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해야 산다. 그런데 연결이 어렵다. 기둥에 묶으려고 해도 기둥이 없다. 바다에 떠다니는 빈 보트와 같다. 연결하려면 대지에 뿌리를 박아야 한다. 든든한 기둥을 세워야 한다. 빌드업 축구와 같다. 느리더라도 차근차근 게임을 풀어가야 한다. 음악과 미술과 건축과 문학과 패션을 관통하는 모든 예술의 공통점은 인간을 긴장시키는 것이다. 흥분시키는 것이다. 깜짝 놀라게 하는 것이다. 강한 인상을 주는 것이다. 여운이 오래 가는 것이다. 좋은 작품의 특징은 그 긴장이 객체 내부의 질서에서 조달되는 것이다. 반면 졸작은 자기소개를 한다. 예컨대 그림이 좋으면 '이 화가는 기술이 좋네.' 이렇게 된다. 밥 로스처럼 말이다. 작가의 기량에 주목하게 된다. 작가의 개입이다. 이건 망하는 거다. 개념미술은 공장에 맡기므로 작가의 기량이 없는데 말이다. 삼국지라면 나관중에는 관심이 없고 '유비가 낫냐, 조조가 낫냐.' 이거 가지고 논쟁하기 마련이다. 독자가 작가를 쳐다보면 안 되고 객체 내부에 독자의 긴장을 조달하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 사유의 빌드업 과정이 보여야 한다. 먼저 땅을 다지고 다음 초석을 놓고 기둥을 세운다. 그 기둥과 차례로 연결한다. 그런 과정이 보여야 한다. 그런 기초가 없이 뜬금없이 던져지는 생각은 가짜다. 괴력난신, 음모론. 초능력, 사차원, 외계인, UFO, 사이비 종교의 공통점은 사람을 겁준다는 점이다. 왜? 긴장시키기 위해서다. 주목하게 만들려는 것이다. 빌드업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겁을 주지 않으면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구조로 되어 있는 것은 거짓말이다. 조선 시대에 누가 5층짜리 건물을 지어놓았다면 다들 쳐다볼 것이다. 겁을 주지 않고 기교를 부리지 않는데도 다들 쳐다보게 만드는 것이 예술이다. 사람을 쳐다보지 말고 작품 내부의 질서를 쳐다보게 만들어야 한다. 사람을 판단해도 그러하다. 김어준을 쳐다보지 말고 그가 주도하는 게임의 빌드업 과정을 쳐다봐야 한다. 기초부터 한 층씩 쌓아서 신뢰를 건축하고 있는지 아니면 남의 것을 빼먹으려고 험담을 하는지다. 인간의 사유도 리얼리즘이 필요하다. 빌드업이 있는 사유를 해야 한다. 연결이 되는 사유다. 많은 거짓 속에 숨는 두더지의 사고를 버리고 모두 연결하여 하나의 통짜 덩어리를 만드는 일원론의 사유를 훈련해야 한다. 컴퓨터라도 연결 아니면 단절이다. 그 외에 아무것도 없다. 더 엄밀하게 따지면 오직 연결이 있을 뿐이다. 유는 있고 무는 없다. 무는 유의 변화를 설명하는 용어일 뿐 유의 맞은 편에 무가 별도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먼저 요리하고 다음 밥을 먹는다. 인간의 실패는 일단 밥부터 먹고 나중 시간 나는 대로 요리하자는 식이다. 연결되면 속일 수 없는데 단절되면 속일 수 있다. 요리와 식사는 하나의 사건이다. 요리사는 요리하고 고객은 먹는다는 식으로 단절되면 두 가지 사건이다. 벌써 헷갈리기 시작한다. 모든 속임수는 단절로 인해 일어난다. 상부구조로 올라가서 하나의 사건으로 연결하여 보면 답은 명백해진다. 인류는 첫걸음마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빈틈없이 모두 연결하여 거짓이 숨을 곳이 없는 세계를 건설해야 한다. 사건의 연결고리가 되는 구조의 눈을 떠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