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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본질은 무엇일까? ‘이해관계’이다. 계급적 이해관계가 있고 지역적 이해관계가 있다. 지역적 이해대립에서 계급적 이해대립 위주로 바뀌고 있는 것이 2004년 이 시점에서 우리의 현주소이다. 그러한 변화를 각 정당의 의석수에 반영시키는 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개혁의 요체이다.

『 이해관계를 떠나 존재하는 이념은 없다. 행정부와 유권자의 연애 또한 마찬가지다.』

조순형이 탄핵을 언급했다. 홍사덕이 빨갱이초식을 구사하고 있다. 최병렬이 대통령을 공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모두 노무현 한 사람을 바라보고 있다. 실상이 아닌 허상을 쫓고 있다. 사람이 아닌 그림자를 향해 화살을 쏘아대고 있다.

본질은 이해관계다. 그 이해관계의 타겟을 명중시킨 자가 최종적인 승리자가 된다.

우리당은? 우리당은 너무 조용하지 않느냐고 이의를 제기하는 분이 많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당은 인큐베이터 안에서 보호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우리당이 맞아야 할 매를 노무현이 대신 맞아주고 있는 것이다.

왜?

지역대결이 아닌 계급대결로 가야한다. 지역대결로 가면 우리당은 100전 100패다. 우리당은 지역적 이해관계를 반영하기 위하여 존재하는 정당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에 노무현이 ‘판’을 갈아주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지역적 이해관계는 '자원의 배분'과 관련되어 있다. 첫째는 공장을 유치하고 도로를 닦는 것이고 둘째는 인사를 고루하는 것이다. 이 단계를 넘어서야 한다. 자원이 아닌 자본의 배분이 주요한 관심사가 되는 단계에 도달해야 한다.

자본의 배분은 교육, 의료, 복지, 취업 및 창업기회의 균등을 의미한다. 부에 도달할 수 있는 기회의 평등을 의미한다. 이것이 본질이다. 이 본질에서 승부가 나는 법이며 ‘대통령의 말투가 맘에 들지 않는다’는 식의 공격은 그림자를 향해 화살을 쏘는 것과 같다.

2004년 4월 고속철도가 첫 기적을 울리면?
대통령의 의도는 이러한 본질을 망각하고 ‘말투가 어떻다니 빨갱이가 어떻다니’ 하며 허상을 쫓고 있는 유권자들의 주의를 환기시켜 본질에 관심을 돌리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간단하다. 내년 4월초 고속철도가 첫 기적을 울린다. 그걸로 게임 끝이다.

고속철도가 개통된 후 보다 그 직전에 유권자들의 기대감이 극대화 되는 법이다. 타이밍 또한 절묘하다. 무엇인가? 여당 프리미엄이다.

야당 프리미엄도 있다. 유권자의 견제심리다. 견제해야 할 만큼 우리당이 강한가? 아니다. 우리당은 충분히 약하지만 약해야만 승리한다. 우리당이 활약하여 갑바를 과시하는 즉 필패이다. 노무현이 당을 쪼갠 이유 중의 하나가 여기에 있다.

이번 선거에 야당 프리미엄은 없다. 우리당은 견제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을 정도로 허약하기 때문이다. 우리당은 숨죽이고 있는 것이 사는 길이다. 여당 몫의 프리미엄을 챙기려면 말이다. 또한 무엇인가?

대통령이 유세에 나서면 득보다 실이 크다
대통령이 선거에 개입한다고 한다. 총선 유세에 나선다 치자. 대통령이 청중들 모아놓고 유세하면 우리당에 표가 몰려오나? 천만의 말씀! 단 한 표도 오지 않는다. 대통령이 선거에 개입하여 우리당이 득볼 일은 전혀 없다.

그렇다면 왜?

이거 알아야 한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바보들이 착각하고 있는건데 대통령은 당신네들이 생각하는 그러한 방식으로 선거에 개입하지 않는다. 개입해서 득볼 일이 없기 때문이다.(개입할 수도 있지만 그건 어리석은 일이다. 개입해도 큰 의미 없다. 오히려 개입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딴잔련의 득표에 보탬이 된다.)

이미 말한 바 있다. ‘민주당이 핵폭탄을 맞았다’고. 또한 무슨 뜻인가? 노무현은 우리당을 돕자는 것이 아니라 행정부의 수장으로서, 행정부와 의회의 대결구도를 짜놓고, 행정부의 힘으로 의회를 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본질을 오판하는 한 그들은 수렁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예컨대 노무현이 충청도에 가서 우리당 지지를 호소한들 한표라도 보탬이 될까? 천만에! 충청도에 서 한표를 벌면 강원도에서 열표가 빠지고, 부산에서 100표를 벌면 광주에서 1000표가 빠진다. 노무현의 총선유세는 전혀 득표에 보탬이 안된다.

본질은 무엇인가? 고속철도가 첫 기적을 울리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그 상상력은? 그 꿈은? 그 흥분은? 그 설레임은?

우리당 대 딴잔련의 대결구도가 아니다. ‘행정부 대 의회’의 대결이다. 의회독재를 막고 행정부를 과도하게 억압하는 정치인들을 추풍낙엽처럼 쓸어버리자는 것이다. 무엇으로?

'노무현정부의 선거공약으로!'

간단하다. 대전역에 가서 청충들 모아놓고 우리당 지지를 호소하기 보다는, 고속철도 개통식에서 우리당의 유력후보들과 동승해버리는 것으로 게임을 끝내버리는 것이다. 그거 알아야 한다. 정치는 곧 죽어도 ‘이해관계’다. 이게 본질이다. 표는 본질에서 나온다.

유권자들은 영악하다. 이익이 되면 찍고 손해가 되면 찍지 않는다. 국민연금, 의료보험.. 월급명세서에 다달이 40만원씩 빠져나간다고 숫자가 씌어 있는데 누가 표를 주겠는가? 이게 본질이다. 공장이라도 하나 더 당겨오고 도로라도 한뼘 늘리자는 거다.

수도권전철이 고속화 되어 천안까지 한시간에 주파한다고 한다. 누가 이익을 보는가? 그 상황에서 이익을 보는 사람이 표를 주는 것이다. 마찬가지다. 노무현은 행정부의 수장으로서 행정부의 공약을 제시할 뿐이다.

노무현이 선거를 지휘하는 뜻은 국민들의 관심을 허상을 쫓는 지역 대 지역의 대결에서, 계급 대 계급의 대결로 바꾸자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각 지역과 사회 제 계층의 이해관계를 분명히 하자는 것이다. 그것은 곧 '자원배분에 있어서의 균등'이다.

노무현은 자원배분에 있어서의 지역적 균등을 공약할 것이며 그걸로 선거를 끝낸다. 우리당 시대가 열린다. 더 이상의 지역에 따른 자원배분의 차별은 없다. 교육과 환경과 의료와 복지와 취업기회의 균등으로 유권자의 관심을 돌리게 만든다.

유권자들에게 눈을 똑바로 뜨고 누구에게 표를 주는 것이 자기 자신에게 이익이 되고 자신과 그 가족의 삶에 실질적인 보탬이 되는지를 각성시키겠다는 것이다.

총선의 승리자는 누구인가?
고속철도 개통식에 노무현이 DJ, 김원웅, 김혁규, 정동영, 강금실과 나란히 동승하면 우리당이 승리하고 YS, 전두환, 노태우, 김수환, 박홍과 동승하면 우리당이 참패하는거다. 이건 간단한 공식이다. 선거개입? 그렇게 머리들이 안돌아가는지 묻고 싶다.

고속철도 개통식에서 대통령과 동승자들의 좌석배치 순서가 앞으로 10년동안 대한민국의 권력서열로 굳어질 것이다.

노무현은 행정부의 공약을 제시할 뿐이며 그 공약은 구체적인 이해관계가 될 것이며 그 이해관계가 선거를 결정짓는다. 이래도 민주당이 핵폭탄을 맞았다는 사실이 실감나지 않는가? 불쌍한 민주당.. 낼 모레면 붕괴되겠군.. 정동영은 뭣하고 있나 얼른 뜰채 준비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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