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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071 vote 1 2023.02.06 (19:46:31)

    팽이가 느리게 돌면 쓰러진다. 사슴이 느리게 달리면 잡혀 먹힌다. 새가 천천히 날면 추락한다. 식물이 느리게 자라면 햇볕을 뺏긴다. 인간이 서로 사랑하지 않으면 멸종한다. 조절장치가 있다. 조절장치는 한 방향으로 작동한다. 두 방향이 되면 출구가 입구를 막아 에너지의 순환이 막히기 때문이다.


    존재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그것은 기능이다. 기능은 조절이다. 모든 존재하는 것은 내부에 조절장치가 있다. 조절장치는 내부에 있으므로 그것을 정하는 안팎의 경계가 있다. 닫힌계를 정하는 것은 상호작용이다. 닫힌계 내부에 상호작용의 메커니즘이 있고 거기에 동력을 조달하는 시스템이 있다. 메커니즘을 구성하는 밸런스와 축이 있다. 조절은 한 방향으로 일어나므로 방향성이 있다. 그 방향성에 따른 사건의 다음 단계를 예측할 수 있으므로 대응할 수 있다. 우리가 최종적으로 얻는 것은 대응방법이다. 인생은 부단한 대응이다. 그뿐이다.


    우리는 내부 조절장치를 보지 못한다. 대신 외부의 대칭을 본다. 우리는 대칭적으로 사유한다. 선과 악이라거나 진보와 보수라거나 하며 짝짓기 놀음 되게 좋아한다. 대칭은 외부와 연결한다. 외부와 연결하여 동력을 조달한다. 자연이 대칭 위주로 되어 있는 이유는 연결하기 좋게 된 것이다. 자연은 동력을 조달하기 좋은 형태가 되었다. 인간이 선과 악을 나누고 진보와 보수로 가르는 것도 집단의 의사결정의 편의에 따른 것이다. 집단과 쉽게 연결하려는 것이다.


    연결은 중심을 연결하는데 중심을 찾기 힘들다. 중심이 잘 보이는 형태가 대칭이다. 대칭은 본질이 아니고 연결이 본질이다. 외부와 연결하는 라인은 하나다. 대칭은 둘이지만 코어는 하나다. 바퀴는 두 개라도 핸들은 하나다. 연결은 동력을 공급하고 동력이 공급되면 움직이고 움직이는 것은 라인 하나로 연결된다. 대칭이원론을 버리고 연결일원론으로 갈아타야 조절할 수 있다.


    수레가 외바퀴라도 되는데 복잡하게 두 바퀴를 쓰는 이유는 연결의 중심을 찾기 쉽게 하려는 것이다. 수레를 인체와 연결하는 핸들은 하나다. 핸들이 두 바퀴 사이에 있어야 연결이 잘 된다. 모든 대칭은 연결의 편의다. 우주는 궁극적으로 연결이며 그 연결에 의해 조절된다. 그 조절장치는 하나다.  


    이원론과 일원론은 동전의 양면이다. 연결은 에너지를 주는 자와 받는 자가 있다. 주는 손은 한 손이고 받는 손은 두 손이다. 받는 쪽이 대칭을 만들지 않으면 에너지를 놓친다. 자연의 모든 대칭은 받기의 편이다. 받는 것은 능동이 아니라 수동이다. 조절장치는 주는 자에 있지 받는 자에게 없다.


    우주는 연결이다. 능동과 수동이 있다. 전달하는 쪽은 일원론이고 전달받는 쪽은 이원론이다. 능동은 1이고 수동은 2다. 문제는 인간이 어디에 주목하는지다. 인간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받는 사람으로 규정한다. 줄 일 보다 받을 일이 많기 때문이다. 과학에 자기 입장을 개입시키면 안 된다. 우리는 세상을 조절하는 자의 일원론으로 파악해야 한다. 주최측의 입장에 서야 한다.


    뉴턴은 조금 틀렸다. 조절장치 개념이 없다. 아인슈타인이 뉴턴의 허점을 보완했음은 물론이다. 원자론은 조금 틀렸다. 조절장치 개념이 없다. 인과율도 조금 틀렸다. 조절장치가 없다. 진화론도 조금 틀렸다. 조절장치가 없다. 확률론도 조금 틀렸다. 조절장치가 없다. 우리의 상식은 조금씩 틀려 있다. 조절장치와 그 방향성에 대한 개념이 없다. 능동을 놓치고 수동을 분석한다.


    연결하는 라인이 하나이므로 진화는 한 방향으로 계속 간다. 왜 양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만약 두 방향으로 가면 어떻게 될까? 입구와 출구가 엉킨다. 입이 항문을 겸하게 된다. 배기구가 흡기구가 된다. 출구가 입구를 막아서 에너지를 전달할 수 없게 된다. 밸런스는 한 방향으로 조절해야 한다.


    생물의 진화가 그러하다. 다윈은 성선택이라고 하지만 그게 성적 조절장치다. 중요한 것은 이 부분이 매우 민감하다는 점이다. 초기 디폴트 값을 잘못 지정하면 양의 피드백이 일어나서 결과는 크게 변한다. 사슴의 너무 큰 뿔이나, 공작의 너무 큰 꼬리깃은 원래 짝짓기의 조절이 어렵기 때문이다. 일방작용은 조절이 쉬운데 상호작용은 조절이 어렵다. 먼저 암컷이 발정하고, 다음 수컷이 냄새를 맡아 흥분하여 몸 상태가 변하고, 다시 수컷이 구애의 춤으로 암컷을 흥분시키고 하며 단계가 서너 번 반복되면 차이값은 크게 벌어지고 만다. 암컷과 수컷이 서로 상대방의 몸에서 호르몬을 끌어내어 신체를 짝짓기하기 좋은 컨디션으로 만들어주다 보면 주고받고 하는 과정에 일이 눈덩이처럼 커져서 극단으로 흘러간다.


    개와 보노보와 인간에게서 볼 수 있는 자기가축화가 이를 증명한다. 그것은 선택의 우연이 아닌 조절의 필연이다. 선택은 받는 쪽의 관점이다. 주는 쪽의 조절은 한 번 방향이 정해지면 그쪽으로 계속 달려간다. 늑대는 평등한 협동전략을 선택했고 개는 서열을 중시하는 복종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조절되는 이유는 연결되기 때문이다. 인간은 집단과 연결된다. 나무는 햇볕과 연결된다. 구조모순이 있다. 인간의 성장은 집단을 다치지 않는 방향으로 정해져야 한다. 나무의 성장은 햇볕을 가리지 않는 방향으로 정해져야 한다. 잎이 줄기 밑으로 와버리면 줄기가 햇볕을 가려서 망한다. 인간이 집단을 피하여 고립으로 방향을 정하면 죽는다. 에너지의 입구와 출구는 분리되어야 한다.


    출구가 입구를 막으면 죽는다. 계속 가는 것이 두 방향은 망하고 한 방향이면 산다. 이 하나의 근본 원리에 의해 우주는 전부 설명된다. 정치인이나 논객이 자기 지지자를 배신하는 것이 출구가 입구를 막는 대표적인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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