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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6]노매드
read 2888 vote 0 2011.01.14 (20:08:49)

2011-01-14  최용식

 

복지제도는 현대사회의 특징이다. 비록 최근에는 다소 후퇴했지만 장기적으로 살펴보면 복지를 위한 정부지출이 20세기 이후처럼 컸던 적은 과거 역사에는 없었다. 물론 미국과 영국 경제가 1970년대 이후에 스태그플레이션의 늪에 빠져들면서 과다한 복지비 지출이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실업률과 물가상승률만 높인다는 인식이 일반화되었고, 복지비 지출의 축소가 성장잠재력과 국제경쟁력을 회복시키는 첩경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복지비 지출이 꾸준히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성장률을 구가했던 나라가 있었다는 사실은 흔히 간과되었다. 그런 대표적인 나라가 일본이다.

 

일본의 복지비 지출은 세계대전 직후에는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는데, 1950년대부터 꾸준히 증가하여 1975년에는 국내총생산의 9%에 이르렀다. 이 수준은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외치며 세계대전 직후부터 복지비 지출을 마냥 확대했던 1960년대 초의 영국과 비슷했다. 그런데 세계대전의 승전국이었던 영국 경제는 왜 쇠락의 길로 들어섰고, 반면에 패전국이었던 일본 경제는 복지비 지출을 꾸준히 확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고도성장을 지속했을까? 일본은 각종 연기금을 세계 최대 규모로 키웠을 정도로 복지비 지출이 계속 확대되었는데, 왜 일본은 1980년대 말까지 고도성장을 지속했을까? 그 답은 우리의 일상생활에 견줘보면 비교적 쉽게 찾아질 수 있다.

 

인간은 돈을 쓰기 위해 돈을 번다. 돈을 쓰는 것은 목적이고 돈을 버는 것은 수단인 셈이다. 만약 목적을 위해 수단을 외면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쉽게 말해, 버는 것보다 더 많이 쓰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당연히 머지않아 파산한다. 아무리 적게 벌더라도 쓰는 것이 더 적으면 부자가 되고, 아무리 많이 벌더라도 더 많이 쓰면 거지가 되는 것이다. 국가경제도 마찬가지이다. 복지가 아무리 지고지선의 정책목표일지라도, 소득이 증가하는 것보다 더 많이 지출하면 결국은 파탄을 면치 못한다. 파탄에 이르기 훨씬 이전에 성장률은 낮아지고 물가는 상승하며 실업률은 높아지는 등 심각한 경제난이 찾아온다. 한마디로, 영국 경제는 버는 것보다 더 많이 복지비를 지출했기 때문에 경제난이 찾아왔고, 일본경제는 버는 것보다 더 적게 복지비를 지출했기 때문에 고도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다른 사례를 하나 들어보자. 2002년 10월에 부시 정권은 ‘우리의 바람은 미국인 모두가 저마다 집을 소유하는 것이다’라고 선언하고, 저소득층 550만 명에게 새로운 주택소유자로 만들기 위해 2003년 ‘아메리카 드림 지원법’을 제정했다. 그 결과는 참혹하여 2008년에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터졌고 금융시스템 위기가 발생하면서 미국경제는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관련된 파생금융상품을 대규모로 매입했던 다른 나라들도 큰 손실을 입었고, 미국의 금융위기는 세계 각국으로 전염되었으며, 대부분의 나라들이 마이너스 성장을 해야 했다. 폴란드, 헝가리, 그리스, 아일랜드 등 경상수지가 대규모 적자였던 나라들은 더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위와 같이 미국에서는 못 사는 사람들의 주택 매입을 지원했던 정책이 비극적인 결말을 빚는 데에 중대한 영향을 끼쳤다. 반대로, 미국과 똑같은 경제정책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금융위기를 겪지 않았던 나라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영국을 들 수 있다. 1980년대에 대처정권은 150만 명을 주택 소유자로 만들었다.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영국경제는 괄목할만한 경제성적을 기록했다. 1970년대까지 영국경제는 독일 경제에 계속적으로 뒤처지기만 했는데, 1980년대 이후부터는 차츰 따라잡기 시작하여 2000년대에 들어선 뒤에는 드디어 독일을 추월했던 것이다. 왜 이처럼 상반된 일이 벌어졌을까?

 

여기에는 재정수지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영국은 재정수지를 건전화시켰기 때문에, 즉 버는 범위 안에서 돈을 썼기 때문에 금융위기가 발생하지 않았고 오히려 경제호조를 지속할 수 있었다. 반면에, 미국은 버는 것보다 더 많이 썼기 때문에 재정수지가 결정적으로 악화되었고, 이에 따라 금융위기가 발생하고 심각한 경제난이 뒤따랐다. 진짜로 그랬을까? 미국은 재정지출을 급증시킴으로써 재정수지를 악화시켰고, 이에 따라 국채발행이 급증했다. 국채발행이 급증하자 시장금리는 머지않아 상승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시장금리가 상승하자 주택담보 대출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었고, 주택담보대출과 관련한 파생금융상품의 가격은 폭락하지 않을 수 없었다. 파생금융상품의 가격 폭락은 각종 금융회사의 경영수지를 악화시켰고,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은 투자은행들이었다. 베어스턴스가 무너지고 리먼브라더스가 도산하면서 결국은 금융시스템 위기로 발전하고 말았다.

 

위와 같은 사례들은 어떤 가르침을 우리에게 던져줄까? 한 마디로 사회복지제도의 확충이 결정적인 문제는 아니라는 사실을 시사해준다. 즉, 사회복지비 지출을 확대하더라도 국가경제가 더 많이 벌어들일 수 있다면, 이것이 오히려 더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다만, 돈을 버는 데에는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는 가운데 복지만 내세우는 것은 아주 심각한 문제이다. 지속가능한 범위 안에서 경제를 더 빨리 성장시켜야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고, 돈을 더 많이 벌어야 복지비 지출을 더 키울 수 있지 않겠는가?

 

더 어이없는 일은, 경제를 번영시키는 데에는 무능하기 짝이 없고 오로지 재정적자를 키우는 데에만 유능한 자들이 복지를 포퓨리즘으로 몰아세우고 있다는 사실이다. 친서민 정책, 인위적인 일자리 창출, 운 좋은 사람들에 대한 주택의 공급 등을 내세워 부채를 눈덩이 구르듯이 키운 자들이 오히려 복지를 비난하고 있다. 이 세상에는 땀을 흘리지 않고 이룰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사실을 외면한 채 환율 인상이라는 손쉬운 방법으로 경제를 살리겠다고 억지를 쓰는 자들이 그들이 아닌가. 그들이 어떻게 더 많이 벌 수 있겠는가? 다른 한 편에서는 돈 버는 일에는 관심도 기울이지 않고 오로지 복지만 내세우고 있으니, 이것은 또 어떻게 봐야 하겠는가? 한심하기 짝이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6]노매드

2011.01.14 (20:15:57)

복지를 좌냐 우냐의 방향으로 획일화 시켜 보는 시각을 벗어나 기준점을 볼 수 있는 시각을 제시하는 좋은 글입니다. (어디서 많이 듣던 논리인데.)

 

서프라이즈에서 가장 유능했던 논객 3인 (서영석씨 빼고) 이었던, 김동렬,최용식,마케터. 이 3인의 공통점은 소위 신자유주의 운운하는 좌파 찌질이들과는 달리 균형을 가진 시각을 제시 했다는 점입니다.

 

지금 이 셋이 다 나와 각자 보금자리를 틀고 있는데, 언젠가는 이들 외에도 실력있는 진보들이 모두 힘을 합치는 날이 올 것으로 기대를 합니다.

[레벨:4]당당

2011.01.15 (22:02:15)

근본적으로 포퓨리즘은 정당하고 좋은 것이다.

사람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한다. 배가 산으로 가면 안되나?

산을 올라 보지도 않고 어찌 된다 안된다고 하는 것인가?

설혹 산이 아니더라도 "이 산이 아닌가벼."하면서 다시 목표를 바꾸면 된다.


불교에서는 바른 견해를 아주 중요시 하는데 이건 모든 것의 기초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치에 있어서 바른 견해라는 것을 누가 결정하나?

결국은 인민이 할 수 밖에 없다.

누가 인민의 결정을 대체할 수 있단 말인가?


인민(국민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다. 국가라는 조직과 관련할 필요는 없다.)은 단일한 집합체며 언제나 정당한가?

아니다. 인민은 오합지졸이며 조작당하기 쉬우며 깨지기 쉽다.

인민은 광기에 휩쓸리기 쉽고 인민은 공포에 질리기 쉽다.


오히려 인민이라는 것은 실체가 없다.

개개의 사람 하나하나가 있을 뿐이요

인민이라는 것은 개개인들의 불규칙한 일시적 모임일 뿐이다.

그럼에도 인민에 의한 인민을 위한 정치가 있을 뿐이다.


인민이라는 것은 전체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포함하는 개념일 수 밖에 없다.


본질적으로 민주주의는 "인민에 의한 인민의 지배다."

인민에 의한 인민의 지배가 쉽지 않으니 대의제를 채택하나 결국의 인민의 의사대로 갈 수 밖에 없다.

인간의 혹은 대중의 광기가 가끔은 모든 것을 쓸어버릴 때도 있으나 결국은 인간의 본성과 이성을 믿을 수 밖에 없다.


인민의 선택을 선택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가르치려고?

어디서 훈장질이야. 너나 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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