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 어젯밤 MBC보도 직후에 쓴 글이라 지금 상황에 맞지 않지만 그래도 써놓은 것이 아까워서 올려봅니다. 헤아림 있으시기를 -

 대한민국의 국시는 반공도 아니고 통일도 아닌 ‘자주’여야 한다고 저는 믿습니다.(국시, 국론, 이런거 인정 안하지만..) 반공은 냉전시절에나 통하던 이야기고, 통일은 통일의 그날까지만 필요한 구호인데, 자주는 중,러,일,미 라는 4대강국 사이에 끼여있는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조건이 해소되지 않는 한, 대한민국이 땅덩어리를 떠매고 유럽 어느 한 귀퉁이로 이사라도 가지 않는 한 숙명처럼 한국인을 따라다닐 하나의 화두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아마 100년 후에도 한국은 자주를 붙들고 씨름할 것입니다. 드라마 ‘제국의 아침’에 묘사되고 있듯이 일천년전 고려 광종 때도 자주가 화두였고 2003년 이시대에도 자주가 화두입니다. 역사가 ‘도전과 응전’의 연속이라면 자주의 문제는 역사가 우리에게 던진 피해갈 수 없는 도전장입니다.

파병문제, 저는 약간 다른 관점에서 봅니다. 저는 대단한 평화주의자도 아니고 고상한 인도주의자도 못됩니다. 제가 파병을 반대하는 이유는 국군의 희생이 아까워서도 아니고, 이라크인이 불쌍해서도 아닙니다. 저 개인의 관점에서 말한다면 자주의 문제가 가장 큽니다.

저는 진작부터 말해왔습니다. 부시의 콧대를 꺾어놓고 난 다음이라면 최후수단으로 비전투병 파병도 용인할 수 있다고요. 문제는 전투병이냐 비전투병이냐가 아니라 빌어먹을 부시와 제대로 한판을 겨뤄보지도 못했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대통령께서 비전투병 파병을 결정하므로서 지지자들의 체면을 살려주기는 했지만, 저는 체면 때문에 파병을 반대하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지난해 촛불시위가 개혁세력을 한덩어리로 결집시켰듯이, 다시 한번 범개혁세력의 역량을 끌어모으는 기회로 삼아야 했는데 그러지 못하고 미국의 압력에 등떠밀려 넘어가는 모양새를 취한 것은 참으로 아쉽습니다.

결론적으로 노대통령은 부시와의 큰 한판을 회피한 것입니다. 케네디 대통령이 일촉즉발의 위기까지 밀고 갔듯이 배짱좋게 밀어붙여야 했습니다. 링컨이 수십만명의 인명희생을 무릎쓰고 결단을 내렸듯이 100년 대계의 큰 결단을 내렸어야 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그러한 방법으로 우리 개혁세력들에게도 한 번 쯤 역할을 주고 발언권을 주어야 했다는 사실입니다. 결정은 청와대가 하더라도, 가슴 속에 담은 할 말도 많고 분노도 많은 개혁세력들에게 마이크는 한번쯤 넘겨줬어야 했습니다.

개혁세력들은 손에 땀을 쥐고 지켜보고, 조중동은 겁이나서 발을 동동 구르는 극한의 상황까지 기세좋게 밀어붙여야 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우리는 보기좋게 한번 드러누워보지도 못하고 임종석의원의 단식도 헛되이 이렇게 흐지부지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식이라면, 대통령 본인은 파병하기 싫은데 부시의 압력에 등떠밀려 끌려가는 모양새라면, 망신은 당할대로 당하고.. 쪽은 깔대로 까고.. 개 끌려가듯이 내린 파병결정이라면 차라리 전투병을 파병해서 조중동넘들이 이라크 어딘가에 숨겨놓았다는 ‘국익이’라는  거시기라도 잡아오지 뭐하러 비전투병을 파병한답니까?

떡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는 말이있지요. 오너인 부시가 요청하지도 않은 비전투병을 파병하겠다고 내 입으로 말하다니.. 이건 챙피한 겁니다.

본질은 따로 있습니다. 파병반대 뒤에는 반미가 있고, 반미 뒤에는 자주가 있습니다. 파병도 반미도 가리키는 손가락일 뿐, 가리켜지는 달은 아닙니다. 진짜는 ‘자주’입니다. ‘자주’라는 메시지를 우리 후손들에게 전해줄 천금의 기회를 이렇게 허무하게 날려보낼 수는 없습니다.    

언젠가는 주한미군도 철수해야 하고 통일도 해야합니다. 그렇다면 깃발 정도는 지금 꽂아야 하고 후손을 위한 메시지 정도는 지금 남겨두어야 합니다. 우리는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당신은 우리에게 지금 어떤 역할을 주려는 것입니까? 잠자코 지켜보기나 하라구요?

대통령 혼자 고민하고, 혼자 하는 고독한 싸움이 되지 않기를 진정으로 바랍니다. 함께하는 싸움이 되어야 합니다. 만의 하나! 아직 끝나지 않은 승부라면, 원점으로 되돌려서 적어도 한번은 자주의 이름으로 개혁세력의 역량을 결집할 기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결정은 당신이 해도 좋지만 적어도 한번쯤은 우리들에게도 마이크를 넘겨주세요. 가슴 속에 있는 말이나마 속시원히 털어놓게.

판 엎어버리고 다시 시작합시다. 냉엄한 국제관계에서 어중간은 통하지 않습니다. 전투병 파병해서 박정희똥탕시리즈 속편이 되든가 아니면 파병거부하든가 둘 중에 하나가 있을 뿐이에요.

구시대의 막내는 필요없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새시대의 첫차는 구시대의 막차를 발로 차면서, 구시대에 침을 뱉으면서, 구시대를 철저히 단죄하는데서 그 동력을 얻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파병하면 박정희똥탕 2라운드가 되고 파병 안하면 새시대의 시작입니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새시대의 첫 차는 자주의 이름으로 출발한다는 사실입니다. (지난 5일 밤에 쓴 글이라 지금 상황에 맞지 않습니다. 양해 있으시기를~)


 

[아직도 신당을 왜 하는지 이해가 안되시는 분만 보세요]

『전설의 폴란드 창기병! 그 자부심까지 버릴 때 진정한 개혁이 가능하다. 그림 출처는 여기

역사의 경험칙에 있어서 반복되는 패턴 중 하나는 시대에 뒤떨어지기는 했으나 여전히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구식무기에 집착하다가 깨지는 거다. 예컨대 이런거다.

2차대전 때다. 무적의 폴란드 창기병은 독일군 전차부대를 향해 돌격을 감행했다. 그들은 뾰족한 창날로 열심히 탱크의 장갑을 찔러보았다. 그들은 곧 독일군에 사로잡히고 말았는데 포로가 되어 끌려가면서도 지나가는 독일군 전차가 있으면 손으로 툭툭 두드려보았다고 한다.

“이거 과연 쇳덩어리 맞나? 믿어지지 않아.”

한심한 이야기다. 풍차를 향해 돌격하는 돈 키호테도 아니고 어떻게 저다지도 멍청할 수가 있단 말인가? 폴란드인은 원래 멍청한 것일까?

과연 그럴까?

당시 독일군은 간첩을 침투시켜 독일군전차는 나무로 만들어져 있다는 헛소문을 퍼뜨려놓았다고 한다. 그 따위 헛소문을 믿고 기병을 돌격시키다니 참으로 멍청한 짓이다.

과연 폴란드군이 멍청해서 바보짓을 한 것일까? 물론 그게 현명한 일은 아니지만 꼭 어리석어서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당시 폴란드 창기병은 무적이었다.

기병이라 해서 창만 들었던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예비군들이 사용하던 카빈소총의 ‘카빈’도 기병총이라는 의미다. 2차대전 직전까지는 기병총으로 사격하고 창으로 찌르는 전술이 실전에서 먹혔던 것이다.

수백년 전에 사라졌어야 할 기병이 카빈이라는 이름에 붙어 아직도 따라다닌다는 것은 고정관념을 벗어던지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말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집착하고 있는 지역주의라는 창기병도 사실 버리긴 아까운 거다.

당시 폴란드군에 전차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프랑스의 르노를 수입해서 만든 전차가 몇 대 있기는 있었다. 즉 그들은 전차라는 신무기를 알고도 사용하지 못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창기병에 의지했던 것이다.

“바보 아냐?” ≪- 이렇게 생각해서는 결코 깨닫지 못한다. 또한 그만한 이유가 있다.

세상 일이 다 그렇듯이 고정관념을 깨고, 패러다임을 바꾸고, 시스템을 업그레이드 하기는 참으로 어렵다. 그 악습이라는 거 고치려 해도 잘 안고쳐진다. 왜?

『긴 창을 든 폴란드 창기병!』

임진왜란 때다. 우리나라도 대마도를 통하여 조총을 입수하고 있었다. 문제는 신통치 않았다는 거다. 조총은 성능이 좋지 않아서 고도로 숙련된 사수가 아니면 표적을 맞히지 못한다. 훈련대장이 보는 앞에서 조총을 열심히 쏴봤는데 조또 안맞는 거다. 버렸다.

훈련된 기병부대와 훈련되지 않은 조총부대가 싸우면 당연히 기병이 이긴다. 그러므로 개혁을 하지 않는 것이다.

프랑스제 르노 자동차를 뜯어서 만든 폴란드군의 허접한 탱크가 한때 유럽을 주름잡았던 전설적인 창기병을 이기지 못한다. 그러므로 개혁하지 않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뒤늦게 창프라이즈를 만들어봤자 서프라이즈를 이길 수 없듯이 그건 구조적으로 안되게 되어 있다.

묻지마라! 왜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지역주의에 집착하는지를! 왜 돈키호테는 풍차를 향해 돌격하는지를! 왜 폴란드는 전차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탱크를 향해 창기병을 돌격시키는지를 묻지마라! 익숙하지 않은 새것 보다는 익숙한 낡은 것이 현실적으로 더 잘 먹히는 법이다. 그러므로 뒤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영원히!

그러므로 길게 보지 않으면, 눈앞의 총선이 아니라 5년 후의 ‘대선’을, 10년 후의 ‘자주’를, 20년 후의 ‘통일’을 내다보지 못한다면, 절대로 지역주의라는 창기병을 버릴 수 없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그게 더 잘 먹히니까.

아직도 묻는 사람이 있다. ‘신당을 왜 하느냐고?’ 차라리 입을 다물고 말자! 창기병이 무적이라고 믿고 있는 폴란드인들에게 전차의 필요성을 납득시키기는 실제로 쉬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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