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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6716 vote 0 2003.10.15 (21:48:24)

대한매일은 작년 여름부터 맛이 갔던 걸로 기억한다. 공채사장이 이회창 쪽에 줄을 섰다는 소문이 돌았다. 프레시안은 김수환추기경이 DJ에게 퉁을 놓을 때부터 이상해질 조짐이 있었으니 놀랄 일은 아니다. 한겨레 장봉군이나, 베카사, 손문상들도 옛날 같지는 않다.  

『맨날 모여서 지들끼리 쑥덕거리며 애정을 도타이 하고 있는 이들이야말로 애정결핍증이 아니겠는가?』

공통점은 상황파악을 잘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그들은 ‘아군인가 적군인가’에만 관심이 있을 뿐 개혁 그 자체에는 진지한 관심이 없다. 개혁은 룰을 바꾸는 것이고, 그들이 강조하는 특검이나, 파병문제나, 새만금문제는 아군이 한 골을 더 넣자는 것이다.

물론 골은 많이 넣을수록 좋다. 특검도 안할 수 있다면 안하는 것이 좋았고, 새만금이든 파병이든 우리 맘대로 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좋다. 다 좋은데 그것이 개혁은 아니다. 개혁은 적을 혼줄내고 아군이 여러 골을 성공시키는 것이 아니라, 근본으로 돌아가서 룰을 바꾸는 것이다.  

그들의 목소리는 한마디로 이거다.

“왜 공을 나한테 패스 안해주나? 노무현 주장 우리편 맞나?”

그렇게 생각했다면 번짓수를 잘못 짚은 것이다. 노무현은 룰을 바꾸자는 거지, 골을 넣자는 것이 아니다. 골을 넣자는 것은 적을 상대하자는 것이고, 룰을 바꾸자는 것은 관객을 상대하자는 것이다. 본질에서 차이가 있다.

룰을 바꾸려면 일단 진행하고 있는 시합부터 중단시켜야 한다. 우리가 약간 손해를 보더라도, 현재스코어로 아군이 5 : 0으로 이기고 있는 상황이더라도, 지금 진행되고 있는 이 구태정치의 시합을 무효화시켜야 한다.

당연히 우리가 먼저 손해를 보는 것이다. 역사이래 아군의 희생이 없는 개혁은 있어본 일이 없다.

번짓수를 잘못 짚었소이다
노무현대통령을 두고 애정결핍증이란다. 오마이뉴스 메인에 오른 기사제목이 그렇다. 물론 오마이뉴스가 다 그런 것은 아니다. 기자들 중에 몇몇 상태가 온전치 않은 사람이 있다.

하긴 뭐 세종대왕도 엄한 아버지 태종 이방원 밑에서 온갖 고생을 하며 애정결핍증 때문에 이목 좀 끌어보자고 한글을 만들었겠고, 이순신장군도 말단을 전전하다가 애정결핍증 때문에 남의 이목이나 좀 끌어보자고 오동나무 한그루에 목숨을 걸었는지도 모른다.

“이순신 저자식 저거 오동나무 한그루에 목숨을 걸다니.. 자가 미쳤나? 음 정신은 멀쩡한듯 한데 또라이짓 하는거 보니 애정결핍증에 자해공갈단에 벼랑끝 전술이로군!”

그렇다. 일개 수군 만호에 불과한 주제에 전라좌수사와 한판을 뜬 것이다. 왜? 단지 오동나무 한그루를 살리기 위해서? 천만에! 깊이 생각해야 한다. 새만금 살리자고 삼보일배 하는 뜻은 단지 갯벌하나 살리자는 것이 아니다. 그러한 방법으로 이 기회에 국민을 계몽하고 국가의 백년대계를 바꾸고자 하는 것이다.

‘개발 경쟁모드’에서 ‘삶의질 경쟁모드’로 ‘모드전환’을 해야만 한다는 거다. 무엇인가? 문제는 룰이다. 국민소득 몇만불로 승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질로서 정책의 성패를 결정짓는 것으로 게임의 룰 자체를 바꾸어야만 한다는 말이다.

가치관을 바꾸고, 철학을 바꾸고, 판단기준을 바로잡아야 하는 것이다.  

이순신장군이 사소한 일에 목숨걸었던 것은 결코 아니다. 사소해 보이지만 시비가 명확한 사안을 들고나와서 룰을 바로잡으려 한 것이다. 오동나무를 살리려 한 것이 아니라, 사사로이 친분을 맺고 파당을 짓는 벼슬아치들의 관행을 깨부수려 한 것이다.

이순신에게 오동나무를 요구한 전라좌수사도 거문고 하나가 없어서 이순신과 틀어진 것이 아니라 그 방법으로 이순신을 자기사람 만들어보겠다고 뒤로 공작한 것이 아니겠는가? 작아보이지만 시비가 명확하다는 면에서 그것이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니었다.   

문제는 그들이 노무현을 모른다는 사실
그들은 노무현을 이해 못한다. 그러니 자기네를 정상으로 놓고 상대방은 비정상으로 돌린다. 이성애자들이 동성애자를 ‘변태’로 치부해버리는 방법으로 간단히 문제의 본질을 회피 하듯이 말이다. 저승에 간 프로이드 꿈자리만 뒤숭숭 하겠다.

프랑스 대혁명 때도 그랬다. 정치력을 발휘해서 루이 16세도 포용하고, 귀족들도 다 포용하면 될 것을 자코뱅들이 천지를 모르고 난리를 치더니 이넘저넘 다 적으로 돌린 끝에 결국은 대혁명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 통에 백성들만 수도없이 죽어났다.

본질을 봐야 한다. 본질은 농업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토지소유형태의 변화다. 생산력의 변화가 생산관계의 변화를 부르고, 이로 인한 이농의 에너지가 산업화와 맞물려서 밑바닥에서 거대한 혁명의 에너지자원을 형성한 것이다.

멀리서 혁명의 소문을 듣고 지방의 농민과 신사들이 일제히 논 팔고 밭 팔아 상경하고 있었던 거다. 그 밑바닥에 고인 에너지의 절대량을 보라는 말이다. 혁명으로 죽어난 것은 민중이지만 민중이 역사의 주인이 되겠다는 열망을 그 누구도 꺾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 밑바닥의 에너지가 완전히 소진될 때 까지 혁명의 불은 타오른다. 누구도 멈출 수 없다. 적당히 타협하고 무마해보려는 시도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그 결과는 미라보의 경우처럼 단두대에 목이 달아나는 것으로 귀결되곤 했던 것이다.

마라, 당통, 로베스피에르가 애정결핍증이어서 이넘저넘 다 적으로 돌린 것은 아니다. 부글부글 끓어오려는 혁명의 에너지를 억누를수록 더욱 거세게 터져나오는 것이다. 구조적으로 적당히 무마해보려는 미라보는 죽게끔 설계되어 있었던 것이다.

아버지 곤이 둑을 막아서 실패한 것을 아들 우임금이 물길을 터서 치수에 성공했듯이 그 에너지를 어떻게든 외부로 분출시켜야만 하는 것이다. 또한 역사의 필연이다.  

원래 그렇게 되게 되어 있는 것이 있다. 그러기에 ‘쏜 화살은 중도에 멈추지 않는다’고 선현들은 말하곤 했던 것이다. 정치를 정치가들에게 맡겨두는 한 이 나라 개혁은 성공할 수 없다. 주인인 국민이 광장으로 쏟아져 나와야만 한다. 국민을 광장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수순이었을 뿐이다.

생산력의 변화가 본질이다. 휴대폰과 인터넷과 월드컵 4강의 에너지가 이 싸움의 본질이다. 국민참여의 에너지가 분출하려 한다. 개혁은 그 막힌데를 뚫어 소통하게 해주는 것에 다름 아니다. 노무현정부 8개월간 진행되어온 일들 중에서 대통령 개인의 성격 탓으로 돌릴 일은 하나도 없다.

노무현이 그러한 것이 아니라 원래 권력의 본질이 그러하고, 개혁의 속성이 그러하고, 역사의 필연이 그러하다는 말이다. 그렇지 않다면 서프는 왜 그 모든 사태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었겠는가?

덧글..
노무현정부의 모든 결정은 시비의 명확한 정도로 보면 일관성이 있습니다. 파병이나 특검 등은 정치공세와 이념공세가 개입하므로 어느 쪽으로 결정하든 제 3자인 국민 입장에서 볼 때는 시비가 불명확한즉 아전인수로 보일 수 있지만, 최도술문제와 최돈웅문제는 이념과 무관한 즉 이순신의 오동나무처럼 시비가 명확한 것입니다.

진보진영 입장에서 보면 물론 파병도 특검도 시비가 명확하지만 이는 우리편끼리나 통하는 말이고 이념과 정치의 편향을 온전히 배제하고 순수한 유권자 입장에서 볼 때 최도술, 최돈웅 문제야 말로 시비가 명확한 즉 노무현의 오동나무가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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