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read 15393 vote 0 2004.02.11 (22:57:50)

사이트 개편과 관련하여 고민이 있었습니다. 몇 안되는 필진들이 다들 떠난다고 해서 한동안 의욕을 잃었습니다. 문제가 있으면 속으로 끙끙 앓지 말고 어떻게든 드러내어 해결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서영석님이 역량을 발휘해서 잘 해결하기를 바랍니다.

어쩌면 저도 양다리를 걸치는 형태로 새 사이트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참여하게 되면 서프에는 장문의 칼럼을 올리고, 그쪽은 다듬어지지 않은 짤막한 글을 실시간으로 올릴 생각입니다. 제가 원래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인데 서프에서는 너무 점잔을 떨어서 범생이가 된 기분이거든요.

본색을 탄로내어야지요.

우울해져서 글이 안써지는군요. 지금 국회가 하고 있는 꼴은 정말이지 만정이 떨어져서 뭐라고 평을 해주기도 싫습니다. 시사를 떠나서 허접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약간 이상한 이야기가 되겠지만 재미로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 지역주의의 개집 안으로 숨는 최후의 방법이 사용되었던가 보오~. 』


어떤 개장수 이야기
어떤 일이 있었는가 하면 .. 경찰이 어떤 도둑을 쫓고 있었는데 도둑이 자신의 농장으로 도망을 가더니 사나운 맹견을 10여 마리나 풀어놓는 것이었습니다. 경찰은 개가 무서워서 진입을 못하게 되었는데 누군가가 아이디어를 내서 개장수를 데려오기로 했습니다.

아시다시피 개장수들은 개들을 잘 진압하곤 합니다. 사나운 맹견도 개장수들 앞에서는 다소곳한 새색시(앗 여성분께 실례되는 표현)가 아니고.. 하여간 꼼짝을 못하는 것입니다. 개장수들이 집안으로 성큼성큼 걸어들어가더니 단숨에 개들을 끌고 나왔습니다. 도둑은 바로 잡혔지요.

왜 개들은 개장수를 무서워할까요?

실은 개장수들도 그 이유를 모른다는 겁니다. 그래서 하루는 개장수들이 모여서 회의를 열었는데 ‘개들이 개장수들의 눈빛을 무서워한다’는 걸로 결론이 모아졌다고 합니다. 근데 과연 그 말이 맞을까요? 개장수들은 다 눈빛이 사나운 것일까요?

개들은 ‘세이프티 존(Safety Zone)’이라는 임의의 구역을 정해놓고 있습니다. 예컨대 개주인이 훈련된 세퍼드에게 가방이나 자전거를 지키라고 명령하면, 개들은 도둑이 물건을 훔쳐갈까봐 가방이나 자전거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실은 그 가방이나 자전거를 일종의 개집이라고 생각하고 자기 지역을 외부의 침입자로부터 방어하는 것입니다.

즉 사람이 생각하는 것과 개가 생각하는 것이 전혀 다른 논리체계를 가지는 것이지요.

사람이 나타나서 그 ‘세이프티 존’의 입구에서 얼쩡거리면 개들은 사납게 짖어댑니다. 개장수들은 그 세이프티 존 앞에서 머뭇거리지 않고 단숨에 돌파해 버립니다. 개가 맘 속으로 ‘짖을까 말까’를 판단하는 그 경계지점에 머무르지 않고 바짝 다가서는 것입니다.

개들은 일단 짖을 기회를 놓쳤으므로 작전을 변경합니다. 짖는 작전을 포기하고 이빨로 깨무는 작전을 채택합니다. 개들은 사람 몰래 뒤로 돌아가서 종아리를 물려고 합니다. 이때 개들은 사람의 눈을 주시하게 되는데 이는 사람의 뒤로 돌아가기 위해서입니다.

개장수들은 개를 똑바로 바라보고 눈싸움을 합니다. 즉 개가 사람의 눈길을 피해 뒤쪽으로 돌아갈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이지요. 이 경우 개는 두 번째 작전을 포기하고 세 번째 작전을 채택합니다.

개집 안으로 도망치는 거지요. 개장수는 개집 안으로 얼굴을 밀어넣습니다. 만약 손을 집어넣는다면 개가 그 손을 물겠지만, 머리통을 통째로 밀어넣으면 개는 당황해서 사람을 물겠다는 생각은 못하고 오직 끌려나가지 않을 궁리만을 하게 됩니다.  

개장수는 끌려나오지 않으려고 버둥거리는 개의 목줄을 잡아서 개집에서 끌어냅니다. 그걸로 끝나는 거지요. 여기서의 핵심은 개는 어떤 의사결정을 하는 지점을 정해놓고 있으며 그 사전에 정해놓은 전략에 집착하다가 개장수의 작전에 말려든다는 말입니다.

1) 세이프티 존 근처에서 - 사납게 짖어대는 전략을 채택한다.
2) 깨물 수 있는 거리에서 - 개장수의 눈길을 피해 뒤쪽으로 돌아가려 한다.
3) 개집 안으로 도망가서 - 끌려나가지 않으려고 버틴다.

이렇게 개는 칩입자와의 거리에 따른 자기의 행동규칙을 사전에 정해놓고 있기 때문에 이를 역으로 치고들어오는 개장수에게 번번히 당하고 마는 거지요.

개를 길러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개는 슬그머니 사람의 뒤로 돌아가서 종아리를 깨물거나 혹은 냄새를 맡으려고 합니다. 즉 사람의 눈길을 피하는 거지요. 개장수는 그럴 틈을 주지 않는 것이구요.

사람에게도 세이프티 존이 있습니다. 자신도 잘 모르는 자기 행동규칙이 있는 거에요. 예컨대 제비족들이라면 여성의 세이프티 존을 공략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고 봐야지요. 여성은 남성이 어떤 지점에서 얼쩡거리면 일단 반대를 합니다. 거의 본능적으로 반대의견을 내는 거죠.

제비족들은 여성들의 그러한 판단지점을 잘 알고있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그 지점을 돌파하여 거리를 밀착시켜 버리는 것입니다. 여성들은 찬반의사를 결정할 타이밍을 놓치게 되는 거죠. 이런 식으로 마음을 조종당하는 것입니다.

예컨대 점장이들은 손님이 오면 일단 반말로 무섭게 호통을 칩니다. 이는 손님의 세이프티 존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고도의 전략입니다. 손님은 점장이의 의도에 말려들어 자신도 모르게 자기정보를 제공하게 되고 점장이는 이런 수법으로 간파한 정보를 가지고 점괘를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개장수 정동영?
노무현은 민주당의 세이프티 존을 간파할 수 없습니다. 정서가 다르니까요. 개장수 정동영이 그것을 알고 있습니다.(비유가 이상하더라도 양해를) 개 짖는 소리가 요란합니다. 노무현은 겁먹고 일단 한걸음 뒤로 물러섰습니다.

대신 투입된 정동영이 단숨에 그 세이프티 존을 돌파하여 버린 것입니다.

이때 개들은 노무현의 시선을 피하여 슬금슬금 뒤쪽으로 돌아가려 합니다. 이른 바 ‘총선 올인’을 하지 말라는 건데 이 말은 개장수더러 개를 노려보지말고 다른 쪽을 바라보고 있어달라는 주문이 됩니다. 물론 뒤쪽으로 돌아가서 종아리를 깨물어 보겠다는 수작이지요.

그것이 바로 지금 하고 있는 '청문회'입니다.

노무현이 총선에 개입했습니까? 안했습니다. 단지 민주당에 표를 주면 한나라당이 이득을 본다고 말을 했을 뿐입니다. 이는 행동이 아니라 말이지요. 말도 못합니까? 민주당의 계획은 되도록 노무현과 눈길을 마주치지 말자는 것입니다. 살금살금 뒤로 돌아가서 종아리를 깨물 때까지 노무현의 시선을 다른 데로 돌려놓으려는 거지요.

탄핵이니 뭐니 하는 공갈에는 그런 뜻이 숨어 있습니다.

노무현의 대책은?
똑바로 시선을 마주쳐야 합니다. 절대로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려서 안됩니다. 예의 주시하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지요. 사납게 노려보고 있어야 합니다. 그대로 머리를 개집 안으로 들이밀어야 합니다. 그리고는 목줄을 부여잡고 단숨에 끌어내야 합니다.

똑바로 시선을 마주치고 있는 한, 개는 절대로 물지 못합니다. 왜? 끌려나가지 않으려는 전략을 세웠기 때문이지요. 그 작전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물 생각을 못하는 것입니다.

탈당했던 정범구와 김홍일이 복당하고 있습니다. 수도권출마를 주장하던 한화갑들이 지역구를 사수하기로 한답니다. 이는 개가 개집으로 도망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이 상황에서 개에게도 여러 가지 선택이 있을 수 있는데, 개는 어리석게도 자기 행동반경을 한정시키는 방법으로 자신의 전략을 상대방에게 노출시켜 버리는 것입니다.

다른 모든 가능성을 없애버리고 '개집 지키기' 하나에 올인한거죠. 지역주의입니다. 너무 일찍 지역주의에 하나에 올인을 해버려서 다른 작전들은 검토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이젠 정말 개혁경쟁이고, 민주당의 정통성이고, DJ의 체면이고 모두 던져버리고 오직 지역주의라는 개집에만 매달리는 것입니다.

더 말할 필요가 무엇이겠습니까? 정동영 개장수는 과감하게 그 개집 안으로 머리를 들이밀어야 합니다. 그리고는 하나씩 끌어내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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