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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040 vote 0 2022.06.16 (09:36:01)

    우리는 진리를 가졌다.
    진리는 신이 세상을 만드는데 사용한 도구다.
    우주가 자기 스스로를 펼쳐내는데 사용하는 기술이다.
    진리는 밤을 낮으로, 무지를 인지로, 무리를 합리로 바꾼다.
    우리는 좋은 도구 하나를 손에 쥔 것이다.
    도구를 장악한 사람은 두렵지 않다.
    무엇을 해야 할지 알기 때문이다.


    진리를 얻기 전에 거짓이 있었다.
    뭐든 뜻대로 잘 안되는 것이 거짓의 방해다.
    우리는 현장에서 무수히 실패하고 좌절하였다.
    앞으로 가라면 뒤로 가고 뒤로 가라면 앞으로 간다.
    도무지 말을 들어먹지 않는 것이었다.
    자연이 말을 듣지 않고, 인간이 말을 듣지 않고, 도구가 말을 듣지 않는다.
    소도 말을 듣지 않고, 개도 말을 듣지 않는다.
    말을 듣지 않는 이유는 그대가 타인이기 때문이다.
    너와 나 사이에 벽이 하나 들어서 있다.
    말이 통하지 않는다.
    꽉 막혀 있다.
    그것을 뚫어야 한다.
    말을 듣게 만들어야 한다.
    자연이 버젓이 존재하는 이유는 어떻게든 그것을 성공시켰기 때문이다.
    자연은 어떤 방법으로 타자성의 장벽을 넘고 존재를 성공시켰는가?
    서로 마주보는 주체와 타자를 한 방향을 바라보게 만든 것이다.
    의사결정이라는 장벽을 넘는 것이다.
    에너지의 방향성이라는 고집불통을 다스리는 것이다.
    주체가 객체를 장악하지 못한 것이 의사결정의 장벽이다.
    그 하나의 핵심을 온전히 장악할 때
    우리는 손에 쥔 열쇠로 자물쇠를 따서
    당당하게 문을 열고 존재의 안쪽으로 성큼 들어가서 문제를 해결한다.
    비로소 너를 초대할 수 있다.
    너는 그 무대에 초대받을 수 있다.
    밖에서 겉돌지 않고 안쪽으로 침투할 수 있다.
    우리는 함께 손잡고 커다란 변화의 흐름에 올라탈 수 있다.
    함께 가는 기세는 장벽을 넘는다.


    우리는 진리라는 열쇠로 의사결정이라는 자물쇠를 연다.

    주체가 객체를 장악하는 방법으로 타자성이라는 장벽을 넘는다.

    사건의 에너지 흐름에 올라타는 방법으로만 가능하다.

    사건의 메커니즘을 파훼하는 방법으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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