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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840 vote 0 2022.11.27 (19:00:16)

    모든 것은 존재로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존재라는 것은 수상쩍기 이를 데 없는 개념이다.
    한자로는 유有, 존存, 재在가 있고 영어로는 being과 existence가 있지만 어느 쪽이든 거시기와 비슷하다.
    그것을 직접 가리키지 않는다.
    존재는 관측자인 인간에 대한 말이다.
    주체의 맞은 편에 서 있는 객체가 존재다.
    남편이나 아내와 같다.
    남자가 스스로 자신을 남편이라고 부르거나 여자가 자신을 아내라고 부르는 일은 없다.
    부인이 유명인이면 아무개의 남편이라고 부르는게 더 빠를 때가 있지만 꼼수다.
    존재는 인간의 파트너다.
    인간을 배제하고 존재를 독립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물리적 실재physical reality다.
    물리적 실재는 무엇인가?
    모른다.
    원자론이 알려져 있지만 꼼수다.
    존재가 원자로 되어 있으면 편하긴 하지만 신이 인간을 위해 특별히 삽질을 베풀겠는가?
    신이 인간 따위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억지로 원자를 만들거나 하지는 않는다.
    300가지도 넘는 종류의 소립자과 그것을 연출하는 17가지 기본입자가 알려져 있지만 궁극적인 단계는 알 수 없다.
    초끈이론이 소립자 그 너머를 다루지만 원자론과 접근방식이 같다.
    원자론이 맞다고 치면 계산이 잘 들어맞는다.
    칼로릭이 있다고 치면 계산이 잘 들어맞는다.
    플로지스톤이 있다고 치면 계산이 잘 들어맞는다.
    에테르가 있다고 치면 직관적으로 이해가 쉽다.
    초끈이론이 맞다고 치면 왠지 뭔가 우주의 비밀을 알아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과학을 기분으로 하면 안 된다.
    원자개념은 인간의 편의를 위한 억지에 불과하다.
    과학에는 대중의 이해를 돕기 위해 거짓말 살짝 섞어서 이야기하는 경우는 많다.
    우리가 물질이라고 부르는 것은 자연에서 안정적인 상태로 존재하는 것이다.
    결국 우주는 궁극적으로 밸런스의 안정과 불안정이 있을 뿐이다.
    그 너머는 모른다.
    어쨌든 우리는 하나를 건졌다.
    결국 정답은 밸런스라는 것이다.
    안정적인 상태가 있는 것이다.
    존재는 안정된 것이며 판을 흔들면 언제든지 깨질 수 있다.
    17가지 기본입자도 그러한 성질에 의해 안정되었다는 것이며 결국 불안정하다는 것이다.
    존재는 불안정하며 거기세 성질이 덧붙여졌을 때 안정된다.
    팽이는 놔두면 자빠지지만 채찍으로 살살 쳐주면 자빠지지 않는다.

    자전거 페달을 밟지 않으면 쓰러진다.
    연은 놔두면 땅에 떨어지지만 적절히 얼레를 감아주는 기술을 구사하면 공중에 높이 띄울 수 있다.

    바람의 방향을 읽고 연을 날려야 하는데 십년 전이나 지금이나 연을 못 날리는 사람은 보라매 공원 잔디광장 서쪽의 바람이 불지 않는 나무 밑에서 죽을 쑤고 있고 연을 잘 날리는 사람은 동쪽에서 빌딩풍을 이용한다.

    연을 잘 날리는 사람을 뒤에서 구경하면서 남의 연은 잘도 나는데 내 연은 왜 날지 않는지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 인간은 원래 생각을 하지 않는다.
    우리가 아는 존재는 가만 놔두면 결국 깨지게 되어 있는 잠정적인 것이다.
    팽이가 돌고, 새가 날고, 자전거가 달리고, 물고기가 헤엄치듯이 성질에 의해서만 안정을 유지한다.

    거꾸로 생각해야 한다.

    존재가 성질을 가진 것이 아니라 성질에 의해서 겨우 존재된다.

    성질은 수학이다.

    존재는 수학에 의해 지탱되어 아슬아슬하게 턱걸이로 매달려 있다.
    결국 우주의 근본은 불안정이다.
    그것은 변화다.
    우주에 오직 변화가 있을 뿐이다.
    마이너스에 마이너스를 곱하면 플러스가 되듯이 변화와 변화가 만나면 안정된다.
    그러나 언제든 본래의 불안정으로 돌아갈 수 있다.
    우리는 물리적 실재에 대한 사유를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존재는 겨우 존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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