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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247 vote 1 2022.10.23 (17:11:32)

    에너지는 닫힌계 안에서 내부 상호작용을 거쳐 한 방향으로 힘을 몰아주는 성질이 있다. 외부의 자극은 다양하지만 내부구조를 거치며 단계적으로 걸러지므로 결과는 한 방향으로 수렴된다.


    닫힌계 안에서 여러 자원의 상호작용에 의해 엔트로피가 증가하므로 유체의 성질을 획득한다. 무질서도 증가로 개별적인 성질들이 상쇄되어 같아진다. 질서도를 유지하려면 외부에서 얻어와야 한다. 외부와의 접촉점이 많은 종이 살아남는다. 


    달리는 자전거는 어느 페달에 힘을 가하든 안정된다. 핸들을 놓아도 쓰러지지 않는다. 반면 속도를 잃은 자전거는 작은 외력의 작용에도 쓰러진다. 수렁에 빠졌을 때는 어떻게 움직이든 더 깊이 빨려든다. 삼각돛을 올린 배는 바람이 어느 방향에서 불든 키를 이용하여 전진한다.


    종의 진화에서 범선의 키 역할을 하는 것은 생태적 지위다. 사피엔스의 생태적 지위가 결정된 시점에서 어떤 외부환경의 자극이든 우여곡절을 거쳐 결국 지능을 높이는 쪽으로 작용하게 된다. 국소적인 역주행은 있지만 큰 틀에서는 한 방향으로 흐름이 통합된다. 생태적 지위가 닫힌계를 형성하면 유체의 성질을 얻기 때문이다. 


    방향의 결정은 전략이 중요하다. 치기와 빠지기는 모순되는 두 가지 전술이지만 팀플레이라는 큰 방향이 결정되면 치고빠지기라는 하나의 전략으로 통합된다. 전략이 전술을 흡수하여 한 방향으로 유도하는 현상은 무리 안에서 흔히 관찰되며 한 개체 내부에서도 성립된다. 한 사람의 일생 중에 젊었을 때는 진보로 치고 늙었을 때는 보수로 빠지는 치고빠지기가 그러하다.


    늙은 늑대는 이기적이다. 젊은 늑대들이 열심히 사슴을 쫓을 때 늙은 늑대는 조용히 뒤로 돌아가서 길목을 지킨다. 얍삽한 행동이지만 팀에 이롭다. 개인의 이기적인 행동이 팀에도 이로운 현상은 범선의 키가 갖추어져 있을 때만 성립한다. 닫힌계 안에서만 작동한다. 두목 늑대가 범선의 키다. 젊은 늑대가 그런 얌체짓을 하면 두목늑대한테 맞아죽는다.


    개인의 이기적인 행동이 언제나 집단에 이롭다는 주장을 하는 자들이 있지만 개소리다. 극우폭력을 자유주의로 가장하는 자들이 있다. 개인의 이기적인 행동은 영리한 리더가 교통정리를 할 때만 조건부로 이롭다. 환경이 좋을 때는 이기적인 행동이 집단에 이롭고 반대로 환경이 나쁠 때는 이기적인 행동이 집단에 해롭다.


    스프링벅 현상이 좋은 예다. 스프링벅은 새로 돋아난 순을 먹는다. 무리 뒤에 처진 스프링벅은 새로 돋아난 어린 순을 먹으려고 앞질러 간다. 선두그룹은 자기 자리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질주한다. 이들은 일제히 질주하다가 절벽에 떨어져 죽는다. 지금 지구촌에 일어나고 있는 경제적 집단자살 현상이 그러하다. 미국과 인도와 중국과 러시아와 일본과 영국이 나만 살겠다고 이기적인 행동을 해서 모두 죽는다. 윤석열도 국제 자살클럽에 가입하려고 악을 쓴다. 


    기계장치에 자이로스코프와 같은 내부 조절장치가 만들어지면 외력을 가할수록 오히려 안정된다. 팽이는 채찍으로 칠수록 잘 돌아간다. 반대로 조절장치가 없는 장치에 외력을 가하면 구조가 깨진다. 생태계에는 자동 조절장치 역할을 하는 균형자가 반드시 있다. 그것이 생태적 지위다.


    전략이 방향을 결정하면 하나를 얻고 대신 하나를 잃는다. 치타가 속도를 높이면 다른 부분이 희생된다. 치타가 사자와 하이에나에게 사냥감을 뺏기는 이유다. 소는 뿔을 얻은 대신 속도를 잃었다. 사피엔스의 각종 변이는 지능을 발달시키는 대신 원시인의 체력을 잃었다.


    키가 큰 기린은 적을 먼저 발견해야 살고, 키가 작은 사슴은 수풀에 숨어 적의 눈에 띄지 않아야 산다. 정글에 사는 피그미는 작은 키로 적의 눈에 띄지 않는 전술을 쓰고 사바나에 사는 마사이는 큰 키로 먼저 사자를 발견하는 전술을 쓴다. 두 전술은 모순된다. 이런 식의 서로 상충되는 요인들이 인간에게는 늘 지능을 높이는 한 가지 방향으로 수렴된다. 인간이 가진 특별한 생태적 지위 때문이다.


    300만 년 전에 출현한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키가 1미터20 정도로 작았다. 작은 키로 수풀에 숨어서 맹수의 눈에 띄지 않았다. 사헬 지대의 가뭄으로 숲이 사라지고 사막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 전술을 고집할 수 없게 된다. 인간의 조상은 대체로 키가 커졌지만 일부 아종은 작은 키로 사막환경과 정글환경에 적응했다. 남아공의 호모 날레디와 호빗족으로 불리는 인도네시아의 호모 플로레시엔시스가 그렇다.


    인간의 지능이 높은 이유는 생태적 전략 때문이고 생태적 전략이 그렇게 결정된 이유는 생태적 지위 때문이다. 큰 틀에서 방향이 정해지면 다른 요인들이 하나의 방향으로 수렴되므로 결과적으로 지능이 높아진다. 반대로 지능이 낮아지는 퇴행현상도 있다. 고립된 정글이나 섬은 근친혼을 해서 지능이 낮아졌다. 섬에서는 이웃 부족과 족외혼을 해도 수십 세대가 지나면 유전자가 같아진다.


    인간의 지능이 높아진 원인은 여럿이다. 요인 하나하나는 지능을 높일 수도 있고 낮출 수도 있다. 그러나 여러 요인이 합쳐져서 나타나는 시너지 효과는 명백하게 하나의 방향을 가리킨다. 그것이 칵테일 효과다.


    그것은 개인전술과 팀전술의 차이다. 개인 간의 차별성이 클수록 팀전술은 고도화된다. 모든 선수의 신체조건이 같은 축구팀과 다양한 체격을 가진 선수가 모여 있는 축구팀이 있다. 키가 작은 대신 스피드가 빠른 선수와 스피드가 느리지만 큰 키로 공중볼은 처리하는 선수가 공존하는 팀이 더 다양한 전술의 구사에 유리하다.


    모든 선수의 신장이 고른 팀이 더 유리한 점도 있다. 처음에는 신장이 들쑥날쑥한 팀이 고전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갈수록 신장의 차이를 이용하는 전술이 개발된다. 단기적으로는 계 내부의 다양성이 불리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유리하다. 단기적으로는 전체주의가 이기고 장기적으로는 민주주의가 이긴다. 


    생태적 지위는 환경에 결박된다. 하마가 뚱뚱한 이유는 악어 때문이다. 하마는 악어가 물어뜯을 수 없는 신체구조다. 기린이나 하마나 코끼리는 그 환경 안에서 경쟁자가 없다. 하마의 경쟁자는 악어가 처리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진화구조 내부에도 악어 역할을 하는 처리반이 있다. 악어가 물어뜯어서 하마의 몸집을 둥글게 말아주듯이 인간을 물어뜯어서 지능을 높여주는 것이 있다. 그것은 인간이 인간을 길들이는 인간 가축화 현상이다.


    귀여운 동물이 인간에게 가축으로 선택되듯이 인간은 서로를 가축화하는 과정에 보다 귀엽고 잘생기고 똑똑한 쪽으로 진화가 유도되었다.


    누군가를 계속 두들겨 패면 얻어맞는 사람은 죽거나 아니면 커진다. 야당을 탄압하면 야당은 죽거나 아니면 커진다. 인간은 대집단을 이루고 상호작용을 늘린 결과로 일부는 죽고 일부는 커졌다. 몸집도 커지고 외모도 예뻐지고 지능도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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