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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하였느냐? 통 아니하였다면 얼른 통을 하도록 하라! 재주가 있으면 사통을 하든지 그도 안되면 도통을 하든지..!』

충무로괴담 중 하나로 ‘사극은 흥행에 실패한다’는 속설이 있다. 실제로 요 몇년 사이에 흥행에서 재미본 사극은 없다시피 하다. 그런 가운데 이재용감독의 ‘스캔들’이 속설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보기좋게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60년대만 해도 사극은 흥행장르였다. 또 텔레비전드라마는 사극이 점령하다시피 하고 있다. 그런데 왜 80년대 이후 사극으로 흥행에 성공한 극장영화는 많지 않은 것일까?

사극으로 성공한 대표적인 예는 ‘춘향전’이다. 춘향전은 여러번 제작되었는데 그때마다 성공했다. 왜 사극은 안되는데 춘향전은 잘만 되는가? 춘항전은 다 잘된다는데 임권택감독의 ‘춘향뎐’은 왜 실패하고 말았을까? 단지 도올 김용옥이 각본을 썼기 때문에 쪽박이 된 것일까?

다 이유가 있다. 이와 비슷한 괴담으로 ‘해외로케괴담’도 있다. 아나키스트, 무사, 아이언팜, 로스트메모리즈류로 제작비 왕창 퍼붓고 중국으로, 일본으로, 미국으로 해외로케 6개월씩 해서 쪽박찬 영화 제법 많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사극도 일종의 해외로케다. 다른 점은 외국으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과거로 촬영을 나간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단적비연수나 비천무가 왜 쪽박을 찼는지 알만도 하다. 이들은 SF 속으로 해외로케를 나간 셈이다.

쪽박으로 결론이 난 영화들의 공통점은 그 무대가 배우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공간이라는 점이다. 이 경우 100프로 배우의 연기가 죽는다.  

국내에서 잘 하던 배우도, 외국만 나가면 연기가 죽는다. 현대물에서 잘 하던 배우도 사극만 찍으면 연기가 안된다. 익숙하지 않은 공간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텔레비전에서는 왜 잘만 되는가? 텔레비전 사극은 안방에서 시작해서 안방으로 끝난다. 안방은 누구에게나 익숙한 공간이다. 그래서 되는 것이다.

영화라면 아무래도 야외장면이 많다. 텔레비전이라면 안방에 가만히 앉아 상대를 째려보면서 “뭬이야~!” 만 외쳐도 연기가 되지만, 영화라면 아무래도 야외에서 역동적인 액션을 보여주어야 한다. 왜? 영화는 스크린의 가로세로 비율이 텔레비전의 16 : 9 보다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TV사극도 거리로만 나서면 배우들의 연기가 이상해진다. 보통 길거리에서 엉거주춤 서서 대화하는 식이다. 또한 이유가 있다. 세트가 부실해서 그런 것이다.

왜 차인표와 정우성은 TV에서는 잘하는데 영화만 찍으면 망하는가? 이병헌도 연기는 못하는데 왜 ‘공동경비구역 JSA’는 잘만 되는가? 연기 못하기로 소문난 정우성이 왜 곽경택 감독의 ‘똥개’에서는 신들린듯이 연기를 잘하는가? 역시 같은 이유다.

사극이 흥행에 실패하는 것은 분명한 이유가 있다. 그 원인을 180도로 뒤집으면 엄청난 대박이 된다. 춘향전이 사극임에도 불구하고 성공하는 이유는 춘향전은 누구나 잘 알고있기 때문이다. 즉 춘향전의 공간은 배우에게도, 감독에게도, 작가에게도 익숙한 공간인 것이다. 연기가 살아날 수 밖에 없다.

다른건 몰라도 ‘방자’나 ‘향단이’ 연기라면 3류배우도 명연기를 해낼 수 있다. 왜? 익숙하니까.

사극이나 해외로케가 실패하는 이유, 또 한국에서 SF가 쪽박을 차는 이유는 익숙하지 않은 공간에서 연기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 공간을 소화하려면 안성기나 송강호 쯤은 되어야 한다. 안되기로 유명한 정우성이 똥개에서는 되는 이유는 그만큼 시나리오가 탄탄하기 때문이다.

'엽기적인 그녀''동갑내기 과외하기' 등 인터넷작가들이 시나리오를 쓴 영화가 히트하는 이유는 이 인터넷작가들이 요즘 젊은이들에게 익숙한 공간을 많이 알고있기 때문이다. 엽기적인 그녀의 김호식은 석촌호수며 지하철역이며 요즘 젊은이들에게 익숙한 공간을 시시콜콜 많이도 알고 있다.  

똥개는 ‘밀양’에서 찍었다. 곽경택감독이 밀양이라는 도시와 그 공간과 그 뒷골목을 철저하게 파고든 작품이다. 역시 곽경택이 만든 ‘친구’가 부산 범일동 뒷골목을 샅샅이 뒤지고 다녔듯이 말이다. 어렸을 때 누구나 한번쯤 경험했을 법한 익숙한 공간의 익숙한 줄거리를 쥐어주면 3류배우도 일류연기를 해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안봐도 뻔한 거다. 영화 ‘스캔들’이 사극은 흥행이 안된다는 속설을 극복하고 대박을 낸 이유는 안방에서 안방으로 옮겨가며 연기를 펼쳤기 때문일 것이다. 반대로 취화선이 대박을 못낸 이유는  연출하기 버거운 야외장면을 지나치게 많이 넣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이런 거다. 소품으로 '담뱃대'라도 하나 쥐어준다 치자. 그걸 그냥 손에 들고 있기만 해서는 연기가 안된다. 그걸로 등을 긁을수도 있고, 지나가는 애 머리통을 때려줄수도 있고, 이리저리 삿대질할 수도 있다. 살인의 추억에서 송강호나 허준에서 임현식이라면 안시켜도 이 정도는 알아서 한다.

그러나 해외로케를 가서, 혹은 사극의 야외장면이나 SF로 무대를 옮겨서, 뭔가 소품이라도 손에 쥐어주면 그걸 가만히 들고만 있다. 그걸 이용해서 애드립을 하기는 불능이다. 왜? 한번도 사용해본 일이 없으니까. 익숙하지 않은 공간, 익숙하지 않은 의상, 익숙하지 않은 소품, 익숙하지 않은 무대는 보이지 않게 치명적인 독소가 되는 것이다.

반대로 흥행에 제법 성공한 사극은 안방에서 뒹구르는 경우가 많다. ‘어우동’이나 ‘변강쇠’라면 안방에서 옷고름 풀고 뒹굴뒹굴 하는 영화이므로 사극이라 해서 연기가 굳어지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는 것이다.

차인표나 김희선이 영화만 찍으면 망하는 이유는 첫째 안방에서 연기하는 버릇을 못버렸기 때문이고 둘째 근사한 까페나 공원에서 깝죽되는 영화만 골라 출연하기 때문이다. 비천무가 망한 것은 안방전문 김희선이 중국이라는 그 광활한 공간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이고, 아이언 팜이 망한 이유는 당차게 야외로 뛰쳐나가 맘껏 뒹구르지 못하고 기껏 골목에서 깝죽대는 영화가 되었기 때문이다.

곽경택의 '친구'를 보라! 송강호가 출연해서 대박난 모든 영화가 그렇듯이, 얌전한 장동건도 야외로 박차고 나가서 존나게 뛰고, 존나게 뒹구르니까 대박이 되잖아. 그런데 해외로케만 가면 야수같은 송강호도 얌전한 새색시가 되게 되어 있다.  

영화는 텔레비전보다 화면의 가로길이가 길기 때문에 배우가 역동적으로 움직여주지 않으면 그림이 죽는다. 더 넓은 공간에서 더 확실하게 움직여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배우에게 익숙한 공간과 세트와 소품을 준비해야 한다. 그 너른 공간의 무게를 감당하기는 매우 어렵다. 이에 잔꾀를 낸 것이 ‘느와르’다.

느와르란 ‘시커멓다’는 뜻인데 배우의 어색해진 연기와, 조잡한 소품을 감추기 위하여 밤장면을 위주로 찍는 것이다. 깜깜한 밤이라서 스크린이 온통 시커멓게 떡칠이 되어 있으니 소품이 조잡한지, 피아노줄이 보이는지, 액션이 어색한지 관객이 알아챌 도리가 없다.

그래도 화면이 어색해보인다 싶으면 소방차를 수십대 동원해서 비를 억수로 퍼부어버리는 것도 요즘 유행하는 요령이 된다. 근래 흥행한 영화에 액션장면만 나오면 쓸데없이 억수같은 소나기가 퍼붓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러므로 ‘친구’에서 장동건은 죽어도 그냥은 못 죽고 꼭 비맞고 죽어야만 하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 왜 하는가 하고 고개를 갸웃 하실 분도 있겠다.

삼인시호(三人市虎)라는 말이 있다. 터무니없이 ‘서울시내 한복판에 호랑이가 출몰하고 있소’ 하고 보고하면 처음에는 임금님이 안믿지만, 같은 소리를 세 번 들으면 임금님도 넘어가더라는 이야기다. 요즘 파병문제로 '분위기타령'하는 사람 많다. ‘삼인시호’가 아니라 ‘백인시호’라 할만하다.

우쒸~

서프라이저들은 달라야 한다. 서프독자의 권위가 있고 서프맨의 명예가 있다. 한승주, 윤영관 따위가 백날 호랑이타령을 해도 우리는 의연하게 ‘서울시내 한복판에 호랑이 나왔다’는 거짓부렁을 믿지 말아야 한다. 그럴 수 있어야 한다.

박주현, 유인태수석이 느티나무 카페에서 단병호위원장을 비롯한 시민단체 대표들을 만나는 등 활발하게 의견수렴을 하고 있다. 다른 장소도 아니고 왜 하필이면 안국동 느티나무카페인가? 그 상징성이 또 있는 것이다. 그동안 친미파가 좀 놀았으니 이제 반전평화파가 한바탕 뒤엎어 줄 때가 되었다는 거다.

영화이야기를 하는 뜻은 다름 아니다. 충무로 속설에 ‘뭐뭐하면 흥행이 안된다’는 말이 여러 가지로 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게 다 대박 소스다. 사극이 안된다는 말은 역으로 한동안 사극이 뜸해서 관객들 사이에 사극욕구가 충만해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한동안 극장가에 뜸했던 영화를 만들면 대박이 나는 경우가 많다. 사극이 안되는 이유는 세트가 부실하고, 고증이 엉망이며, 결정적으로 그 공간이 배우에게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사극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야외촬영장면을 감당할만한 연출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영화 ‘스캔들’의 대박은 역으로 그 허를 찌른 것이다.

생각하면 서편제도 그렇고 춘향전도 그렇고 진짜 대박은 사극에서 많이 나왔다. 야외가 부담이 된다면 안방과 마루의 비중을 늘리면 된다. 정 안되면 느와르다 하고 밤장면 위주로 찍어서 스크린을 시커멓게 칠해놓으면 된다. 다 해결하는 방법이 있는 것이다.

무엇인가? 편견을 깨자. 타성을 버리자. 고정관념을 극복하자. 사회일반의 통념을 우리 서프만이라도 버리고 가자는 이야기다. 개혁이 별게 아니고 막힌 데를 뚫어주는 것이 개혁이다. 뭐가 잘 안된다면 어딘가가 막혔기 때문인데 그걸 뚫어주면 된다.

어떤 경우라도 정답은 있다.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다.

‘삼인시호’라 했다. 분위기란다. 파병분위기괴담이란다. 벼라별 놈이 다 나타나서 한마디씩 파병이니 국익이니 떠들고 있다. 그래도 우리는 일반의 통념을 극복하고 의연하게 우리의 길을 갈 수 있어야 한다. 왜? 우리는 정답을 알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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