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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4200 vote 0 2003.10.31 (13:33:43)

작은 승리입니다. 작은 승리이므로 기뻐해도 좋습니다. 작은 승리에 불과하므로 동네방네 소문을 내야 합니다. ‘우리당’을 홍보할 수 있는 기회를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8개월만에 뺨이 홀쭉해 졌더니 장나라 덕분에 다시 뺨이 볼록해졌소이다!』

우리가 얻은 것은 하나의 ‘조짐’에 불과합니다. 이런 것이 좋습니다. 여전히 미래는 안개 속입니다. 그 모든 것이 불투명할 때, 모두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반신반의할 때, 그 답답한 안개를 확 걷어내보고 싶은 심리가 작용합니다.

이때 대중이 팔을 걷어부치고 나섭니다. 그 효과는 극대화 됩니다. 대승으로 귀결됩니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습니다. 우리는 터만 닦아놓고 그 내용물을 채우는 일은 대중에게 맡겨야 합니다. 내용까지 우리가 독점해 버리면? 대중은 소외감 느끼고 등을 돌립니다. 이번의 작은 승리는 터를 닦은 일에 해당됩니다. 그래서 더욱 좋은 것입니다.

이번에 우리가 진짜 대승을 했다면? 독약이 될 수도 있죠. 작년 한나라당이 지자체를 이겨놓고 대선에서 깨졌듯이 말입니다. 큰 승리는 큰 독점을 의미하고, 큰 독점은 대중의 입장에서 큰 소외를 의미하니까요.

내년 총선은 100프로 공천싸움에서 결판납니다. 이번의 작은 승리로 좋은 정치신인을 발굴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입니다. 이제 남은 것은 우리가 끝까지 유권자에 대한 믿음을 유지할 수 있는가입니다. 자신과의 싸움이지요.


안희정 무엇이 문제인가?
필자가 안희정을 위험인물로 본 데 대해 의아해 하는 분이 계셔서 보충합니다. 안희정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닙니다. 청와대 386 전반의 문제입니다. 조중동이 만세 부를거 같아 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지만, 지적하는 사람이 한 사람은 있어야겠기에 말을 꺼내기로 합니다.

의사결정방식의 문제인데 몇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첫째는 가신정치입니다. 100프로 부패합니다. 단 DJ급의 좋은 보스를 만날 경우 한번의 성과는 얻어낼 수 있습니다. 대신 후유증을 남깁니다. 보스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탈이 나게 되어 있습니다.

둘째는 운동권정치입니다. 딱 김근태죠. 감방동지들끼리 수평적 연대를 해서 사전에 의견조율과정을 거치고 철저하게 내부공론에 따르는 방식입니다. 이 경우 스타가 죽습니다. 김근태식 물에 물탄 정치, 매가리 없는 정치의 원인이 여기에 있습니다.

정치는 ‘결단’입니다. 운동권방식으로는 절대로 결단 못해요. 왜? 반대파가 논쟁을 붙어버리면 아무리 뛰어난 변론가라 해도 만장일치를 이끌어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운동권은 원래 만장일치가 공식입니다. 만장일치가 안되면? 소수를 의사결정 라인에서 원천배제하는 수법을 씁니다.

일본 공산당이 지리멸렬 하는 이유는? 일본 사회당이 노인당이 되어버린 이유는? 민노당이 권영길이 100살 까지 해먹게 사전에 설계되어 있는 이유는? 다 이거에요. 좌파는 이 습성 극복 못하면 영원히 희망이 없습니다.

정치는 곧 죽어도 대중과 함께 해야 합니다. 좌파 특유의 이러한 의사결정 방식은 극적으로 대중을 소외시킵니다. 비유하면 로마 원로원 방식입니다. 엘리뜨정치에 귀족정치에요.

정치는 a, b, c, d, e의 방안들 중 하나를 선택하고 나머지를 버리는 것입니다. 결단이죠. 운동권식으로 가면  a, b, c, d, e를 한테 모아서 ‘김근태 맹탕 섞어찌개’를 만들고, 대신 성명서 낭독, 단식투쟁, 구호삼창 이런걸 합니다.

좌파가 엘리뜨만 모아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너절하기 짝이 없는 우파들에게 항상 깨지는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그들은 구조적으로 결단을 못하게 되어 있어요. 노무현의 재신임선언? 이런건 상상도 할 수 없는 거지요.

왜? 논리대결에서 깨지니까요. 노무현의 결단에 무슨 얼어죽을 논리가 있겠습니까? 까놓고 이야기합시다. 논리가 밥먹여 준답니까? 모든 논리는 대중을 소외시키는 일방향으로만 작동한다는 사실을 똑똑히 알아야 합니다.

노무현정치는 철저하게 김근태정치와 반대됩니다. 한마디로 결단의 정치이고, 결단에는 언제나 허점이 있게 마련이며, 그 허점을 대중이 보완해주게 되어 있어요. 재신임선언? 허점 투성이지요. 그러나 알고보면 그러한 허점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대중동원이 가능한 것입니다.

김근태 운동권정치는 a, b, c, d, e 방안을 섞어 부대찌개를 만들어놓고 있으므로 논리적으로 완벽합니다. 완벽하므로 완벽하게 대중을 소외시킵니다. 완벽하므로 책임질 일이 전혀 없고, 책임을 안지므로 일본 사회당이나 공산당은 당수가 100살 까지 해먹는 겁니다.

정치는 ‘배팅’입니다. 배팅에는 책임이 따릅니다. 이기면 권영길이 다 먹고, 지면 진중권에게 민노당 물려주고 떠나야 합니다. 그래야만 민노당에도 희망이 있습니다. 민노당이 원내에 5석만 가졌어도 노동자들의 연이은 죽음은 막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안희정식 정치는 무엇인가? 필자가 지금까지 지켜본 바로는 운동권정치의 일종인데, 80년대 경찰에 쫓겨다니던 시절의 점조직 정치에요. 골방에 동지들 모아놓고 의사결정 하던 그 방식을 못버리고 있습니다. 노무현정치가 아니에요. ‘선 후배’ 이런 말 나오면 끝난 이야기입니다.

386들이 청와대에 입성하면서 만인이 주시했어요.

“쟤네들이 어떤 작품을 내놓을라나 한번 지켜나 보세.”

대통령 당선 되기도 전에 뒷말 나왔습니다. 안희정에 대한 말은 작년 3월부터 나왔어요. 저는 그것을 설렁탕정치와 점조직정치의 마찰로 보았습니다. 물론 설렁탕정치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안희정 한 사람만 비난할 성격의 것은 분명 아니에요.

기어이 문제가 불거지더군요. 저는 안희정이 뒷수습을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았죠. 안하더군요. 대신 운동권 특유의 책임전가 방법과 라인에서 원천배제하기 수법을 쓰더군요. 골방에서 점조직 하자는 것이 아니고 4800만 대한민국 이끌어가자는 겁니다. ‘아! 이 인간 지뢰다’ 하는 판단을 작년 9월 경에 했습니다.

문제는 스타일입니다. 본질은 의사결정방식입니다. 삼김식 가신정치로 안됩니다. 할아버지만 먹게 되어 있는 일본 사회당 아류 김근태정치로 안됩니다. 청와대 386이 제 3의 대안이 되기를 저는 기대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청와대 386에 대한 세간의 기대가 꺾여진 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 가신정치 - 토론하면 배가 산으로 가므로 보스가 독단적으로 결정한다.

● 운동권정치 - 토론하되 의견이 다른 소수는 원천배제 해놓고 자기네 끼리 만장일치로 결론낸다.

● 열린정치 - 토론하되 실패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특정한 하나에 힘을 몰아주어 결단을 내리게 하고, 그래도 안되면 주자를 교체한다.

필자가 기대하는 것은 세 번째 방식입니다. 대중을 참여시키는 열린 정치입니다. 물론 쉽지는 않습니다. 이 경우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사람의 수가 적으면 개혁당식 혼란에 빠지는 수가 있습니다. 최악의 지리멸렬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어요. 그래서 좌파들은 이 방식을 버리고 운동권식으로 가서 망하는 겁니다. 그러나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사람의 숫자가 일정한 임계수치 이상에 도달하면 진짜 멋진 정치가 탄생할 수도 있습니다.

대중을 개입시키면 배가 산으로 가기 때문에 의사결정과정에서 대중을 원천배제 시키는 것이 운동권정치입니다. 그러나 노무현처럼 대중을 움직일 줄 아는 테크니션이 나서면 이야기가 달라지는 것입니다.

예컨대 공산당대회를 열면 수만명의 대의원이 참여합니다. 참여자의 숫자에 비례하여 의사결정의 질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대의원들은 철저하게 배제시켜 놓고, 사전에 정해진 각본에 따라 대의원들은 박수만 치게 하는 거죠. 이것이 좌파의 비극입니다.

민중이 원하는건 열린정치입니다. 대중을 참여시키되 대중을 움직일 수 있는 스타를 대표로 내세우는 것입니다. 그 스타가 노무현이죠. 열린정치가 되려면 선후배 고리가 깨져야 하고, 내부에서 자기네들끼리 쑥덕쑥덕 하는 의사결정 과정이 없어져야 합니다.

대중이 참여하고 대중이 결정하는, 그러면서도 어떤 중대한 고비에서는 지도자가 결단을 내리는 그런 정치를 해야합니다. 그 정치를 하는 사람은 노무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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