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4404 vote 1 2022.10.26 (15:44:43)


    철학은 변화를 해명한다. 환경 속에 내던져진 인간은 변화를 예측하고 대응해야 한다. 변화를 추적하는 도구는 인과율이다. 사건을 구성하는 원인과 결과의 대칭성으로 변화를 추적할 수 있다. 원인과 결과의 대칭성은 각운동량 보존을 따른다. 변화는 공간의 거리가 시간의 속도에 숨는 것이다.


    변화의 원인을 통제하여 결과를 유도하는 것이 권력이다. 권력은 거리를 좁혀서 속도를 얻는다. 권력의 근거는 둘이 공존할 때 일어나는 간섭이다. 집단 속의 간섭을 조절하여 변화의 내용을 결정하는 것이 권력이다. 자연의 기세든 시장의 이윤이든 권력의 변종이다.


    원인을 알려면 내부를 봐야 한다. 원인은 권력이고, 권력은 간섭을 통제하고, 간섭은 집단 내부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내부에서 일어나는 간섭이 구조다. 구조는 얽힘이고 얽히면 간섭한다.


    원인은 언제나 내부에 있다. 한자라도 원인의 인因은 사각형 내부에 갇혀 있다. 마르크스 이래 서양철학은 외부를 바라보는 남탓에 매몰되어 있다. 이게 다 귀족 때문이라거나 이게 다 부르주아 때문이라거나 하는 식이다. 그게 유아적인 남탓행동이다. 중학생이라면 이 정도는 극복해야 한다.


    원인을 밖에서 찾는 서양철학의 오류가 자연과 인간을 이항대립으로 놓는 전통적인 세계관 때문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신유물론이다. 뿌리를 찾자면 세상을 선과 악의 다툼으로 보는 조로아스터교의 이분법이 기독교에 수입되어 하느님과 사탄의 대립으로 복제된 것이다.


    근대철학으로 구조주의가 알려져 있지만 인류학자와 언어학자의 소박한 웅성거림에 불과하다. 서양철학은 여전히 마르크스주의 이항대립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 서구 구조주의 사상에 구조가 없다. 개인의 에세이를 철학으로 포장한다면 넌센스지만, 이분법의 한계를 극복하려고 구조에 눈길을 준 점은 평가할 수 있다.


    21세기의 신유물론은 이항대립적 세계관을 극복하려고 시도하는 점에서 진일보했지만, 유물론의 한계를 극복하지는 못했다. 유물론이든 유심론이든 그게 조로아스트교 변종이다.


    알아야 한다. 모든 원인은 내부에 있다. 내부에 거리를 속도로 바꾸는 권력이 있다. 권력은 거리를 조절하여 결과를 유도한다. 모든 갈등은 강자와 약자, 부자와 빈자, 다수자와 소수자, 남자와 여자 간의 거리조절 문제다. 


    자전거의 기어 단수 변화와 같다. 거리를 속도로 바꿀 뿐 그 역은 없다는 점에서 구조론은 일원론이다. 이항대립은 없다. 빅뱅 이후 우주는 궁극적으로 비대칭이다. 닫힌계 안에서 권력은 일방향이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7209 위기의 민주주의 4 김동렬 2025-01-12 4600
7208 토벌군은 의연하게 김동렬 2025-01-12 3638
7207 방향론 김동렬 2025-01-11 3594
7206 다이나믹 진보 김동렬 2025-01-09 3779
7205 쿠데타세력 정리방법 김동렬 2025-01-08 4367
7204 성조기를 흔드는 진짜 이유 김동렬 2025-01-07 3604
7203 유시민도 모르는 극우화 이유 김동렬 2025-01-07 3665
7202 똥파리 세력의 준동 김동렬 2025-01-07 3089
7201 공수처가 망한 이유 김동렬 2025-01-06 3827
7200 변증법 3 김동렬 2025-01-05 3407
7199 윤석열 도주? 2 김동렬 2025-01-05 4603
7198 임영웅과 탑 김동렬 2025-01-05 2945
7197 최상목의 운명은 image 2 김동렬 2025-01-02 4857
7196 세법술 김동렬 2025-01-02 3927
7195 기정편 총정리 김동렬 2024-12-31 3590
7194 기정편 김동렬 2024-12-30 3789
7193 한덕수 카터 이재명 2 김동렬 2024-12-30 3416
7192 한덕수의 기행 image 1 김동렬 2024-12-29 3678
7191 권력론 김동렬 2024-12-28 3093
7190 군주론 김동렬 2024-12-27 40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