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 포석 단계는 끝났고 중반 부터는 난타전입니다. 얻은 만큼 잃을 것이고 잃은 만큼 얻을 것입니다. 중반 싸움은 전략이 아니라 기세가 중요합니다. 이런 때 글쟁이들이 아는 척 하고 나서서 안됩니다. 달리는 말에 고삐를 잡아채서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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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략 최상궁의 난이 아닌가 생각되오만.』 |
노무현대통령 열심히 싸우고 있습니다. 마음으로 성원하면서 조용히 지켜보는 것이 옳겠습니다. 그래서 저도 입 닫고 지켜보고자 하는데.. 서영석님이 왜 안쓰냐고 나무래서.. 쩝.
전략으로 보면 특검은 수용하는 것이 옳습니다. 공명에게 받은 세 개의 주머니 중 재신임으로 한개를 이미 사용했는데, 총선을 4개월이나 남겨둔 지금 두 번째 주머니를 써버린다면 조급한 거지요. 이건 노대통령이 우리당의 부진을 심각하게 봤다는 겁니다.
우리당 내부에서도 상당한 위기의식을 갖고 있는 듯 합니다. 저는 ‘총선에 져도 좋다’는 입장인데 대통령은 꼭 이기고 싶은 모양입니다. 백년대계를 세우려면 미친 척 하고 ‘져도 좋다’는 길로 가야하겠지만 임기 5년을 잘하려면 일단 이겨 놓고 봐야겠지요.
특검을 거부해서 불리해진 것은 아닙니다. 최병렬은 하수 중에 하수입니다. 전략은 고수끼리의 싸움에서나 필요한 것입니다. 최병렬 따위 무지렁이는 앞뒤 가릴거 없이 그냥 밟아버리는 것이 좋습니다. 추미애, 김경재류도 마찬가지.. 하수는 대접해 줄 필요가 없는 거에요.
큰 파도와 작은 파도가 만나면 작은 파도는 큰 파도에 흡수되고 맙니다. 재신임은 파랑의 높이로 볼 때 약발이 3개월은 가는 파도입니다. 최병렬의 단식은 기껏해야 일주일 쯤 가는 파도입니다. 흡수되고 말지요. 저 하수가 암것도 모르고 도와주는 거지요.
노무현의 기세, 성난 민심의 기세, 밑바닥에서 끓어오르는 정치개혁의 에너지.. 타는 불길에 기름을 붓는 거지요. 하여간 알 카에다와 최병렬이 돕고 있으니 이 와중에 부시만 새되는 구요. 뭐 좋습니다. 여당이 주저하고 야당이 방조한다면 이라크 주민이 원하지 않는 파병은 이런 식으로 뭉개버립시다.
방폐장 문제, 원칙적 결정이 옳다
문제는 부안입니다. 대통령은 원칙을
강조합니다. 원칙 좋습니다. 그러나 성난 민심 앞에서 자기합리화를 위한 원칙타령을
한다면, 이건 아닙니다. 저는 어떤 사안의 잘잘못을 판단할 때 최초에 원인제공을
누가 했느냐 보다는 마지막에 최종적인 수습을 누가 했느냐로 판단합니다.
다른 문제는 그래요. 노무현의 원칙으로 새로운 룰을 만들어가는 거 좋습니다. 그러나 방폐장 문제에 원칙타령은 유치한 자기합리화입니다. 애초에 논리를 가지고 일을 벌인 것이 아니라 이미 물이 엎질러진 다음에 뒤늦게 짜맞춘 논리를 들이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다는 말입니까?
주민투표 운운은 ‘정부 대 부안의 싸움’을 ‘부안 대 부안의 싸움’으로 바꾸겠다는 겁니다. 나는 빠질테니 니들끼리 박터지게 싸워봐라 이런건대 비겁한 발뺌이지요. 어차피 물 건너 간 일입니다. 방폐장 문제는 무조건 노무현대통령이 싹싹 비는 수 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대통령이 사죄하면 총리도 목이 달아나야 하고, 총리가 갈리면 장관들과 수석들도 다섯명 정도는 나가야 한다는 건데.. 지금 대통령이 일을 키우고 있으니.. 정말로 다 갈아치울 작정을 하고 벌이는 일인지.. 답답할 뿐입니다.
최선의 해결책은 대통령이 먼저 부안주민과 대화를 하고, 주민투표를 해도 방폐장 수용이냐 반대냐를 두고 투표할 것이 아니라, 김종규 군수가 방폐장을 신청하기 이전의 원점으로 되돌려서, 방폐장유치를 신청할 것이냐 말것이냐를 두고 투표해야 할 것입니다.
이미 문제는 확대되었습니다. 이제는 방폐장이 문제가 아니라 정치란 무엇인가, 국가란 무엇인가, 백성은 또 무엇인가,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하는 철학의 문제로 비화되고 만 것입니다. 노무현대통령이 민주주의를, 국가를, 정치를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밝혀지는 단서가 되고 만 것입니다.
‘정치적 해결이냐 원칙적 해결이냐’ 좋습니다. 대통령 말대로 정치적 해결이 아니라 원칙적 해결을 해야합니다. 그 원칙은 방폐장의 원칙, 혹은 주민의사수렴의 원칙이 아니라 '대한민국 헌법 제 1조'의 원칙입니다. 그만치 사태가 확대되고 만 것입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노무현대통령! 이 원칙을 인정합니까? 동의합니까? 당신이 어떻게 결정하든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될 것입니다. 당신은 원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니 이 질문에 바르게 대답할 것으로 저는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