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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4236 vote 0 2003.10.15 (15:50:50)

노무현의 무서움을 알아챘는지 국민투표 하지말자는 소리가 슬슬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때 군불 좀 지펴야겠죠.

구주류들은 서프를 열심히 들락거리더니 뭔가 눈치를 챘다는 듯이 결사반대고, 한나라당은 아직 분위기파악이 안되는지 우왕좌왕 하고 있는데 마침 조선일보가 국민투표에 찬성하는 내용의 김대중칼럼을 실었군요.

구라김씨 말대로 결국 국민투표로 갈 수 밖에 없습니다. 또 당연히 그래야 하구요. 한나라당 입장에서 생각해봐도 그렇다는 말입니다. 또한 이면을 들여다보도록 하지요.

사실이지 지금 상황이 미묘합니다. 구주류의 활약이 당장에는 한나라당에 득이 되는 거 같지만 천하가 3분되면 한나라당은 가만히 앉아서 정치지분이 1/2에서 1/3로 줄어듭니다. 즉 구주류의 활약은 장기적으로 한나라당의 잠재적 지지표를 깎아먹는다는 말이지요.

이 상황에서 건곤일척의 큰 싸움이 벌어지면 천하가 다시 2분되는 방향으로 압력을 받습니다. 이 경우 구주류가 타격을 받지만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차라리 그게 낫습니다. 50프로의 정치지분을 회복할 수 있으니까요.

‘이이제이(以夷制夷)’라고 하지요. 보통 하수가 써먹다가 망가지는 병법인데 한나라당이 구주류를 이용해서 노무현을 치는 것이 ‘이이제이’가 되겠지요. 과거 송나라가 몽골을 이용해서 금(여진)을 치다가 망한 경우인데 등신들이나 쓰는 최하책입니다.

파이터는 싸울수록 강해집니다. 전투경험이야 말로 최고의 자산이지요. 승부사가 싸움을 회피하고 이이제이 따위의 약은 술책에 기대다가는 정말이지 박살이 납니다.

어쩔 수 없이 지는 게임을 해야할 때도 있습니다. 뻔히 지는거 알면서도 싸워야만 합니다. 일단 전투경험은 얻자는 거지요. 구라김씨가 그걸 알고 국민투표에 찬성했는지 모르지만.. 하여간 잘 키운 조선일보 하나 열 아들 안부럽다는 마케터님 말씀이 딱 맞네요.

어쨌든 구주류가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는 서프에서 알바짓 하다가 대강 눈치를 깠다 이거겠지요. 그런데도 김동렬은 왜 구주류들 보라고 ‘친위 쿠데타다’ 이런 도발적인 제목을 걸어두는가? ‘혹 서프가 천기누설을 하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독자님의 이의도 있는데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걱정 붙들어 매셔도 좋습니다.

중요한 점은 ‘지금 누가 키를 잡고 있는가’입니다. 노무현이 키를 잡고 있지요. 사실 다 노무현이 자초한 겁니다. 한나라당이 노무현이 자초한 게임에 ‘이거 웬 떡이냐?’ 하고 뛰어든다는 것은, 노무현의 홈그라운드에 뛰어든다는 거에요. 이 점을 눈여겨 봐야 합니다.

또 서프가 키를 잡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동남쪽 식솔들이 서프에 드나들며 제법 배웠다고 서프의 논리로 서프를 치는 경우 많지요. 그게 다 떡줍다가 길들여지는 겁니다.

사실이지 서프만 열심히 봐도 한나라당이 저렇게 멍청한 오판을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한나라당이 지금부터 서프를 열심히 읽으면 노무현을 약간 알게되어 한나라당에 유리해지지 않을까 하고 걱정하는 분도 있는데 물론 단기적으로는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키를 잡고 있지 못한’ 쪽의 전술구사는 100프로 실패하게 되어 있습니다. 매복을 하든, 함정을 파든 전술구사는 반드시 홈링에서 해야만 합니다. 그래야만 돌발적인 변수에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무엇보다 그들은 정보의 중요도를 판단할 수 없다는 점이 치명적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일관되게 가야한다는 것인데 ‘키를 잡고 있는’ 노무현은 그 일관된 하나의 목표 안에서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지만, 그들이 서프를 보고 정보를 판단하게 되면, 키를 잡고 있지 않기 때문에 결정적인 순간에 일관되게 밀어붙이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게 되는데 이건 더 치명적이지요.

예컨대 구라김씨와 한나라당이 지금 손발이 안맞고 있는게 그 단적인 예입니다. 자멸이재요. 그러므로 머리 나쁜 사람은 아예 머리를 쓰지 말고, 무조건 정공법으로 붙는 것이 또한 병법이 됩니다. 이거 작은 거 같지만 아주 큰 겁니다. 예컨대 이런 거에요.

한나라당 사이트 주소는 hannara.or.kr입니다. 근데 이 주소를 치면 한나라당으로 가지 않습니다. 왜? www.를 안쳤기 때문이죠. 근데 원래 www.를 안쳐도 접속이 되도록 해놓는게 상식이에요.   

무슨 이야기냐? 한나라당이 뒤늦게 디지털한나라 추진기획단이니 창프라이즈니 어쩌고 하는데 그거 다 실패합니다. 이런 초보적인 것도 안되는 집단인데 그게 될 리가 있겠어요? 한나라당 의원, 보좌관, 당직자까지 수천, 수만명 중에 hannara.or.kr를 치면 당연히 한나라당으로 가야 되는데 안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문제삼는 사람이 단 한사람도 없다는 거에요.

하긴 그들 중에 제손으로 자판치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기껏해야 마우스로 깔짝깔짝 하는 수준이지요. 기본적인 디지털마인드가 안되어 있는 겁니다. 물론 이건 아주 작은 차이에요. 이거 하나로 당이 망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알고 보면 그게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이건 단순히 한나라당 의원들이 머리가 나쁘다, 당이 관료화되어 있다, 당직자들이 게으르다, 지지자들이 대체로 무식하다 뭐 이런 문제가 아니에요. 더 근원적인 차원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또한 본질을 볼까요?

‘인간이란 무엇인가?’ 이겁니다.

아 물론 5~60대 아저씨들도 열심히 인터넷 배우면 됩니다. 그런데 왜 안되느냐? 문제는 하나를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하나를 버려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얻기는 열심히 하면 되는데, 버리기가 절대로 안되는 거에요. 또한 이런 겁니다.

어떤 사람이 이런 질문을 해요.

“지금은 한국의 IT산업 발전속도가 세계최고 수준인데 다른 나라들도 곧 한국을 따라잡지 않을까?”

제 답변이 이렇습니다.

“그게 그렇게 쉽다면 왜 한국은 홍콩을 영화분야에서 지난 20년 동안 따라잡지 못했을까? 또 왜 전 세계는 아직도 일본 애니메이션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을까?”

아 물론 쉽습니다. 한국영화 요즘 제법 되잖습니까? 하면 됩니다. 근데 왜 잘 안될까요? 또 되더라도 무려 20년씩이나 걸릴까요? 또한 정답은 따로 있습니다.

한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들은 축제문화가 발달되어 있습니다. 한국은 축제가 없으므로 그 빈자리를 인터넷이 메워주고 있는 겁니다. 반면 유럽 여러나라들은 한국처럼 인터넷에 살지 않아도 얼마든지 여자친구 사귀고, 주말을 무도회에서 즐겁게 보낼수 있는데 미쳤다고 퀴퀴한 PC방에 죽치고 있겠습니까?

즉 그들은 발달된 축제문화, 주말 밤의 화려한 무도회문화라는 하나를 버리지 못하기 때문에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하나를 얻지 못하는 겁니다. 인터넷으로 한국을 따라잡는다? 그거 결코 쉽지 않습니다. 된다 해도 20년 걸립니다.

왜 일본은 애니메이션에 강한가? 일본인들 역시 우리가 모르는 뭔가 하나를 버리고 있는 겁니다. 왜 지난 이십년간 홍콩영화만 헐리우드에 밀리지 않고 잘나갔는가? 인구도 얼마 안되는 작은 나라인데도? 그들 역시 우리가 알지 못하는 뭔가 하나를 버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다른 나라들은 그 버려야 할 것을 버리지 못해서 절대로 안되는 거에요. 역으로 헐리우드가 세계를 제패하고 있다는 것은 그 반대편에서 그들이 그만큼 정신적으로 빈곤하다는 반증이에요. 프랑스? 문화적으로 배부른 나라지요. 그래서 영화로는 헐리우드에 밀리는 겁니다.

마찬가지로 한국은 문화적으로 허기진 나라입니다. 한국이 죽기살기로 인터넷에 매달리는 이유는 그 ‘정신적인 허기’ 때문이지요. 왜 한나라당은 인터넷에서 판판이 깨지는가? 왜 독립신문과 오마이뉴스의 현격한 격차는 결코 좁혀지지 않는가? 그들은 그 버려야 할 하나를 결코 버리지 못하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안되게 되어 있습니다.

‘하나를 버리지 않고 결코 하나를 얻을 수 없다.’ 이거 진리입니다. 얻기는 차라리 쉬워도 버리기는 진짜 어렵습니다.  

하여간 국민투표 해야 됩니다. 왜? 어떤 경우에도 국민은 남는 장사이기 때문입니다. 딴잔련이 국민투표 반대하면? 먼저 국민과 멀어집니다. 돌아가는 판에 한몫 끼기 원하는 국민을 소외시키는 셈이 되기 때문이죠. 그들이 국민투표에 찬성하면? 멋지게 패배시켜 주는 거죠.

구라김씨가 국민투표에 찬성하는 이유는? 국민투표에 져도 수구의 명분은 지켜야 한다는 겁니다. 즉 구주류들 덕에 어부지리 노리다가, 전투경험 부족해지고, 수구의 명분도 잃고, 속으로부터 약해지는걸 두려워하는 거지요.

게임은 결코 한번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후속타 반드시 나옵니다. 노무현의 마지막 카드를 보려면 콜콜하고 따라와야 합니다. 승부사는 지더라도 상대방의 마지막 카드를 까보고 지는 길을 택합니다. 그래야만 다음번 싸움의 배팅전략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지요. 구라김씨가 그 정도는 아는군요.

최병렬은 지금 시험에 들었습니다. 국민투표 거부하고 구주류에 기대어 어부지리를 노린다? 독약이지요. 완벽하게 죽습니다. 콜을 하고 따라온다? 일단은 노무현에게 깨지지만 적은 스코어로 패배하면 수구의 본가로서 자존심은 세울 수 있습니다. 정답은 물론 후자입니다.


전여옥의 팥쥐놀음도 청산해야
세상이 잼있는게 주인공이 있으면 반드시 악당도 나타나고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조연도 제가 알아서 척척 나타나 준다는 겁니다. 이렇게 구색이 맞아떨어지는 거죠. 전여옥이 팥쥐 아니랄까봐 ‘나 여기있수’ 하고 얼굴을 내미는군요. 하여간 시청률은 올라가겠습니다.

얄미워 얄미워 하면서 계속 보게되는 것이 드라마잖아요. 그렇지만 신파는 이제 버려야 합니다. 우리가 언제까지 팥쥐수준에서 놀아야 합니까? 뺑덕어멈도 가고, 놀부마누라도 가고, 신데렐라의 두 언니도 가고, 백설공주 계모도 가야 합니다. 넘 유치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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