ 받침만 발음할 수 있는 나라가 많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나라가 받침을 발음하지 못한다. 한국도 이름을 지으라니 죄다 ㄴ 받침을 넣어서 작명하는 데서 알 수 있다. 다른 받침은 발음하기가 어렵다. 사랑[명사] 1. 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 또는 그런 일. 2. 어떤 사물이나 대상을 아끼고 소중히 여기거나 즐기는 마음. 또는 그런 일. 3. 남을 이해하고 돕는 마음. 또는 그런 일. 이런 식으로 해도 되나? 아끼는건 뭐고 귀중이는 또 뭐야? 소중이는 또 뭔데? 하나마나한 말이다. 미움은 밀어내고 사랑은 끌어당긴다. 사랑은 자기 쪽으로 가져오려는, 자신과 하나가 되려는, 자신과 동일시되는, 연결하려는 마음이다. 객관적인 서술이 아닌 것이다. 사랑이든 증오든 에너지의 방향을 가리킨다. 자석은 밀어내거나 당긴다. 밀어내면 미움이고 당기면 사랑이다. 모든 존재는 주변과 연결되어 있다. 족보가 있다. 계통이 있다. 명사는 발생의 계통을 따라 설명하고 동사는 에너지의 진행방향을 중심으로 설명해야 한다. 그런데 명사도 궁극적으로 동사다. 동사는 결국 의성어다. 밀다라고 하면 에너지의 압박이고 입술을 물어서 압박을 느끼면 M 발음이 나온다. 모든 어휘의 뿌리는 자연에서 나는 소리 아니면 입에서 나는 소리다. 여러 단계를 거치며 교착되고 굴절되어 어휘가 진화한다. 틈, 띄엄, 뜸, 참, 짬, 토막, 도마, 두메, 돔, 덤, 뗌, 드문, 땜, 때움, 띄움은 모두 같은 TM을 굴절시켜 만든 말이다. 우리말에도 많은 굴절어가 숨어 있다. 원래는 중국과 같은 단음절어였기 때문에 굴절시킬 수밖에 없다. 가, 해, 서, 와, 뭐, 줘 하는 식으로 한 발음이었다. 한 음절을 굴절시켜서 단어를 생산하다가 교착어가 도입되어 뒤에 붙이기 시작한 것이다. 예컨대 덥다, 짭다(짜다), 씹다(쓰다), 맵다, 떫다, 춥다, 얇다, 두껍다 등은 모두 뒤에 ㅂ이 붙는다. 주로 몸에 붙는 것이다. 춥다면 추위가 몸에 붙은 거다. 객체의 속성을 가리킨다.
자연은 진화한다. 언어도 진화한다. 그러면서 주변과 관계를 맺는다. 명사는 발생의 계통이 있고 동사는 에너지의 방향성이 있다. 관계가 비슷한 말은 발음을 살짝 틀어서 만든다. 언어는 계통과 관계와 방향성으로 설명해야 한다. 그것이 자연의 진실이기 때문이다. 이런 기본이 안 되어 있기 때문에 누구도 승복하지 않는 문화가 만들어져서 21세기에 괴력난신이 난무하고 주술과 음모론과 종교집단과 환빠가 준동한다. 근거없이 우기는 놈이 이기는 게임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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