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씨! 정치를 재개할 모양이군요. 지난 대선에서 악역을 맡아 몽을 말아먹는 큰 공을 세우더니 내년 총선에도 악역을 자청하고 나서는군요. 장한 생각입니다. 그 희생정신은 갸륵하지만 딱 하나 마음에 걸리는거.. 당신이 정치를 재개하면 당신의 그 역겨운 얼굴을 텔레비전으로 매일 봐야만 하는 유권자 입장은 뭐가 되는 겁니까?
『포토만평.. 봉숭아선생님도 대략 고달프시겠소!』 |
주인은 유권자입니다. 공을 세워도 유권자가 세워야 합니다. 악역을 맡아도 유권자가 맡아야 합니다. 주인인 국민이 스스로 깨닫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우매한 너희 유권자들은 굿이나 보고 떡이나 잡수시라! 우리 정치인들이 대오각성하여 이번엔 진짜 잘 해주겠다.’ 이런 발상 버려야 합니다.
정치? 필요없습니다. 정치인? 다 필요없습니다. 제 친구 중에 하나는 정치이야기만 나오면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뭐가 고민이래요. 난지도에 구덩이 큰거 하나 파고 300명 몽창 파묻어 버리면 간단히 해결되는 일 아니래유?!”
맞는 말입니다. 걍 묻어버리는 것이 좋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그나마 한가지 역할은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정치인의 유일한 용도는 반면선생으로 국민을 깨우치게 하는데 있습니다.
그동안 정치인들이 돈도 받고 그랬는데 이젠 다 고백하고 참회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말들 합니다. 김근태가 이런 소리를 하지요. 오만한 생각입니다. 반성을 해도 돈 받은 유권자가 해야하고, 참회를 해도 어문데 찍은 유권자가 해야하고, 고백을 해도 정치인들에 휘둘린 유권자가 해야합니다.
정치인은 유권자를 각성시키는 수단으로 한번 이용되고 버려지는 1회용입니다. 2500만 유권자가 모두 깨우칠 때 까지, 정치인은 걍 수준대로 놀게 놔두고 검찰은 잡아넣기를 반복해야 합니다. 김민석씨! 당신은 이미 용도를 달성했습니다. 국민 입장에서 본전 다 뽑았다구요. 이제는 폐기처분해도 됩니다.
아 물론 본인에게는 깊은 뜻이 있겠지요. ‘이왕지사 버린 몸, 한 번 악역을 맡았으니 그 악(惡)을 완성시켜야 한다. 배신자의 처절한 말로를 보여주므로서 드라마의 미학적 완결성을 담보해야 한다. 정균환이 끌어안고 자폭해버리는 방법으로 4800만 한국인을 깨우쳐 주겠다.’ 이런 깊은 복안이 있으신 거겠지요.
그러나 말입니다. 그런 식으로 보이지 않게 우리당을 돕겠다는 그 깊은 뜻은 참으로 숭고하지마는.. 그거 너무 비참하지 않습니까? 그래. 빌릴 손이 없어서 김민석이 손을 빌려야 한답니까? 계책이 없어서 ‘반간계’를 써야만 한답니까? 이건 아닙니다.
민주당엔 아직도 의리의 추미애가 있고 믿음직한 조순형이 있습니다. 아마 당신의 민주당행은 아직도 민주당에 남아있는 일부의 양심에 의해 거부될 것입니다.
우리당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천군만마를 보태준 셈이 되겠습니다만 사절입니다. 우리당 요즘 오버하는거 보이는데 진중해야 합니다. 저는 우리당의 압승을 바라지 않습니다. 이번에 대승하면 또 교만해져서 옛버릇 나오겠지요. 차라리 깨끗하게 지는 길을 택해야 5년후 재집권이 가능합니다.
더 근본으로 돌아가서 ‘정치란 무엇인가?’를 고민해 봐야 합니다. ‘내가 이러저러한 계책을 세웠으니 나를 믿고 한 번 맡겨달라!’ 이런거 안통합니다. 지역구 활동도 열심히 하겠다.. 이런거 필요없어요. 아니 지역구 자체가 필요가 없어요.
존 스튜어트 밀이 생각나는군요. 그는 두가지 공약을 내걸었다지요.
1. 선거운동을 하지 않겠다.
2. 당선이 되더라도 지역구
활동을 하지 않겠다.
우리가 원하는건 이런 겁니다. 정치하지 않을 정치인이 필요한 겁니다. 지역구를 돌보지 않을 정치인이 필요한 겁니다. 아 물론 지방의 낙후된 지역이라면 모르지요. 그러나 서울시내 한복판에 무슨 얼어죽을 지역구씩이나 필요하단 말입니까?
최병열씨! 강남갑이지요. 야당대표지요. 바로 그 때문에 강남이 망했습니다. 강남 저거 잘된겁니까? 바로 저게 망한 겁니다. 당신이 영등포에서 열심히 뛰어서 영등포를 강남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일랑 꿈도 꾸지 말란 말입니다. 그게 바로 망하는 거에요.
조선시대도 아니고 이 메뚜기 콧잔등 만한 나라에 지역구가 다 무슨 소용이란 말입니까? 지역구 자체를 폐지해야 할 판인데, 이제는 영등포 지역구민들과 다 친구가 되어버렸기 때문에 내가 없으면 영등포 사람들이 섭섭해서 삶의 의욕을 잃을지도 모른다는둥..
내가 없으면 영등포에 결혼식 주례 서 줄 사람이 없어서 영등포 사는 처녀총각들은 시집장가도 못가게 생겼다는둥.. 내가 없으면 구청장 단속하고 예산 따오고 할 사람 없어져서 영등포가 낙후하여 영등포구민 평균소득이 떨어질 거라는둥.. 만약 그런 걱정 때문에 ‘내가 아니면 안된다’ 이 따위 생각을 하고 있다면 참으로 오지랖이 넓으신 겁니다. 당신이 지역구활동 열심히 하면 영등포가 망합니다.
버리세요. 그런 발상 자체를 버리세요. ‘정치인은 지역구민을 위해 봉사한다’는 개념 자체를 버리란 말입니다. 정치인은 국민에게 봉사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정치인은 끝없이 사고를 치고 부지런히 감옥을 가므로서, 국민들에게 “인간이 저렇게 살면 안된다.” 하는 교훈을 주는 것이 유일한 역할이란 말입니다.
우리당이고 민주당이고 한나라당이고 다 필요없어요. 중요한건 당이 아니라 국민입니다. 이겨도 국민이 이겨야 합니다. 여당과 야당이 있기 이전에 국민과 정치인이 있는 것이며 저는 국민의 편을 들어 여야 가릴거 없이 정치인은 다 파묻어버릴 생각입니다. 내 힘이 닫는 한 말입니다.
제발 부탁이니 국민을 위해 봉사하지 마세요. 국민이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설 때 까지.. 국민이 스스로 깨닫고, 스스로 판단하고, 스스로 실천할 수 있게 될 때 까지.. 당신들은 일회용입니다. 우리는 당신들을 감시하고, 트집잡고, 괴롭히다가, 끝내는 파묻어버릴 것입니다. 용도폐기란 말입니다.
김민석이 정치를 재개한다는데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일단 유쾌한 일은 아닙니다. 일희일비 하지말고.. 자잘한 계산 하지 말고.. 의연하게 우리 길을 가는 수 밖에.
정치판 내부의 돌아가는 구조에 너무 깊숙히 발을 들여놓지 말기..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정치인들에게 정 주지 말기’.. 그들이 우리를 배신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그들을 팽하고야 말겠다는 마음자세로 버티기.. 임어당의 표현대로라면 ‘냉정하고 초연하게 외교적으로(?) 정치를 논하기’.
우리당에도 기대할 거 없소. 개혁당실험은 실험으로 끝난 것. 데이터를 축적한 것이 성과라면 성과. 우리 개미당은 백년 앞을 내다보고 또다른 길을 준비해야 합니다. 우리당으로서는 대변인 없앤 것이 가장 크게 기여한 것입니다. 이거 느끼는 사람 아마 잘 없을 것입니다. 유종필이 맨날 깐죽대고 있지만 국민을 믿고 의연하게 가기.. 결코 결코 결코 말대꾸하지 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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