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007 vote 0 2023.01.13 (12:01:35)

    돔은 돌 하나만 빠져도 전체가 무너진다. 위태롭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야 한다. 하나만 빠져도 전체가 무너지는 구조는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 하나도 빼놓지 않고 고루 힘이 전달되기 때문이다. 모두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전체가 하나를 돕기 때문이다. 하나라도 힘을 받지 않고 따로 노는 구조가 있다면 그게 오히려 위험하다. 빠져도 되는 구조는 결국 빠진다. 빠지면서 주변에 영향을 미친다. 대미지가 누적되어 붕괴한다.


    우주의 건축도 마찬가지다. 하나만 무너져도 전부 무너지게 되어 있다면 그 하나는 무엇인가? 16가지 기본 입자에 질량을 부여하는 힉스 보손이 그러하듯이 그것이 없으면 안 되는 그것이 있다. 그것은 탄생이다. 탄생하지 않고 존재하는 것은 없다. 시간과 공간과 물질은 원래부터 있었다는 식은 성립될 수 없다. 모든 존재하는 것은 최초의 탄생과정을 거쳐서 비로소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 탄생과정이 위태롭다. 존재의 기본모순이다.


    모든 탄생은 안에서 밖으로 커지는 방향이다. 그런데 에너지는 밖에서 안으로 좁혀지는 방향이다. 둘은 모순된다. 존재는 근본적으로 위태롭다. 이 모순은 해결방법이 없다. 들어가는 것과 나가는 것은 출입문에서 충돌한다. 에너지는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고 탄생은 안에서 밖으로 달려나간다. 보통은 입구와 출구가 따로 있는데 최초의 탄생은 입구가 출구다. 인간의 모든 시행착오가 여기서 비롯된다. 잘 나가다가 한 번씩은 꼭 막힌다. 


    입구가 출구다. 우주의 기본모순이다. 필연적으로 비효율이 따른다. 폭탄돌리기와 같다. 폭탄을 넘겼는데 다시 내게로 돌아온다. 내가 폭탄의 입구인데 동시에 출구다. 검사가 범인이다. 왕이 역적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없지만 물타기 하는 방법은 있다. 그것은 게임 참가자 숫자를 늘리는 것이다. 더 많은 사람이 폭탄돌리기를 하면 한숨 돌릴 수 있다. 폭탄이 다시 돌아오기 전에 늙어죽으면 된다. 우주는 이 방법을 쓴다. 


    모든 존재는 하나 이상 입구와 출구가 겹치는 부분이 있다. 괴델의 불완전성의 정리와 같다. 모든 탄생한 존재는 외부 힘을 빌리지 않고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 하나 이상 반드시 있다. 대칭 중에 비대칭이 있다. 폭탄돌리기는 외부의 힘을 빌리는 것이다. 말미잘은 입이 항문을 겸한다. 소화하다가 도로 뱉어낸다. 그런 구조적 취약점이 반드시 있다. 들어간 곳으로 나와야 한다면 문간에서 잠복하고 있는 경찰에 잡힌다.


    조직은 약한 고리를 보호하는 과정에 발전한다. 코어가 약점이다. 코어는 힘을 양쪽에서 전달받기 때문이다. 코어는 에너지의 입구이면서 출구다. 모든 동작은 코어에서 시작하고 끝난다. 코어 근육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다. 코어가 약점이므로 조직은 코어를 강화한다. 중심에 뼈대가 만들어지는 이치다. 과일의 핵과 같다. 핵을 제거하면 길어진다. 씨 없는 포도나 씨 없는 수박 중에 길어진 것이 있다. 형태가 붕괴한 것이다. 


    조직의 약점을 보완하지 않으므로 약해졌다. 모든 존재는 탄생의 관문에서 딱 걸린다. 거기서 하나가 무너지면 다 무너진다. 의심스러운 것은 탄생과정을 추궁하면 진위가 가려진다. 모든 거짓의 공통점은 탄생과정을 얼버무리는 것이다. 최초의 시작이 희미한 것은 가짜다. 돔은 중력으로 모두 연결된다. 존재는 탄생으로 모두 연결된다. 우리가 존재의 최초 탄생과정을 해명하지 않고 어정쩡하게 중간부터 시작하므로 헷갈린다. 


    최초라면 원자론인데 거기서부터 잘못되었다. 원자론의 쪼개지지 않는다는 설정은 우주를 완벽한 구조로 가정하고 약점을 회피한 것이다. 모든 존재는 탄생한 존재며 탄생과정에 쪼개진다. 배꼽이 떨어진다. 취약하다. 그것을 보완하면서 발전한다. 존재는 구조문제에 따른 기본모순이 있다. 모순은 우주를 팽창시키고 생물을 진화시키고 문명을 진보시키는 원동력이다. 모순이 약점이 되고 약점을 보완하는 과정에서 진보가 있다. 


    가장 강력한 구조는 약점을 지속적으로 보완하는 구조다. 폭탄돌리기 게임 참가자 숫자를 지속적으로 늘려가는 것이다. 우주를 이룩하기도 하고 우주를 무너뜨리기도 하는 근본은 구조문제에 따른 기본모순이다. 입구와 출구가 충돌하는 문제다. 모순이 없다면 우주는 존재가 없다. 모순이 변화를 낳고, 변화가 시공간을 낳고, 시공간이 존재를 낳는다. 모순이 있어도 위태롭다. 모순이 없으면 앉아서 죽고 모순이 있으면 서서 죽는다. 


    그사이에 무엇이 있는가? 조절장치가 있다. 우주의 조절장치는 각운동량 보존에 따른 등가원리다. 구조론이 기본모순의 조절장치를 해명한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6179 다이몬의 소리 김동렬 2023-01-23 2958
6178 연결지향적 사고 김동렬 2023-01-20 2943
6177 딜레마 1 김동렬 2023-01-20 2809
6176 연결 김동렬 2023-01-19 2744
6175 빌드업 김동렬 2023-01-19 2958
6174 생각의 도구 1 김동렬 2023-01-18 2759
6173 진리충격 김동렬 2023-01-18 2793
6172 라고한다의 법칙 김동렬 2023-01-17 3038
6171 자기소개 하지마라 김동렬 2023-01-16 4629
6170 양질전환은 없다 1 김동렬 2023-01-14 3267
» 기본모순 김동렬 2023-01-13 3007
6168 구조문제 김동렬 2023-01-13 2800
6167 무당의 어원 김동렬 2023-01-13 3013
6166 감시자 문제 김동렬 2023-01-12 2980
6165 존재의 변속충격 김동렬 2023-01-10 3023
6164 김어준 충격 1 김동렬 2023-01-10 4002
6163 인지적 충격파 김동렬 2023-01-09 3040
6162 유시민의 전략 김동렬 2023-01-08 3365
6161 벌거숭이 임금님 1 김동렬 2023-01-08 3006
6160 인간의 문제 김동렬 2023-01-07 30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