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131 vote 0 2023.02.01 (11:12:55)

    세상이 멸망하고 난 다음 인류의 모든 과학지식이 파괴된 상태에서 신이 살아남은 인류의 대표자에게 문명의 재건에 필요한 몇 가지 질문을 허용한다면 인류의 대표자로 나선 당신은 맨 먼저 무엇을 질문하겠는가? 그것은 가장 많은 정보를 함축하고 있는 모든 것의 근원에 대한 질문이어야 한다.


    인류의 첫 번째 질문은 '세상은 무엇으로 되어 있는가?'이어야 한다는 것이 이 물음에 대한 나의 자문자답이다. 인류는 이 소박한 물음에 철저하지 않았다. 구조론은 과거의 낡은 생각과 결별하게 하는 인류의 새로운 도전이다. 그것은 모든 것의 처음에 대한 사유다. 사유의 첫 단추를 끼우는 문제다.


    세상은 구조構造로 되어 있다. 구構는 목재를 우물 정井짜 모양으로 끼운 것이니 이는 공간의 얽힘이요, 조造의 부수는 '쉬엄쉬엄 갈 착辵'이니 이는 일을 시간에서 착착 진행한다는 뜻이다. 세상은 공간의 구構와 시간의 조造로 이루어졌다. 그것은 의사결정이다. 세상은 의사결정구조의 집합이다.


    구조를 우리말로 옮기면 '꽉착'이 된다. 혹은 '꽉꽉착착'이나 '끼워끼워 차근차근'이라 하겠다. 그것은 어떤 일의 공간적 연결과 시간적 전달에 관한 것이다. 연결하고 전달하는 것은 탄생이다. 태초에 무엇이 있었던가? 탄생이 있었다. 탄생의 관문을 통과하지 않고 그냥 존재하는 것은 우주 안에 없다.


    인류는 이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고 대신 회피하는 꼼수논리를 만들었다. 원자론과 인과율이 그것이다. 원자의 쪼개지지 않는다는 설정은 '꿴다'는 의미의 구構와 반대가 된다. 분리가 없으니 결합도 없다. 인과율의 원인은 짓기 전이고 결과는 지은 다음이니 짓는 현재진행과정을 회피한다.


    인류는 교묘한 트릭으로 문제의 핵심을 피해버렸다. 21세기임에도 불구하고 각종 사이비와 주술과 종교와 음모론과 괴력난신이 난무하는 이유다. 과학을 거짓말로 시작했기 때문에 각종 사이비의 거짓공세를 막을 방법이 없다. 최초의 백지상태에서 과학까지 가는 사유의 빌드업 과정이 사라졌다.


    인류는 권태, 냉소, 퇴폐, 염세가 만연했던 19세기의 세기말과 같은 집단 우울증에 걸려 버렸다. 양차 세계대전의 조짐과 맬서스 트랩의 공포 앞에서 지식인의 무기력함을 표현한 것이 세기말 사조다. 인류는 다시 위협받고 있다.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지경에 몰렸다. 이제는 정면승부를 해야 한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공지 닭도리탕 닭볶음탕 논란 종결 2 김동렬 2024-05-27 16791
6277 양질전환은 없다 1 김동렬 2023-01-14 2424
6276 양평 상원사 동종 image 1 김동렬 2022-11-12 2425
6275 신과 우상 김동렬 2023-10-23 2426
6274 예수의 초대 김동렬 2022-12-24 2430
6273 3의 발견 김동렬 2022-07-15 2432
6272 인류문명의 맹점 김동렬 2022-02-07 2435
6271 인간의 길(업데이트) 김동렬 2022-02-16 2436
6270 한국인의 지적 허영심과 오펜하이머 김동렬 2023-08-18 2437
6269 영혼의 의미 김동렬 2023-10-25 2442
6268 검수완박 대환영 윤석열 1 김동렬 2022-04-20 2443
6267 나라 망했다 유시민 3 김동렬 2023-08-11 2443
6266 결정론과 확률론 3 김동렬 2022-11-20 2444
6265 한국인들의 민주주의 멀미 김동렬 2023-08-13 2444
6264 변화를 보는 눈 김동렬 2023-11-01 2444
6263 삼국지 인물론 김동렬 2023-11-01 2445
6262 우주는 디지털이다. 1 김동렬 2022-05-16 2446
6261 초이성의 부름 김동렬 2022-12-25 2448
6260 제주도사람과 호남사람 김동렬 2023-02-26 2449
6259 차원 5의 의미 김동렬 2020-04-25 2450
6258 힘의 격발 김동렬 2022-11-06 24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