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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3660 vote 0 2003.11.07 (16:35:26)

『이라크의 위험?.. 대략 파월이 정확하게 보고 있는 듯 하오. -.- 』

바둑이라면 선착의 효과가 크다. 문제는 이쪽이 선수로 두었는데 상대방이 손빼기로 나오는 경우이다. 유종필이 열심히 깐죽거렸는데 우리당이 맞대응을 하지 않으면? 이 상황에서 유종필에게는 두가지 선택이 있을 수 있다.

1) 더욱 부풀려서 위협하기
2) ‘음메 기죽어!’ 하고 찌그러지기

2)번을 선택하면 대변인 그만두고 물러나야 한다. 결국 1)번 밖에 없다. 이 경우 구태정치에 따른 위험부담이 문제로 된다. 좋지 않다. 기본적으로 선착이 유리하지만 상대방이 손빼기로 나오면 선수의 잇점을 살려가기 어렵다.

문제는 걸려든다는데 있다. 대변인을 두지 않는 ‘우리당’처럼 무시하면 되는데 정치인들은 흔히 걸려들곤 한다. 안희정이 인터뷰하여 구설수 만들고, 이광재가 기자들과 접촉하여 가십거리 낳고 그러는거 말이다. 차라리 침묵하라!

인내심의 시합이다. 버티면 이기는데 버티지를 못하는 것이 정치인들이다.


정치는 주도권잡기 시합이다. 누구나 주도권을 잡고싶어 한다. 그러나 실제로 어떤 상황이 주어지면 선수를 양보하고 뒤에서 눈치나 보며 반사이익이나 챙기려 한다. 왜? 주도권 행사에는 고도의 테크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주도권을 쥐어도 감당할 능력이 없다면 차라리 야당이 낫다. 여당해서 책임을 뒤집어쓰기 보다는 상대방의 자살골로 거저먹는 야당이 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서프앙들은 무모하게도(?) 책임을 지는 쪽, 주도권을 잡는 쪽을 선택했다. 잘한 일인가?

동남쪽 식솔들과 시댁소리들은 주도권을 양보하고 딴지 거는 역할을 선택했다. 그들이 원해서 그쪽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하다보니 자연히 그리된 것이다. 그들도 처음엔 주도권을 잡고자 했으나 쉽지 않았던 거다. 문제는 테크닉이다.

특검폭탄 피하고, 새만금지뢰 피하고, 핵폐기장유탄 피하고, 파병귀신 피하여 운신하기 편한 쪽으로 한발 한발 움직여 가다 보니 어느 새 주도권을 내어주고 야당이 되어 있는 것이다.

“서프들 하는 짓 봐라! 미친 짓이다. 노무현 주변에 있다간 유탄 맞지! 우린 얼씬도 말자.”

그들이 속으로 간절히 원했던 주도권을 통 크게(?) 양보하고 떠난 것이다. 슬기롭게도 말이다.

글쟁이를 하려면 야당이 낫다. 대통령도 비판하고, 장관에게 호통도 치고, 관료들도 질타하고 그래야 글이 팔린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말이다. 그런데 일이 요상하게 꼬이더니 서프가 되고 있고 시댁이나 동남쪽은 안되고 있다. 이거 귀신이 곡할 노릇이 아닌가.

정치를 해도 야당이 낫다. 호통만 치고, 고함만 지르고, 눈알만 부라려도 알아주는 데가 야당이다. 책임질 일은 전혀 없으면서 말이다. 노무현도 야당으로 컸고 DJ도 야당해서 그 자리에 올랐다. 여당해서 인물된 경우는 잘 없다.  

정리하자. 두가지 길이 있다. 하나는 여당의 길, 주도권을 잡는 길, 포지티브의 길이다. 비전과 전망과 대안을 제시하는 길이다. 다른 하나는 야당의 길, 뒤에서 비판하고 감시하고 견제하고 딴지거는  네거티브의 길이다. 어느 쪽이 나은가?

정치를 하려면 야당이 낫다. 이재오, 김문수, 홍사덕, 그들은 약삭빠르게 한나라당으로 넘어갔다. 커보겠다고 말이다.

글쟁이를 하려면 안티맨이 낫다. 그들은 서프를 떠났다. 현명하게도 말이다.

까놓고 이야기 하자. 필자가 노무현을 공격하기로 하면 쓸 이야깃거리도 많다. 지금 보다 세배는 더 쓸수 있다. 인기도 없는 대통령이다. 논리고 뭐고 필요 없다. 욕만 태배기로 해줘도 다들 좋아라 할 거 아닌가? 파병에 특검에 최도술에 새만금에 건수도 많아요.  

그런데 왜?

세상 이치가 다 그렇듯이 프리미엄이 있으면 반드시 그만큼의 핸디캡이 있는 법이다. 무엇인가? 전쟁이라면 홈그라운드에서 싸우는 쪽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그 전쟁의 형태와 개전의 타이밍을 자기가 맘대로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야당은 가만 있어도 파병에, 새만금에, 최도술에 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온다. 그러므로 그들은 평생 앉아서 호박만 기다리는 사람이 된다. 노무현의 실수만 기다리다가, 적이 설계해놓은 전장에서 마지막 전투를 치르게 된다. 전투에 이기고 전쟁에 진다.

당신이라면 어느 쪽을 택하겠는가?

고수는 작게 아홉 번 지고 크게 한번 이기는 길을 택한다. 하수는 작게 아홉 번 이기고 크게 한번 진 다음 ‘사실상 나의 승리였다.’ ‘결과에 승복할 수 없다.’ 하며 자위하는 길을 선택한다.


어느 분이 이런 질문을 해 왔다.

“대선 이후 이념갈등이 심해지고 있다. 수구꼴통들이 대구까지 원정가서 유니버시아드를 방해하는 등 진보와 보수가 극한대결로 치닫고 있다. 국론이 분열되고 있다. 어떻게 봐야 하는가?”

필자는 이런 답변을 하고 있다.

“수구꼴통들 데모해봤자 건전한 보수들의 안정희구 심리를 자극하여 한나라당 표만 떨어진다. 그러므로 그 짓은 오래가지 못한다.”

이거 재미있다. 보수들은 기본적으로 안정을 원한다. 수구가 난동하면 사회불안 조성되고 보수표가 빠진다. 반면 진보세력이 촛불시위를 하면? 이 경우 노무현 표는 떨어지지 않는다. 왜?

이유가 있다. 진보는 외곽에서 자원이 끊임없이 공급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80년대 대학생들의 데모로 당시 야당은 표를 상당히 잃었다. 그런데 왜 그들을 대표하는 DJ가 당선되었을까? 정답을 말하면.. 외곽에서 새로운 시장이 창출되었기 때문이다.

● 수구가 데모하면 = 한나라당은 참패(재신임에서는 50대 보수들도 노무현을 지지하는 데서 보듯이 신혜식이 사고를 칠수록 한나라당만 손해다.)

● 진보가 데모하면 = 역시 한나라당이 패배(노동자의 파업과 학생의 데모는 일시적으로 노무현의 손실이 되지만, 그만큼 젊은 유권자층이 신규진입하므로 장기적으로 큰 이익이 된다.)

결론적으로 한나라당은 이래도 지고 저래도 진다. 한나라당이 승리하는 유일한 길은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여, 정치무관심을 유도하고 투표율을 낮추는 길 하나 뿐이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이슈만 터지면 무조건 한나라당이 손해다.

지금 한나라당이 특검공세를 펴고 있는데 자충수다. 정치열기를 끌어올리는 결과가 되어 내년 총선에서 젊은 층의 투표율을 제고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지난해 촛불시위라면 투표권도 없는 중고교생들이 대거 참여하였다. 투표장에도 가지 않던 대학생들이 주도하였다. 정치에 무관심하다던 X세대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되므로서 장기적으로 노무현에게 백만표를 벌어준 사건이다.

"수구가 데모하면 한나라당 망해, 진보가 데모해도 한나라당만 망해!"

그러므로 백성들이 들고 일어나도록 이슈를 만들기만 하면 노무현이 이긴다. 이거 공정하지 않다. 그렇다! 역사는 원래 공정하지 않다. 어떤 경우에도 역사는 역사 자신의 편이다. 역사는 역사의 편에 선 자를 돕는다. 역사는 새로운 유권자층을 정치시장에 신규진입시키는 방식으로 보이지 않게 노무현을 돕는다.

인터넷으로 눈을 돌려 보자. 1년전 이맘때만 해도 우리들 중 다수는 ‘안티조선 우리모두’에 모여 있었다. 서프는 여당을 택했고 진보누리, 대자보, 시댁소리, 동남쪽 식솔들은 야당이 되었다. 안티조선의 다수는 서프를 떠났다. 논객들도 다투어 서프를 떠났다. 왜? 여당노릇 보다 야당노릇이 낫기 때문이다. 그들의 판단은 정확했다.

“특검에, 파병에, 새만금에, 핵폐기장에.. 노무현 주변에 얼씬거리다가 유탄 맞는다. 튀자!”

그들의 판단이 옳았는데도 왜 서프가 먹었을까? 간단하다. 서프는 신규시장을 창출한거다. 원래 정치에 무관심하다가 새롭게 정치에 관심을 가진 네티즌들은 서프를 선택했다. 원래부터 정치에 관심이 있었던 '우리모두'의 다수는 그들이 쓸어갔지만 말이다.

묘하다. 원래부터 있어왔던 정치지분은 야당이 먹는데 새로운 유권자층은 노무현이 먹는다. 그러므로 노무현은 져주고도 이긴다. 서프도 그렇다. 가진 것은 내주고 대신 바깥에서 새롭게 시장을 창출한다. 이것이 ‘주도권의 마법’이다.

시장에 신규진입하는 자원을 차지하는 데는 선점보다 나은 것이 없다. 인터넷? 선점이 최고다. 야후도 그렇고 다음도 그렇고 옥션도 그렇고 선점보다 나은 전략이 없다. 선착 두는 넘이 이기고 선수친 넘이 다먹는 게임이다.

한나라당의 특검공세도 그렇다. 지난해 대선에서 있었던 비리를 논하기로 하면 우리당도 캥기는거 많고 노무현도 허물이 있다. 한나라당이 머리 잘굴리면 국민의 지탄을 노무현과 나눠가질 수 있다. 그러나 대신 ‘정치개혁’이라는 이슈는 선수를 둔 노무현이 독식한다.

대선 때의 비리? 지나간 버스다. 홍삼비리 있었어도 노무현은 당선되었다. 최돈웅 100억? 그게 문제가 아니다. 요는 과거의 잘못에 대한 추궁을 얼마나 잘 방어하는가가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누가 창출하는가이다. 백프로 노무현이 먹는 게임이다.

정리하자! 주도권 좋다. 누구나 주도권을 잡고자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아무나 주도권을 잡지 못한다. 고도의 테크닉이 있어야 한다. 대안과 전망과 비전으로 신규시장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과거에 연연하려면 차라리 주도권 내주고 개평이나 뜯는 야당이 낫다.  

고스톱을 해도 선이 유리하다. 그러나 실제로 돈 따는 사람은 하수 바로 뒷자리에 앉은 사람이다. 주도권을 잡는 쪽이 이기게 되어 있는 게임이 고스톱이지만, 고도의 테크닉이 없다면 차라리 선을 포기하는 것이 낫다.(타짜라면 당연히 선을 차지한다.)

그리하여 그들은 선을 서프에 넘겨주고, 주도권을 노무현에 넘겨주고, 자기들 앞자리에 앉은 노무현이 '하수'이기를 학수고대하며, 노무현이 실수하기만을 기다리며 호박이 넝쿨째 굴러오기를 기도하고 있는 것이다. 아뿔사! 노무현이 타짜였다.

본질은 테크닉이다. 주도권을 잡으려면 대안과 비전과 전망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말로 안되고 꾀로 안된다. 판을 지배하는 사람이 있다. 아는 사람들은 그러한 기술을 가진 사람을 일러 '도미네이터(Dominator)'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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