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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3429 vote 0 2004.01.20 (17:34:53)

조순형의 졸렬한 결단
얼마전 한나라당 최병렬의 닭짓과 비교해보면 됩니다. 최병렬 개인은 단식으로 면피하고 대신 당을 죽인 겁니다. 즉 이회창이라면 당을 끌고 들어가서.. 예산통과부터 시작해서 하나부터 열까지 정면대결로 갔을 것인데.. 최병렬은 자기 한사람만 단식하고 그 외에는 국정에 잘 협조했지요.

그래서 노무현으로부터 감사인사도 받고.. 최병렬은 개인을 살리기 위해 당을 죽인 겁니다.

요는 사태를 ‘개인의 문제로 만드는가’ 아니면 ‘전체의 문제로 만드는가’인데 조순형은 최병렬과 마찬가지로 ‘개인의 문제’로 만들려는 거지요. 비겁한 도피입니다. 절대 ‘영웅적 결단’이 아니에요. 실제로 당에 어떤 피해가 가는지 봐야 합니다.

그에겐 두가지 카드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당을 추슬러서 우리당에 백기투항하는 방안.. 이 경우 욕은 졸라 먹어도 당은 삽니다. 주로 김종필이 이런 짓을 잘하지요. 둘은 당을 쪼개는 방안.. 조순형의 방법은 두가지 카드 중 후자를 택한 겁니다.

당을 깨고 당에서 뛰쳐나갈 사람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기로 한거지요.

자! 조순형이 대구출마 했는데 박상천 정균환은 어디에 출마해야 하지요? 이건 당을 깨자는 겁니다. 노골적인 압박이재요. 그래서 그들이 뛰쳐나가면? 책임전가에 성공하는거죠. 이게 다 '정박' 니들 탓이다 이런거. 즉 김종필과는 정반대의 방법을 선택한 거에요.

조순형은 이대로 가서 결국 당이 깨지면, 당이 깨졌다는 핑계로 우리당에 오는 시나리오 하나를 살려놓고 있는 거지요. 속이 뻔히 보이는 거에요. 하여간 김종필만도 못한 사람입니다.

보스는 어떤 경우에도 식구들을 끝까지 책임져야 합니다.. 그게 의리. 김종필이 그거 하나는 잘했죠. 우스운 방법을 쓰긴 했지만..


영재교육, 환상을 버려라!

박수석과 대화 때도 나온 이야기인데 .. 많은 사람들이 영재교육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다. 박수석도 마찬가지.(강남은 안돼. 역시나 안돼T.T) 박수석은 교육으로 취업난을 해소 한다든가 하는 터무니없는 발상을 가지고 있었다.

(최근 재래시장 불경기는 인터넷 쇼핑몰과 창고형매장 때문이다. 한쪽은 불경기지만 한쪽은 대박맞는 중이다. 이렇듯 구조적인 측면에서 답을 찾아야 하는 경우가 참으로 많다. 교육도 마찬가지.)

한 국가의 인적자원은 총량에서 제한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내 주위에 영어 잘하는 백수 많다. 필리핀 사람들이 영어를 못해서 필리핀이 가난한 것이 아니고, 일본인들이 영어 잘해서 선진국 된거 아니다.

중국어 안배워도 수출전선에 이상없다. 중국어 잘하는 연변동포 채용했다가 낭패본 중국진출기업 많다는 소문도 있다.

한 국가의 인적자원의 총량은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 인적자원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중요하다. 어학실력은 그 관리되어야 할 요소들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 안되는 사람은 10개국어를 배워도 안되고, 되는 사람은 영어 못해도 저절로 된다. 인터넷시대라서라도 그렇다.

영재교육 하다가 망한 나라가 바로 중국이다. 아세아적 정체(停滯)현상 말이다. 무엇인가?

중국의 과거제도 전통은 우리와 다른 데가 있다. 중국은 몇 백개의 대성(大姓)이 엄청난 씨족집단을 구성하고 있다. 그 중 한 개의 성씨만 해도 인구가 400만, 500만을 가볍게 넘어간다. 즉 한 국가를 세워도 충분한 인구가 같은 성씨를 사용하며 일종의 계모임 비슷한 족벌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종중이 단결해서 무슨 짓을 하는가 하면, 전문적인 브로커가 있어서 그들을 고용하여 최고의 천재를 외부에서 스카웃 한 다음(주로 가난한 집 자식들) 자기들 성씨로 입양을 시켜, 그 종중의 대표선수로 과거를 보게 하는 것이다.(우리나라엔 없다)

중국의 과거지망생들은 개인의 출세를 목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입양시켜 먹여주고 키워준 종중을 대표하여 과거공부를 하게 되어 있으며, 입신출세하면 자신의 재능을 그 수백만 종중의 이익을 대표하는데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그 결과는?

중국인들은 절대로 창의적인 모험을 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자본을 투자한 종중에 피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이다. 이게 본질이다.

비교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경쟁의 단위에서 풍토의 차이가 있다는 말이다. 한국에서 장사하는 사람이 뇌물도 좀 먹이고, 정기적으로 인사도 드려야 하고 하는 식으로 관리해야 하는 사람의 숫자가 10여명 단위라면 중국에서는 그 10배가 되는 식이다.

그러므로 중국에서는 장사가 상업이 아니라 정치다. 고도의 정치술을 가진 자가 상업에 성공하여 자신이 대표하고 있는 종중을 먹여살리며, 그 종중의 이익을 대표하는 것이다. 과거에 합격한 관리도 마찬가지다. 개인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비극이다.

중국은 영재교육 하다가 망했다. 명나라 때부터 10살 내외의 천재 꼬마를 찾아내어 스파르타 식으로 훈련시켜 종중의 대표선수로 과거장에 보내곤 했다. 왜 중국은 희망이 없는가? 왜 중국은 절대로 1등을 못하는가? 그 본질의 한계를 바로 보아야 한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최명재가 민족사관고 만들어 놔도 서울대에 흡수되고 만다. 지역마다 특목고 만들어봤자 서울대에 흡수된다. 과기고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 영재교육은 전멸이다. 왜? 학생이 개인의 이익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가문을 대표하려 들기 때문이다.

‘개천에서 용 난다’고 한다. 개천에서 난 용은 그 개천으로 회귀해서 그 개천을 먹여살려야만 한다. 이래서는 희망이 없다. 한국의 모든 영재교육은 서울대교육에 불과하며 이는 중국의 과거제도와 마찬가지로 국가적인 몰락의 길이다.

창의성이 죽은 교육이라는 말이다. 그들이 개인의 이익이 아닌 종중의 이익을 대표하는 한, 개천에서 난 용이 개천으로 돌아가 자랑을 하는 한, 고향마을에 서울대 붙었다고 플랭카드 붙이고 마을잔치 벌어지는 한, 개인보다 가족의 이익을 위해 전공을 선택하는 한, 이 나라에 영재는 없다.

그러므로 진정한 교육은 철학의 교육, 가치관의 교육이어야 한다. 무엇이 가치 있는가? 개천으로 돌아가 뻐기는 용이 되지 말라는 말이다. 그건 가치없다는 말이다. 종중과, 마을과, 가문과, 가족들 앞에서 으시대기 위한 출세를 꿈꾸지 말라는 말이다.

가치관을 바꾸라는 말이다.

진짜 교육? 까맣게 멀었다. 가치관을 바꾸고, 철학을 바꾸고, 야심을 바꾸고, 꿈을 변경하지 않는 한.. 누가 자신의 존재를 알아주고, 인정을 해주고, 등을 두드려주는가의 문제가 바로잡히지 않는 한, 이 나라에 진짜 교육은 없다.

중국어 배워서 중국시장을 먹겠다는 식의 한심한 발상은 버려야 한다. 연변동포가 중국어 잘하는데도 왜 안되고 있는지 그 근본을 알아야 한다. 북경의 청화대에 모인 인재들은 전부 천재이다. 중국은 천재만 모아서 국가를 건설할 수도 있을 정도다. 근데 왜 안되지? 그 이유를 알아야 한다.

400만 종중원의 대표선수로 뽑혀서, 마을과 씨족의 명예를 빛내야 하는 의무를 짊어진 즉, 과중한 부담을 지우는 즉, 보폭이 좁아지고 모험을 안하고 창의가 죽는 것이다. 중국은 여전히 희망이 없다. 잘해야 2류에 도달할 뿐이다.

삼성의 천재찾기 운동도 마찬가지다. 그 천재라는 단어에 '가치 개념'이 들어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 가치가 삼성을 위한 가치임은 물론이다. 그런 식으로 부담을 지우는 한 천재는 절대로 나타나지 않는다. 싹수가 죽기 때문이다.

천재? 공동체의 구성원 모두가 오로지 자기 개인 한 사람만의 이익만을 대표하게 될 때 가서 나타난다.


백동호와 실미도
실미도 이야기를 언급하는 독자 분이 많은데.. 무심코 뱉은 저의 한마디가 의외의 반향을 낳을수도 있구나 하고 느끼는 점이 많습니다.(낯이 뜨끔) 지난번 그 글은 영화평이 아닙니다. 영화를 보고 쓴 글이 아니니까요. 제 이야기는 ‘강우석이는 기본이 안되어 있다’는건데 기본이 안되어도 흥행은 될 수 있죠.

‘공공의 적’도 제가 아주 혹평을 한 적이 있는데 .. 사실 저는 그 영화 보다가 졸았음.. 글래디에이터도 마찬가지로 혹평... 반대로 역사적인 재앙 ‘성소’는 점수를 후하게.. 이건 판단기준이 다른 겁니다. 제가 김기덕의 영화를 극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일반 관객들과는 다른 관점에서 보는 거에요.(그러니 평론가들 말은 곧이 곧대로 믿지 마세요. 평론가는 대중과 상극임.)

예컨대 김기덕의 ‘해안선’에 나오는 바닷가 갯벌에서의 권투장면이 실미도의 바닷가 권투장면으로 모방되었을 수도 있지요.(안봐서 모르지만) 즉 다른 영화에 좋은 영향을 주는 영화가 좋은 영화라는 겁니다. 흥행은 못해도 말이지요.

강우석이가 기본이 안되어 있다는 것은 예컨대.. 터지면 연기와 흙먼지만 피어오르는 폭탄을 터뜨려야 하는 상황에서.. 빨간 불꽃만 피어오르는 휘발유탄을 터뜨려서 김을 뺀다든가.. 혹은 사격을 할때 일정 비율로 반드시 섞여야 하는 예광탄을 쏘지 않는다든가 .. 이건 옛날 심형래의 몇몇 후진 영화에 피아노줄이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본이 안된 거거든요.

물론 일반 관객들은 모르지요. 저게 휘발유탄인지, 연막탄인지, 진짜 폭탄인지 알게 뭐람.. 근데 저는 알거든요. 그러니 짜증이 나지요. 실미도는 안봐서 모르지만.. 역시 폭탄이 아닌 휘발유가 터지고 있었고, 예광탄도 없는 듯 하고.. 죽도록 훈련한 배우가 똥배가 볼록 나왔을 뿐만 아니라.. 웃통 벗었는데도 피부가 검게 타지도 않았고.. 기타 등등.. 맘에 안드는 스틸이 많았지요.

저는 그런게 일일이 다 비위에 거슬리거든요. 특히 훈련병들은 민간인들이거나 아니면, 민간인에 가까운 잡범들인데, 중범죄자로 설정했다든가.. 기타등등 맘에 안드는게 매우 많지요. 그러므로 저는 여전히 실미도를 지지하지 않습니다.

하여간 실미도가 휘발유탄을 터뜨렸다면.. 강우석들은 반성 많이 해야 합니다. 라이언 일병 나온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전우’ 찍고 있는 겁니까? (물론 일반 관객들은 재미만 있으면 되지만 저는 그런걸 유심히 보기 때문에.. 초반 5분에 기분 잡쳐 버리면 ‘공공의 적’처럼 남들은 다 재밌다고 눈이 뚫어져라 보는데 저 혼자 쿨쿨 자는 겁니다.)

여담을 하기로 하면 내 인생에 극장에서 가장 오래 잔 영화.. 반지의 제왕 1편(죽는줄 알았음. 일행이 있어서 그냥 나올 수도 없고.. 자다가 괴성이 들려서 눈 뜨고 보면 잼없고.. 30여 번 깼음.. 그냥 잠이나 좀 자게 내버려두면 어디가 덧나나..)

실미도가 흥행에 성공한 이유는 원작이 탄탄했기 때문입니다. 원작은 백동호가 쓴 건데(백동호가 원작을 썼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그 글은 안썼겠지요. 대략 낭패 T.T) 백동호는 천재입니다. IQ가 160에 가깝다든가.. 유명한 금고털이인데 20여년전 제가 본 그 때 신문기사도 약간 기억하고 있습니다.

‘나산’인가 어딘가 하는 재벌의 금고도 털었죠. 당시 돈으로 20억을 털었으면 대도 중에도 왕도(王盜)입니다. 이 아저씨가 금고털이로 잡혀서 깜방을 갔는데.. 동료죄수가 기절하고 자빠진 거에요. 죽은 사람이 살아돌아 왔다나 어쨌다나..(10년 쯤 전에 백동호의 자서전이든가 책이 나왔던 기억)

백동호와 얼굴이 똑같이 생긴 일란성 쌍둥이 형님이 있었는데 그만 살인죄로 사형을 당한 거에요. 물론 백동호는 고아로 자라서 그런 사실이 있었는지도 몰랐지요. 감방동료가 알려줘서 뒤늦게 천애고아인 자신에게도 형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눈물을 흘렸다지요.

그 사건으로 충격을 받아.. 대오각성한 끝에 ‘세계 최고의 금고털이가 되겠다’는 꿈을 접고 소설가로 데뷔한 거죠. 실미도는 감방에 있을 때.. 실미도 훈련병으로 있었던 동료 죄수에게 들은 것을 그대로 옮긴 것이라 하는데 저는 상당부분 사실인 것으로 봅니다.

즉 그 영화의 스토리 전개 중 상당부분은 실화라는 이야기죠. 그렇다면 실미도는 강우석의 작품이 아닌 백동호의 작품이라 이겁니다. 하여간 백동호의 일란성 쌍둥이형 사건과 실미도와의 인연들은 다 신비하기 그지없는 이야기입니다. 인생이 뭔지 함 생각해볼만한 대목..

저의 지난번 글에 영향을 받아 영화를 안보신 분이 있다면 영화를 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판단에 잘못된 영향을 미친 점이 있다면 사과드립니다. 그래도 전 강우석의 모든 영화를 지지 안합니다.(영화는 보는 사람마다 주관이 다르다는 점 양해를~)

덧글..백동호의 형은 실제로는 죽지 않았으며 자서전 '대도'는 상당부분 픽션이라는 설도 있음(어디까지 진짜이고 가짜인지는 나도 몰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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