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663 vote 0 2022.04.01 (13:30:41)

    사건은 원인 아니면 결과다.
    철학은 사건의 원인측에 서는 것이다.
    결과측에 서는 과학과 다르다.
    원인측에서 인간이 얻는 것은 임무다.
    과학이 목적을 달성하는 기술이라면 철학은 목적을 발견하는 것이다.
    인간은 집단 안에서 역할을 획득하기를 원한다.
    그것이 인간이 추구하는 의미다.
    의미는 사건을 연결하며 그것이 인간에게 주어진 역할이다.
    연결은 만남으로 가능하고 만남은 열림으로 가능하다.
    인생은 역할, 만남, 열림, 연결, 의미다.
    먼저 자신의 역할을 찾아내고
    역할의 수행에 필요한 만남을 추구하고
    만나려면 먼저 자신을 열어야 하며
    그 결과는 더 큰 세계와의 연결이고
    그럴 때 인간은 전율하게 되는 것이며 그것이 인생의 의미다.
    사람들의 입으로 말해지는 행복, 쾌락, 명성, 성공, 재화 따위는 고양이의 놀이개와 같다.
    강아지를 훈련시킬 때 주는 간식과 같다.
    처음에는 간식을 얻어먹으려고 사람을 따르지만
    나중에는 훈련의 의미를 깨닫고 강아지가 먼저 앞장을 선다.
    인간은 행복, 쾌락, 명성, 성공, 재물 따위를 추구하다가
    역할, 만남, 열림, 연결, 의미를 깨닫게 되기도 하고
    혹은 끝내 깨닫지 못하기도 하는 것이다.
    인간의 욕망은 인간을 바른 길로 유인하는 장치에 불과하다.
    강을 건넜으면 뗏목을 버리듯이 행복, 쾌락, 명성, 성공, 재물 따위는 버려야 한다.
    인간은 의미를 추구하는 존재이다.
    의미는 내가 벌인 사건이 점점 커져서 세상을 덮어버리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만든 스마트폰이 세상을 삼키듯이 말이다.
    그럴 때 인간은 삶의 의미를 느끼고 전율한다.
    큰 틀에서의 방향판단이 중요한 것이며
    세부적인 것은 상호작용 중에 용해되므로 상관없다.
    인생에서 큰 판단은 많아야 다섯 번 정도다.
    그것은 자신이 소속될 부족을 정하는 것이다.
    진학과 취업과 결혼과 친구와 이념에서 그것은 정해진다.
    어느 부족에 소속될 것인가?
    탄생에서 많은 것이 정해진다.
    파부색과 성별과 외모는 어쩔 수 없다.
    진학과 취업과 결혼도 상당부분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실력이 모자라고 솔로를 탈출하지 못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결국 친구와 이념과 종교만 남는다.
    그것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원인측은 내가 선택하는 것이며 결과측은 에너지 흐름에 휩쓸리는 것이다.
    IT붐이 뜨고 지는 것은 내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이 변하는 것이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변화를 능동적으로 선점할 것인가 수동적으로 방어할 것인가다.
    인생이라는 게임에서 공격수가 될 것인가 수비수가 될 것인가?
    진보가 공격수라면 보수는 수비수다.
    진보도 필요하고 보수도 필요하지만 특별히 배워야 하는 것은 진보다.
    보수는 그냥 난 반댈세 하고 외치면 된다.
    진보는 공부해서 라인을 잘 연결해야 한다.
    원인측에 서는 사람은 답을 알고 가야 한다.
    타인에게 말을 거는 사람은 공격수가 되어야 한다.
    진보는 연결하므로 말을 하면 되고 보수는 단절하므로 침묵하면 된다.
    인생에서 얻는 것은 임무밖에 없다.
    그 임무는 연결의 임무다.
    부모에서 자식으로 연결하는 것이 전부다.

    인생에 궁극적으로 얻는 것은 패스를 전달할 친구밖에 없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공지 닭도리탕 닭볶음탕 논란 종결 2 김동렬 2024-05-27 9766
5886 아무생각 없스미 image 김동렬 2003-07-19 15186
5885 여담으로 쓰는 글 김동렬 2005-10-04 15181
5884 자연은 일방통행이다. image 김동렬 2011-08-01 15176
5883 긴급분석 - 후단협 탈당사태 image 김동렬 2002-11-01 15175
5882 대통령 잘못 뽑았나 김동렬 2003-09-16 15174
5881 정대철 김동렬 2003-07-25 15173
5880 아직도 노무현은 단일 후보다 황인채 2002-12-19 15171
5879 이회창 신입의 입방을 환영한다. image 김동렬 2003-12-15 15168
5878 피투성이님 조선일보를 KO시키다. 김동렬 2003-01-22 15165
5877 손호철, 임지현, 문부식, 진중권들의 문제 김동렬 2003-05-26 15163
5876 딕 모리스의 충고 김동렬 2003-06-19 15162
5875 노통 동영상 푼수 2002-12-20 15159
5874 존재냐 소유냐 김동렬 2006-07-06 15157
5873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가? 김동렬 2005-06-03 15156
5872 노무현의 꼼수 꿰뚫어보기 김동렬 2003-05-23 15154
5871 김민새 요즘 머하노? 김동렬 2003-05-09 15153
5870 한국인 중 몇 프로가 깨어있을까? image 김동렬 2003-05-25 15151
5869 호남표만 얻으면 되는데 뭘 걱정이래유? 김동렬 2002-11-23 15148
5868 해도 너무하는 성명서 정치 김동렬 2003-06-25 15147
5867 국민을 야단칠 수 있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 image 김동렬 2003-04-29 15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