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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702 vote 0 2022.09.26 (13:39:37)

    학자들은 재평가를 좋아한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므로 패배한 군웅들도 살펴보면 그럴만한 속사정이 있을 것이다. 스탈린이든 히틀러든 그냥 바보가 아니라 그럴 만한 내부사정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 삼국지 인물들 중에 가장 비참하게 몰락한 사람이 원술이다. 


    원술은 전혀 재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가장 화려하게 일어났고 가장 지리멸렬하게 죽었다. 왜인가? 심지어 동탁도 재평가를 받아 실패한 개혁가로 인정되는 측면이 있다. 동탁은 가후를 기용하여 개혁정치를 한답시고 청류파 인물을 대거 지방 태수로 임명했다. 


    그들은 청류파의 보스 원소 밑으로 들어가서 군대를 끌고 장안으로 쳐들어왔다. 동탁이 청류파 인맥에 배신당한 것이다. 원소가 엉뚱한 인물을 천자로 옹립하려고 시도하는 등 괴상한 짓을 하다가 자멸한 점을 고려할 때 헌제를 끼고 있었던 동탁에게 정통성이 있다. 


    원술은 지지리도 못난 찌질이였을까? 그런데 어떻게 떴지? 물론 원씨 가문의 힘이다. 끗발이 있었다. 원술 본인의 활약도 눈부신 데가 있다. 거리의 악귀라는 별명이 있었는데 악명도 명성이다. 원술은 명성을 탐하는 인물이었다. 화려한 퍼포먼스를 즐겼던 것이다. 


    퍼포먼스라면 원소도 지지 않는데 그의 6년상은 유명하다. 스타일이 달랐는데 원술이 화려한 도교 주술사라면 원소는 신중한 유교 지식인이다. 원술은 건달, 산적, 수적, 황건적을 모았는데 손견이 유명하다. 손견은 사기꾼에게 속아서 생각 없이 상관을 살해했다.


    단지 기분 나쁘다는 이유로 태수를 죽이기도 했다. 원술은 손견의 가족을 인질로 잡고 손견을 수족처럼 부려먹었다. 원술의 스타일은 거침없다는 거, 악명을 즐긴다는 거, 다른 사람을 이용한다는 것, 백성을 벌레 보듯 한다는 건데 도교적이다. 한편으로 감상적이다.


    여인에게 사기를 당하기도 했다. 울보였다. 주술사 말을 듣고 황제가 되었다가 죽었다. 그는 왜 황제가 되었을까? 군사적으로 무능했기 때문이다. 부하를 승진시켜 주려면 황제가 되어야 한다. 황제가 되면 만인의 적이 된다는걸 몰랐을까? 알아도 그렇게 해야 한다.


    원술은 처절하게 몰렸다. 몰리면 이렇게 된다. 황제가 된 이유는 황건적들에게 지지를 받는 방법이 그것뿐이었기 때문이다. 황건적은 당시 유행하던 도참사상에 따라 황제를 갈겠다고 봉기한 자들이므로 황제를 갈아야 했던 것이다. 부하들의 비위를 맞춰준 거다.


    그냥 자기가 잘하는 짓을 한 것이다. 그는 퍼포먼스로 떴고 퍼포먼스의 정점을 찍은 것이다. 왜 명성이 필요했을까? 실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원소도 뒷구멍 인맥을 이용하는 점에서 원술과 비슷한데 그는 지식인을 끌어모았다. 사람을 모으려면 명성이 필요했다. 


    원소는 청류파의 보스로 파벌을 만들었는데 문제는 그가 모은 인재들도 원소를 흉내내어 각자 자신의 파벌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조조, 유비, 유표는 원소가 원술을 견제하려고 끌어모은 인재였는데 나중에는 하나씩 독립한다. 조조는 알박기를 잘해서 성공했다. 


    원소는 인재를 모으려면 외곽에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외곽으로 멀리 나가 있다가 조조에게 알을 뺏겼다. 정여립이 외곽에서 사람을 모으다가 살해당한 사실을 떠올릴 수 있다. 보통은 귀양을 가면 인재들이 몰려든다. 송시열이 화양동에 은거한 것도 같다.


    원술은 다른 사람을 이용하려면 보급로를 틀어쥐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남양군이 보급로다. 남양에 흉년이 들어서 죽었다. 다들 그럴만한 사정은 있었다. 원술은 재평가할 것도 없는 쓰레기다. 하는 짓이 윤석열과 같다. 점쟁이 좋아하고 미신 좋아하고. 


   남의 약점 잡기도 좋아한다. 원술은 손견의 부인을 인질로 잡았고 굥술은 이준석의 뒤를 털었다. 원술은 좋은 옷을 입고 위세부리기를 좋아한다. 굥술은 미인 쥴리를 대동하여 위세를 부린다. 왜 원술은 위세부리기를 좋아할까? 주변에 모인 살인자, 자객, 건달, 산적, 


   수적, 황건적을 제압하려면 화려한 퍼포먼스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윤석열 역시 미디어를 타려면 퍼포먼스를 해줘야 한다. 좋빠가 하고 도어스테핑해야 한다. 원소가 유교적 인맥꾼이라면 원술은 도교적 허세꾼이었다. 둘 다 조조의 알박기를 당하지 못하고 죽었다. 


    유비 역시 명성을 얻었지만 유비의 명성은 그의 군사적 능력 덕분이었다. 삼국지연의는 유비의 군사적 역량을 깎아놓았는데 제갈량을 띄워서 분량을 뽑으려는 협잡이었다. 이릉대전으로 유관장 죽고 삼국지는 사실상 끝났는데 말이다. 유비야말로 대단한 능력자다.


    대부분의 군웅은 손책이나 손견처럼 반짝하다 죽는데 유비는 죽지 않는다. 본인의 군사적 역량 때문이다. 그는 항상 최전선에 있었다. 이 싸움 저 싸움 다 끼었다. 안 해도 되는 싸움도 무수히 벌였다. 왜인가? 알박기를 잘해야 하는데 유비는 자신이 그 알이 된 것이다. 


    남들은 목 좋은 땅에다 알을 박는데 유비는 전선에 알을 박았다. 유비가 가는 곳마다 전쟁이 터졌다. 조조에게는 헌제가 알이다. 알을 먹었다. 유비는 원술과 반원술 전선의 선두에 섰고, 조조와 반조조 전선의 선두에 섰고 언제나 대칭을 유지했다. 코어가 된 거다. 


    유비는 스스로 알이 되었다. 유비만 끼고 있으면 천하의 반은 내 편이 된다. 원소, 원술, 조조, 유표는 먼저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널리 사람을 불러모았다. 동탁은 천자를 잡았고, 조조는 유능한 장수를 모았고, 원술은 강도와 살인자를 모았고, 유표는 식객을 모았다.


    유비는 자신이 좋은 사람이 되어 불려다녔다. 윤석열은 건달의 허세에 집착하는 사람이다. 왜 쪽팔린다는 표현을 쓸까? "니 와 그랬노, 니 진짜 와 그랬노" "동수나 내나 둘 다 건달아이가. 건달이 쪽팔리면 안된다이가." 영화 친구의 대사다. 원술은 쪽 팔려서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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