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지 에피소드..
<1>
한나라당의 홍사덕 원내총무가 지난 대선 결과를 두고 “국민들이 바보짓 했다”라고 한 모양이다. 그와 한나라당의 그간의 엽기적인 행태로 미뤄볼 때, 그의 이번 발언이 그렇게 놀라운 수준의 것은 아니다. 그들의 양심에 이미 불화살이 꽂혔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을 것인 이유에서다.
그렇더라도 그에게 하나 묻고 싶은 게 생겼다. 그렇다면 국민들이, 기업들을 협박해 수 백억 씩 불법 정치 자금을 차떼기로 실어 날라 그것을 기반으로 선거전을 벌였던 한나라당을 선택하는 게 노무현을 선택하는 것 보다 덜 바보짓이라고 입증해 줄 수 있느냐는 것이 그것이다.
그것을 입증해 줄 수 있다면, 나는 홍사덕 의원의 발언에 가래침을 뱉어 주고 싶은 마음 정도는 거둬 들일 요량은 있다.
<2>
뒷늦게나마 추미애 의원이 박상천을 중심으로 하는 민주당 중진 의원들의 용퇴를 공개적으로 거론하고 나섰다. 알아서 용퇴하지 않으면 이름을 거명하면서 다시 한번 압력을 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니까 추 의원은 카드 하나가 더 있다는 것을 공공연하게 밝히면서 그들에게 압력을 가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해 추미애 의원이 ‘권력 놀음’이라고 강력하게 비난했던 우리당의 분당이, 실은 추의원의 요구 사항과 맞물려 있었다는 것을 추 의원이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민주당에 남아 있으면서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이, 그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에서 더 나아가 ‘호남을 두 번 죽이려는 주장’이라며 당무 회의 폭력 사태까지 유발한 데 염증을 느껴 탈당을 결심했던 입장에 비해 더 윤리적이고 명분이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나는 반드시 탈당의 이유가 그 ‘염증’ 때문이라고 만은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어떤 이들은, 특히 강준만이나 고종석과 같은 이들은 당시 탈당파의 이런 주장이 탈당을 위한 명분으로서만 유효했지, 진정성 같은 것은 애초에 찾아볼 수가 없었기 때문에 부도덕하다고 비난을 퍼부었지만 그것의 진정성에 대한 논의는 뒤로 물린다손 치더라도 그 주장 자체에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는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어느 글에선가도 밝혔던 바였지만 탈당파와 추미애는 똑 같은 잘못을 저질렀다. 그것은 지금 추 의원이 주장하는 바를 탈당파가 탈당전에 주장했을 때, 추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에 잔류한 몇몇 개혁파 의원들은 일단 의사를 함께 했었어야 했다는 것 때문이다.
이들은 우선 할 것과, 나중 할 것을 뒤집어서 했다. 그러니까 먼저는 힘을 합해, 지난 대선 때 자신들의 손으로 뽑은 대통령 후보를 몰아내려고 했던 이른 바 후단협 떨거지들과 오로지 호남 유권자들의 지역적 정서에만 기대어 기생하려는 부패하고 무능한 당내 일부 중진들을 청소하는 작업을 먼저 처리했어야 했다는 말이다.
나는 그러므로 추미애의 잘못이 탈당파의 잘못에 비해 크게 덜 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추미애의 명분이 탈당파의 명분에 크게 앞서 있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마땅히 같이 했어야 할 ‘작업’이 필요할 때 뒤쪽에 빠져 있다가 탈당파가 탈당을 하자 등뒤에다 대고 억지 주장으로 손가락질을 퍼부었던 추미애가 이제서야 ‘제 자리’ 찾기를 하고 나선 것이 다소 그로테스크 하게 느껴진다.
고종석이 지적했다시피, 민주당이 노무현 대통령을 공격하기 위해 한나라당과 두 번씩이나 연합을 한 것은 가뜩이나 명분이 부실한 민주당의 입지를 극도로 좁히는 결과를 가져왔다. 더군다나 민주당 대표 조순형은 한나라당을 찾아가 자신들의 억울함을 하소연하고 도움을 청하는 추태를 연출함으로써 ‘새천년 딴나라당’이라는 부끄럽고 추악한 비아냥이 떠도는 데 일조하고 말았다.
고종석 식의 표현을 빌자면, 지금 민주당은 추레한 상황이다. 무엇보다도 근래 들어 민주당의 지지율이 우리당을 한참 밑돌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굳건한 버팀목이었던 광주와 호남에서도 우리당에 뒤집히고 있는 상황이다. 분당 후 우리당의 지지율이 민주당을 밑돌 때, 민주당에서 비아냥 거렸던 비웃음들이 이제는 방향을 바꿔서 민주당 당사를 덮치고 있는 형국이다.
추미애의 ‘뒤늦은’ 깨달음과 행동이 민주당을 이러한 상황을 얼마나 일으켜 세울 것인가에 대해서, 추 의원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나는 대단히 낮게 예측한다. 가세가 기울 때엔 한두 가지 요소에 의해서만 기우는 것이 아니다. 급격하게 기울 때면 많은 요인들이 한꺼번에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지금 그러하다. 열린 우리당과의 명분 싸움에서 우위를 차지하지도 못했으며, 실질적으로도 우리당에 미치지 못했고, 전략에 있어서도 그러했다. 복수심에 불타 한나라당과 공조하여 노 대통령에게 타격을 가할 때는 속이 후련했겠지만 그것은 호남 지지자들까지 돌아서게 만드는 결정타가 되어 민주당으로 달려 들었다.
이것 말고도 민주당이 기울 수밖에 없는 이유는, 미안하지만 열 가지도 훨씬 넘는다. 그것도 필연적인 이유만도 그렇다.
나는 지금 ‘통합’을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한다. 명분도 없거니와 가능하지도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금은 ‘통합’이 필요한 게 아니라, 분당 과정에서 작용했던 여러 일들과 이슈들을 툭 털어놓고, 솔직하고 열린 마음으로 ‘논쟁’을 시작해야 할 때이다. 그리고 그것을 추미애가 먼저 제안하기 바란다.
스피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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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홍사덕 원내총무가 지난 대선 결과를 두고 “국민들이 바보짓 했다”라고 한 모양이다. 그와 한나라당의 그간의 엽기적인 행태로 미뤄볼 때, 그의 이번 발언이 그렇게 놀라운 수준의 것은 아니다. 그들의 양심에 이미 불화살이 꽂혔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을 것인 이유에서다.
그렇더라도 그에게 하나 묻고 싶은 게 생겼다. 그렇다면 국민들이, 기업들을 협박해 수 백억 씩 불법 정치 자금을 차떼기로 실어 날라 그것을 기반으로 선거전을 벌였던 한나라당을 선택하는 게 노무현을 선택하는 것 보다 덜 바보짓이라고 입증해 줄 수 있느냐는 것이 그것이다.
그것을 입증해 줄 수 있다면, 나는 홍사덕 의원의 발언에 가래침을 뱉어 주고 싶은 마음 정도는 거둬 들일 요량은 있다.
<2>
뒷늦게나마 추미애 의원이 박상천을 중심으로 하는 민주당 중진 의원들의 용퇴를 공개적으로 거론하고 나섰다. 알아서 용퇴하지 않으면 이름을 거명하면서 다시 한번 압력을 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니까 추 의원은 카드 하나가 더 있다는 것을 공공연하게 밝히면서 그들에게 압력을 가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해 추미애 의원이 ‘권력 놀음’이라고 강력하게 비난했던 우리당의 분당이, 실은 추의원의 요구 사항과 맞물려 있었다는 것을 추 의원이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민주당에 남아 있으면서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이, 그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에서 더 나아가 ‘호남을 두 번 죽이려는 주장’이라며 당무 회의 폭력 사태까지 유발한 데 염증을 느껴 탈당을 결심했던 입장에 비해 더 윤리적이고 명분이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나는 반드시 탈당의 이유가 그 ‘염증’ 때문이라고 만은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어떤 이들은, 특히 강준만이나 고종석과 같은 이들은 당시 탈당파의 이런 주장이 탈당을 위한 명분으로서만 유효했지, 진정성 같은 것은 애초에 찾아볼 수가 없었기 때문에 부도덕하다고 비난을 퍼부었지만 그것의 진정성에 대한 논의는 뒤로 물린다손 치더라도 그 주장 자체에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는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어느 글에선가도 밝혔던 바였지만 탈당파와 추미애는 똑 같은 잘못을 저질렀다. 그것은 지금 추 의원이 주장하는 바를 탈당파가 탈당전에 주장했을 때, 추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에 잔류한 몇몇 개혁파 의원들은 일단 의사를 함께 했었어야 했다는 것 때문이다.
이들은 우선 할 것과, 나중 할 것을 뒤집어서 했다. 그러니까 먼저는 힘을 합해, 지난 대선 때 자신들의 손으로 뽑은 대통령 후보를 몰아내려고 했던 이른 바 후단협 떨거지들과 오로지 호남 유권자들의 지역적 정서에만 기대어 기생하려는 부패하고 무능한 당내 일부 중진들을 청소하는 작업을 먼저 처리했어야 했다는 말이다.
나는 그러므로 추미애의 잘못이 탈당파의 잘못에 비해 크게 덜 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추미애의 명분이 탈당파의 명분에 크게 앞서 있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마땅히 같이 했어야 할 ‘작업’이 필요할 때 뒤쪽에 빠져 있다가 탈당파가 탈당을 하자 등뒤에다 대고 억지 주장으로 손가락질을 퍼부었던 추미애가 이제서야 ‘제 자리’ 찾기를 하고 나선 것이 다소 그로테스크 하게 느껴진다.
고종석이 지적했다시피, 민주당이 노무현 대통령을 공격하기 위해 한나라당과 두 번씩이나 연합을 한 것은 가뜩이나 명분이 부실한 민주당의 입지를 극도로 좁히는 결과를 가져왔다. 더군다나 민주당 대표 조순형은 한나라당을 찾아가 자신들의 억울함을 하소연하고 도움을 청하는 추태를 연출함으로써 ‘새천년 딴나라당’이라는 부끄럽고 추악한 비아냥이 떠도는 데 일조하고 말았다.
고종석 식의 표현을 빌자면, 지금 민주당은 추레한 상황이다. 무엇보다도 근래 들어 민주당의 지지율이 우리당을 한참 밑돌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굳건한 버팀목이었던 광주와 호남에서도 우리당에 뒤집히고 있는 상황이다. 분당 후 우리당의 지지율이 민주당을 밑돌 때, 민주당에서 비아냥 거렸던 비웃음들이 이제는 방향을 바꿔서 민주당 당사를 덮치고 있는 형국이다.
추미애의 ‘뒤늦은’ 깨달음과 행동이 민주당을 이러한 상황을 얼마나 일으켜 세울 것인가에 대해서, 추 의원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나는 대단히 낮게 예측한다. 가세가 기울 때엔 한두 가지 요소에 의해서만 기우는 것이 아니다. 급격하게 기울 때면 많은 요인들이 한꺼번에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지금 그러하다. 열린 우리당과의 명분 싸움에서 우위를 차지하지도 못했으며, 실질적으로도 우리당에 미치지 못했고, 전략에 있어서도 그러했다. 복수심에 불타 한나라당과 공조하여 노 대통령에게 타격을 가할 때는 속이 후련했겠지만 그것은 호남 지지자들까지 돌아서게 만드는 결정타가 되어 민주당으로 달려 들었다.
이것 말고도 민주당이 기울 수밖에 없는 이유는, 미안하지만 열 가지도 훨씬 넘는다. 그것도 필연적인 이유만도 그렇다.
나는 지금 ‘통합’을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한다. 명분도 없거니와 가능하지도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금은 ‘통합’이 필요한 게 아니라, 분당 과정에서 작용했던 여러 일들과 이슈들을 툭 털어놓고, 솔직하고 열린 마음으로 ‘논쟁’을 시작해야 할 때이다. 그리고 그것을 추미애가 먼저 제안하기 바란다.
스피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