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시간을 멈추어 놓고, 판단한다. 또 판단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린다.

많은 법의 오류들은 그 멈출 시간을 어디까지로 정하느냐에 따라 생기기도 한다. 혹은 의도적으로 임의대로 멈출 시간을 지정하며 오류를 유도하기도 한다.

현실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법의 판단과 별개로 현실의 실익이란 저울이 존재하며, 이것이 당사자에게도 영향을 미쳐 멈추어진 시간동안으로 판단해보자고 하는 법의 판단에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법체계는 사실을 온전히 반영하기 힘든 면이 있을 수 있다.

컴퓨터 산업이 빠르게 발달하던 1970~80년대에 ‘비지캘크’라는 스프레드시트 소프트웨어와 관련한 소송에서도 이 점을 볼 수 있는데,

권리를 다투던 당사자들은 법의 판단을 받아보기도 전에,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셀에게 시장의 자리를 내주었고, 소송의 실익이 무색해진 적이 있다.

빠르게 움직이는 현실에 오랜 시간 후 법이 제동을 걸고, 영향을 끼친 사례들도 있겠으나
기본적으로 정지해놓고 판단하는 법체계와
시간이 투여되는 재판절차는 현실의 변화가 빠를 때, 그만큼 뒤로 가며 현실을 온전히 판단하지 못한다.

판결을 하려면 시간을 멈추어야 하며,
시간이 멈춰있는 현실은 사실의 부분적인 조각일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