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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5230 vote 1 2022.08.14 (20:41:10)

    아기는 자궁에서 나온다. 모든 것의 자궁은 무엇인가?


    언어는 전제와 진술로 조직된다. 우리는 전제를 생략한다. 그래도 된다. 대화 상대방에 대한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학적인 탐구에 있어서는 전제를 생략할 수 없다.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냥 '새가 난다'고 말하면 안 된다. '내가 봤다. 새가 난다'고 말해야 한다. 네가 봤다고? 너를 신뢰할 수 있나? 신뢰가 근거다. 보통은 서로 신뢰하므로 전제를 생략하지만 과학적인 탐구에 있어서는 근거를 대야 한다.


    아기의 존재 근거는 엄마의 자궁이다. 엄마가 없다면 그 아기는 가짜다. 그것을 그것이게 하는 그것은 반드시 있다. 존재는 사건이고 사건은 연결된다. 그냥 생겨난다면 에너지 보존의 법칙에 위배된다. 어떤 하나의 존재는 공간과 시간에 올라타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특정한 공간과 시간을 점유하는 근거가 제시되어야 한다. 그냥 존재하는게 아니라 점유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이 존재한다면 자연은 그만큼의 공간과 시간을 빼앗긴 것이다. 피해자가 있으면 가해자도 있다.


    문제는 우리의 착각이다. 우리는 전제를 무시한다. 그 이유는 자기 자신이 전제가 되기 때문이다. 인간이 주체가 되고 존재는 객체가 된다. 무의식적으로 전제가 있다고 생각해 버리는 것이 주관의 오류다. 객관화해야 한다. 관측자인 인간을 배제하고 객체 자체에서 전제를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무의식이 판단하고 호르몬이 판단하게 된다.


    우주의 절대 지식은 의사결정원리다. 의사결정 메커니즘이다. 모든 것의 자궁이 된다. 자동차는 공장에서 나오고 붕어빵은 붕어빵틀에서 나온다. 자연의 존재는 의사결정원리에서 나온다. 어떤 것이 거기에 존재하는 이유는 상부구조에서 그렇게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어떤 병사가 있다면 훈련소에서 배치되었거나 다른 부대에서 파견되었거나다. 초등학교라면 입학되었다. 아기라면 입양되기도 한다. 반드시 그것이 그것이게 되는 절차가 있다.


    인류가 알고 있는 최고의 단서는 엔트로피다. 엔트로피는 의사결정비용이다. 자궁에서 아기가 태어난다고 해도 비용이 든다. 그 비용을 조달하는 자가 엄마다. 자연의 의사결정은 비용조달이 가능한 방향으로 일어난다. 비용의 청구가 엔트로피라면 그 비용의 청구에 대비하는 사전 담보는? 질서도 우위다.


    어떤 하나의 존재는 질서도가 없다. 질서도는 최소 둘 이상이 모여서 계를 이룬 상태에서 성립한다. 이야기는 닫힌계에서 시작된다. 결정하는 것은 효율성이다. 혼자는 효율성이 없다. 둘 이상이면 질서에 따라 효율성이 발생한다. 그것은 둘이 외부의 작용에 대해 하나로 행세하는 것이다. 빵을 배급하는데 한 사람이 식판 두 개를 들고 가서 2인분을 받아오면 된다. 두 사람이 가는 것보다 비용이 절감된다. 그렇게 하려면 그 두 사람은 집합을 이루어야 한다. 원소는 효율성이 없다. 집합을 이루면 효율적이다. 그 효율성으로 엔트로피에 대항한다.


    모든 변화는 속도가 0이 되는 지점을 통과한다. 그 지점에서 운동에너지를 상실한다. 방향을 바꾸려면 멈춰야 하고 멈추면 관성력을 잃는 만큼 손해다. 주행 중인 자동차가 브레이크를 밟으면 운동에너지를 잃는 만큼 손해다. 연비운전을 하는 방법은 최대한 브레이크를 밟는 횟수를 줄이는 것이다.


    손실을 줄이는 방법은 외부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그러나 닫힌계를 설정하면 외부의 도움이 불가능하므로 손실을 없앨 수 없다. 사건은 변화를 반영하고 변화는 움직임을 반영하고 움직이면 위치를 이탈하므로 닫힌계에 의해 외부의 조력이 차단된다. 영구운동은 에너지 손실이 없지만 변화도 없다.


    우주공간에서 진행하던 물체가 방향을 바꾸는 방법은 자기 자신을 둘로 쪼개는 방법밖에 없다. 외부의 간섭이 없을 때 어떤 하나는 자체적으로 방향전환이 불가능하며 반드시 둘이 되어야 하고, 둘이 되는 과정에서 자신을 분할하여 거리가 이탈한 만큼 손해다. 에너지 보존의 법칙에 따라 분할된 조각도 보존되지만 본체와 떨어져 나간 파편까지 둘 다 방향전환을 하려면 비용이 두 배가 된다.


    질서도의 우위는 2가 1로 행세하여 효율성을 달성하는 것이다. 닫힌계 안에서 외부의 간섭이 없이 일어나는 자체의 변화는 1이 2가 되는 것이므로 비효율에 이른다는 것이 엔트로피다. 의사결정 횟수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엔트로피는 비용의 관점이다. 이는 부정적 사고다. 우리는 동일한 것을 긍정과 부정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나쁜 짓을 하지 마라고 말할 수 있지만 반대로 착한 일을 하라고 말할 수도 있다.


    썰매개의 두목 개는 부하개가 방향을 잘못 잡으면 사납게 짖으며 목덜미를 물어서 혼낸다. 반대로 미리 올바른 방향을 알려줄 수는 없을까? 없다. 개는 언어가 없기 때문이다. 개는 사납게 짖는 방법으로 무언가를 반대할 수 있으나 자기가 원하는 것을 요구할 수 없다. 부정은 가능하나 긍정은 어렵다.


    인간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부정은 쉬우나 긍정은 어렵다. 마음에 들지 않는 파트너의 요구에 대해 NO를 말할 수는 있으나 자신이 원하는 것을 요구하는 YES는 말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NO는 1에 의해 가능하지만 YES는 2의 협력에 의해 가능하기 때문이다. NO는 그냥 NO라고 말하면 되지만 YES는 날짜와 장소를 합의해야 한다. 하필 그날에 스케줄이 있으면 곤란해진다. 그날에 생리가 있어서 안 된다고 말할 수는 없다.


    - 긍정은 2의 사전 합의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 부정은 1의 판단으로도 가능하다.   


    노자의 '도가도 비상도 명가명 비상명'은 부정어법이다. 긍정어법으로 표현할 수 없을까? 없다. 노자에게는 언어가 없기 때문이다. 유태인은 우상숭배를 금지한다. 신의 이름도 부르지 않는다. 부정어법이다. 긍정어법으로 접근할 수 없을까? 없다. 신을 호출하여 사전에 합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엔트로피는 부정어법이다. 엔트로피가 있으면 그 반대도 있다. 같은 것을 정반대로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은 레토릭이 안 되기 때문에 부정어법을 구사한다. '내가 사과를 먹을게.'라고 말하지 않고 '사과를 먹으면 안 돼?' 하고 질문하는 식이다. 먹어도 되는 상황이면 사과를 언제 먹을지, 몇 개를 먹을지가 문제로 되지만 먹으면 안 되는 상황이라면 상대방이 '지금은 안 돼. 한 개는 가능해.' 하고 구체적으로 대답해야 하기 때문이다. 구체화의 부담을 상대방에게 떠넘긴다. YES를 원하면서 NO를 말하고는 상대방이 '그럼 언제 YES가 되지?' 하고 한 번 더 질문하기를 바란다. 일은 꼬인다. 긍정어법은 둘의 사전 합의를 필요로 하므로 매우 어렵다.


    축구 선수에게는 '단독 드리블하지 마라'고 한다. '펠레는 하고 마라도나도 하던데? 나는 왜 못하게 하지?' 코치가 포메이션 전술을 알려주지 않으면 납득하지 못한다. 포메이션이라는 말이 없다면? 압박축구는 마라도나의 드리블을 막으려고 만든 것이다. 포메이션은 둘의 사전 합의다. 모든 긍정은 사전합의를 요구한다. 그래서 인간들은 긍정을 회피한다. 상대방이 한 번 더 질문하게 만든다. 쉬운 일을 어렵게 풀어간다.


    긍정어법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엔트로피는 부정어법이다. 무질서도의 증가를 뒤집으면 '질서도 우위'다. 닫힌 공간에서는 엔트로피가 작동한다. 일본의 다이묘가 300명인 것은 엔트로피 증가다. 반대로 열린 공간에는 질서도 우위가 작동한다. 중국은 황제가 한 명이다. 왜 섬나라는 다이묘가 300명이고 대륙은 황제가 한 명일까?


    인도네시아는 부족이 수천 개다. 인도는 언어가 800개다. 아마존의 부족민은 이웃 부족과 말이 통하는 것을 싫어한다. 언어가 다른 이유는 언어가 다르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조폭이나 불량배가 은어를 쓰는 이유다. 언어가 통일되면 브레이크를 걸 수가 없다. NO를 구사할 수 없다. 근래에 일본이 혐한에 몰두하고 한국이 혐중에 몰두하는 이유도 같다. 브레이크를 만들려고 한다. 자신을 약자로 규정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국경에 장벽을 세우고 있다. 모든 나라가 차별주의로 무장하고 장벽쌓기에 골몰하고 있다. 엔트로피를 증대하고 있다. 브레이크를 반대로 하여 기세를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그 경우는 사전합의가 필요한데 합의가 잘 안된다. 합의가 되는 때도 있다. 생산력의 혁신이 일어날 때다. 그때는 질서도 우위가 작동한다.


    나무는 가지끝으로 갈수록 복잡해지고 줄기쪽으로 갈수록 단순해진다. 가지끝으로 갈수록 엔트로피가 작동하고 줄기로 갈수록 질서도 우위가 작동한다. 닫힌계 안에서 의사결정비용이 엔트로피를 만들고 열린계에서 혁신에 의한 의사결정단계 축소가 질서도 우위를 만든다. 에너지 효율성과 흐름과 기세로 나타난다.


    질서도 우위는 어떤 하나의 개체에는 없고 반드시 둘 이상이 집합을 이룰 때만 나타난다. 그냥 우연히 만난 두 사람과 부자간, 부부간, 형제간, 동료 간인 두 사람은 다르다. 그들에게는 질서도가 있다. 그들은 보다 효율적으로 의사결정한다.


    인류는 엔트로피를 봤지만 그 반대쪽은 보지 못했다. 인류 문명은 통째로 부정어법이다. 부족민의 터부와 같다. 무엇을 하지 마라고 말한다. 유기농이다 안아키다 포비아다 하는게 대부분 터부를 생산하는 것이다. 인종차별, 소수자차별, 성차별도 부족민의 터부와 같다. 악행은 혼자 결정해도 되는데 선행은 상대방에게 물어봐야 한다. 내리막길에서 폐지 할아버지 리어카 함부로 밀다가 교통사고 난다.


    - 선은 2회의 액션으로 성립한다.

    - 악은 1회의 액션으로 가능하다.


    선이 악보다 어렵다. 민주당이 고전하는 이유다. 그러나 훈련하면 가능하다. 합의하면 가능하다. 감독의 포메이션 전술을 소화할 수 있다. 긍정어법으로 갈아타려면 엔트로피를 해결하는 질서도 우위를 이용해야 한다. 낚시를 하려면 낚싯대가 있어야 한다. 일을 하려면 연장이 있어야 한다. 선을 하려면 사전조치가 있어야 한다. 긍정을 하려면 질서도 우위를 이루어야 한다.


    모든 것의 자궁이 되는 존재의 엔진은 이기는 힘이다. 질서도 우위다. 엔트로피는 유체역학으로 증명되지만 유체의 성질을 가지는 모든 분야에 적용된다. 닫힌계 안에서 대칭이 성립하면 유체와 같다. 사건의 원인측 A의 변화가 결과측 B의 변화로 연결될 때 양자를 통일하는 상호작용 C의 변화는 A와 B에 대해 질서도의 우위를 유지하는 한 방향으로 일어난다.


    좀 아는 사람인지 모르면서 들이대는 사람인지는 3분 안에 알 수 있다. 부정어법으로만 설명하는 사람이 있다면 아직 모르고 있는 것이다. 무언가를 반대하는 방법으로만 발언하는 사람이 있다면 아직 부족한 것이다. 좌파가 미국을 반대하든 우파가 북한을 반대하든 마찬가지다. 개신교회가 성소수자를 반대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긍정어법으로 말할 수 있는 자에게 발언권이 있다. 부정은 긍정으로 바꿔서 말해야 한다. 그럴 수 있을 때까지 사유를 밀어붙여야 한다. 


[레벨:11]큰바위

2022.08.15 (07:24:54)

내가 평상시 하는 말과 같은 맥락이네요. 


비판과 비난은 하기 쉽지만, 책임을 지면서 하는 비판과 비난은 하기 어렵지요.
~이 아니다라고 말하기는 쉽지만, ~이다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고요.
정체성, 규정, 자기 규정, 행위주체성을 갖고 말하는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대부분은 학문을 정의 함에 있어서도 ~이다로 정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자신을 소개할 때, 누구누구 아내, 남편, 아빠라는 식으로 정의하기는 쉬우나, 자신을 정의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나는 나다"라고 밖에 말할 수 없지요.


캐나다 사람들이 자신들을 소개한 때 우리는 미국과 같지 않다고 소개하기 보다 우리는 이래서 캐나다 사람이다라고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맥락에서 나는 누구인가,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생이란 무엇인가 정의하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 


긍정어법에 적극공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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